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지만 목사는 기도 교우들의 기도 덕분에 삽니다. 지난 2일부터 바울의 2차 전도여정을 교우들의 기도에 힘입어 돌아보고 왔습니다. 성경에 가바도기야로 명명되어 있는 터키의 네브쉐이르에 있는 크리스천들의 지하교회 데린구유(이탈리아의 카타콤과 같은 지역)에 도착하여 당시의 그리스도인들의 눈물겨운 신앙생활의 흔적들을 새기는 여행을 시작으로 그리스의 빌립보 및 고린도, 아덴을 거쳐 다시 터키 이스탄불의 하기야 소피아 성당까지 무려 2,000km의 여정을 육체적으로는 살인 여정이었지만 영적 사모의 열정으로 소화하고 돌아왔습니다. 순례 여정이야 설교를 통해 자세히 나누겠지만 이번 성지순례 여정의 결론적 소회는 ‘놀라움과 경탄’이라는 단어로 축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울이 지나갔던 여정에 대한 소회가 말입니다. 이번 순례 기간 동안 바울이 2차 전도여행의 과정에 거쳐 갔던 지명 중 거의 대부분의 육지 지역들을 순례하였습니다. “바울을 인도하는 사람들이 그를 데리고 아덴까지 이르러 그에게서 실라와 디모데를 자기에게로 속히 오게 하라는 명령을 받고 떠나니라”(행 17:15) 베뢰아에서 사역을 감당하던 바울의 신변이 위험해지자 베뢰아의 그리스도인들이 바울을 아덴으로 인도했다는 구절입니다. 허나 이렇게 성경에 아주 짤막하게 연이어 기록된 베뢰아에서 아덴까지의 그리스의 국토의 거리가 거의 반나절에 걸친 버스투어를 통해서만 도착할 수 있는 거리임을 확인하면서 아연실색하였습니다. 도무지 사람이 걸어서 넘기에는 기적과도 같은 타우루스 산맥을 넘으면서 바울이 이 산맥을 어떻게 전도 기간 중에 세 번이나 넘었을까를 경험하면서 그가 고린도교회에 주었던 편지 속에 담겨 있었던 고백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여러 번 여행하면서 강의 위험과 강도의 위험과 동족의 위험과 이방인의 위험과 시내의 위험과 광야의 위험과 바다의 위험과 거짓 형제 중의 위험을 당하고 또 수고하며 애쓰고 여러 번 자지 못하고 주리며 목마르고 여러 번 굶고 춥고 헐벗었노라”(고후 11:26-27) 마지막 날 일정이었던 이스탄불 투어의 프로그램이었던 콘스탄티노플 시대의 가장 아름다웠던 성당인 하기야(아야) 소피아 성당이 오스만 터키의 무슬림들의 손으로 넘어가면서 십자가가 내려지고 모스크의 첨탑으로 대치되었고 안에 있었던 귀중했던 예수님의 성화들이 훼손됨은 물론이고 지금 이슬람의 박물관으로 변해 있는 모습을 눈으로 목도하면서 다시 한 번 교회의 본질적인 생명인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없는 가시적 교회의 외형적 헛헛함이 신앙의 사수를 위해 지하로 숨어들어가 목숨처럼 예수님을 향한 신앙을 사수했던 데린구유에서의 비가시적 교회 공동체의 그리스도인들의 영성과 오버랩 되면서 많은 것을 성찰하게 하였습니다. 여행의 일정은 정말로 살인적이었습니다. 사고 이후의 후유증으로 이 일정을 과연 소화할 수 있을까를 염려한 것이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보았습니다. 감사하게도 교우들의 중보가 있었기에 육체적인 지침은 있었지만 무사히 일정을 마칠 수 있었음은 또한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제가 받은 은혜를 말로 표현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 같아 이번에는 순례 일기를 메모해 놓은 것을 기초로 홈페이지에 올려놓으려합니다. 교우들에게 전하는 간접적인 순례 보고가 바울의 땀과 눈물과 수고의 흔적의 체취를 함께 느끼는 감동의 시간들을 자리매김해 보기를 소망해 봅니다. 잘 다녀왔습니다. 교우들에게 인사를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