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예의2024-04-02 10:56
작성자 Level 10

지난 주간, 우리나라 수도원 중에 가장 조용한 곳으로 알려진 경기도에 있는 광림 수도원에서 안식월 3주차를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연말에 계획하고 있는 책 출간을 준비하는 일, 지난 성지 순례를 정리한 일기 형식의 글쓰기, 밀려 있는 서평 정리, 하나님과의 1:1의 깊은 교제 등등의 해야 할 일이 나름대로 산적해 있기에 부지런히 사역하고 있습니다. 다녀온 수도원은 잘 꾸며진 기도 동산을 비롯하여 영성 산책을 위해서도 최적의 구비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기에 수요일까지 알찬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사단은 목요일에 일어났습니다. 중국의 목회자 일행이라고 소개를 받은 일련의 무리들이 수도원에 올라온 것입니다. 새벽 1시까지 글쓰기 작업을 하고 늦은 시간, 잠자리에 들었는데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깨보니 새벽 3시정도, 저를 깨운 소리는‘쏼라쏼라’의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였습니다. 도무지 잠을 청할 수 없는 소리들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수도원 룸은 방음 장치가 제대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떠드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소리는 너무나 무례했습니다. 참다 참다 화가 치밀었습니다. 그리고 떠드는 소리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이곳은 많은 목회자들이 영적 재충전을 위해 쉬는 곳이다. 왜 이 새벽 시간에 큰 소리로 떠들어 같은 동역자들에게 피해를 주는가? 그룹 토의를 하고 싶으면 홀 밖으로 나가서 토의를 해라. 적어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 주기를 바란다.”

리더 격의 중국인 남자 목사가 제 소리를 듣고 저에게 정중히 사과를 한 뒤에 그 소음들이 없어져 그날을 무사히 보냈습니다. 아마도 한국에 어떤 목회자 세미나가 있어서 메르스 공포에도 불구하고 이국땅까지 온 중국인 동역자들인데 내가 너무 심하게 몰아친 것은 아닌가 싶어 유감스러웠지만 일을 경험하면서 신앙인의 예의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바울은 겐그레아 출신의 뵈뵈 집사에게 대서사서인 로마서를 맡겨 전달하는 과정에 그녀를 천거하면서 로마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당부한 말씀이 기억났습니다.

“내가 겐그레아 교회의 일꾼으로 있는 우리 자매 뵈뵈를 너희에게 추천하노니 너희는 주 안에서 성도들의 합당한 예절로 그를 영접하고 무엇이든지 그에게 소용되는 바를 도와 줄지니 이는 그가 여러 사람과 나의 보호자가 되었음이라”(롬 12:1-2)

그리스도인들은 교회의 필드는 물론 세상의 영역에 대해서도 바울이 말한 특별한 이 예절을 지켜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스탄불 아타투르크 무스타파 케말 공항 로비에 일련의 중국인들이 검색을 마치고 삼삼오오 모여 있었습니다. 그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목 한 복판에서 컵라면 파티를 벌이며 난장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정말로 나라 망신을 시키는 일이었습니다. 한국행 비행기 보딩을 앞두고 출입구 휴식 공간 의자에 일련의 터키 젊은이들로 보이는 자들이 수많은 사람들이자리가 없어서 곤란을 당하고 있어 비난하고 있는 눈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세 네 개의 의자를 점령하고 누워 있는 꼴불견을 연출했습니다. 자기 나라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추태였습니다. 유럽의 모 호텔에서 비행기 연착으로 인해 하루 이틀 더 머물러야 하는 한국의 관광객들 중에 호텔에 비치된 다리미판에 삽겹살을 구워 먹고, 커피포트에 쇠고기 수육을 삶아 먹으며, 헤어드라이기 코일에 오징어를 구워 먹는 엽기적인 일을 벌이다가 4,000 유로의 피해 보상을 해주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자행하였다는 이야기를 전언해 들었습니다. 머리를 들지 못하게 하는 부끄러움입니다. 세계 경제 2위의 부자 나라 중국, 반만년의 전통이 있다고 자랑하며 선진국에 들어갈 날이 멀지 않았다고 자부하는 대한민국, 이슬람 국가 공동체의 자존심이라고 자칭 떠벌이는 터키라 할지라도 이런 무례를 행하는 자들이 있는 한 누가 그 나라들을 선진국이라 말하겠습니까?

나는 그리스도인들인 우리들이 합당한 예의를 지키는 운동에 주역들이 되어주기를 기대합니다. 누가 뭐라 하더라도 그리스도인들이 앞장 서주기를 기대합니다.

당장 내일 종교개혁지 순례에 나서는 아들부터 예의 있는 한국인, 그리스도인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예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