비가 내리신다. 옛 선조들은 이렇게 표현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심정입니다. 얼마나 귀한 비인지 목요일 늦은 오후 시간에 수양관 숙소에서 다시 한 번 강하게 화살기도를 하늘을 보고 다음과 같이 드렸습니다. “하나님, 흡족한 비를 계속 주옵소서. 인간의 극단적 이기주의와 욕심으로 망가트려 버린 당신의 피조 세계하 많이 화가 나시겠지만 아직은 당신의 뜻대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자들을 보시고 메마른 땅에 만족할 만한 단비를 계속 주옵소서.” 지난 주간, 일주일 동안 머물며 하나님을 묵상한 수양관은 1년에 두 번 6월과 12월초에 들어가는 저의 기도처이자 사유하는 공간입니다. 들어올 때마다 수양관은 유명세 때문에 훈련, 양육, 집회 등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항상 들썩이던 곳입니다. 허나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그 넓은 수양관에 기거하며 기도하는 주간으로 삼은 동역자들이 모두 해서 10명 미만의 인원이었습니다. 적응이 잘 안 되어 식당 직원에게 지나가는 말로 한 마디를 던져 보았습니다. “제가 수양관에 들어와 본 이래로 이렇게 한적한 건 처음이네요.” 제 말을 받은 직원이 곧바로 이렇게 응대하며 말을 이었습니다. “목사님, 단체로 예약된 그룹들이 집회를 연기해서 그렇습니다. 수 십 건이 넘습니다. 도대체 메르스가 뭔지 이 나라의 경제를 완전히 말아 먹고 있습니다.” 이 말은 2주 전 광림수도원에서도 똑같이 들은 말입니다. 기독교 단체와 그룹이라는 일부의 영역이 이렇다면 지금 우리나라의 각 분야에서 당하고 있을 경제적인 피해는 아마도 어마무시하지 않을까 싶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저녁 식사를 호젓하게 마치고 로비에 있는 쉼터에 앉아 잠시 책을 읽고 있는데 한 무리를 이끌고 있는 여성 리더가 조금은 흥분이 되어 주변이 다 들리게 웅변조로 외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메르스는 하나님이 주시는 경고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아닌 우리 기독교인들과 한국교회에게 들려주시는 마지막 경고입니다. 나는 이 경고를 꼭 기독교인들과 한국교회가 듣기를 원합니다.” 그녀가 하는 말 중에 틀린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녀의 격앙된 외침에 간접적으로 응원을 보냈습니다. 기도원에서 작가 박노해님의 ‘사람만이 희망입니다.’의 서평을 정리하다가 ‘용서 받지 못한 자’라는 산문시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습니다. “문맹은 동정 받아야 마땅하고 컴맹은 도움 받아 마땅하나 환맹(環盲)은 지탄받아 마땅합니다. 인간의 토대를 파괴하는 자, 아이들의 미래를 훔쳐다 쓰는 자, 오늘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살기 위해 자신이 딛고 선 발밑을 허무는 자는 결코 용서 받지 못할 자입니다.” 나는 시인의 말대로 하나님이 창조하신 뒤에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흡족해 하신 이 땅을 개발이라는 허울 좋은 핑계로 더 이상 망가뜨리는 용서 받지 못할 죄를 우리 그리스도인들만이라도 자행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지금처럼 대책 없는 자연 파괴가 지속된다면 이제 우리는 비가 내리신다는 감동도 느끼지 못할 비극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참 나쁜 세대가 될 것입니다. 참 오랜만에 내리는 비가 들려주는 빗소리가 이렇게 감동적일 수가. 내가 이렇게 좋으니 메마른 대지는 얼마나 기뻐하고 있을까를 생각하니 한바탕 춤사위라도 하고 싶은 마음 굴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