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근래 타는 열차들은 비둘기호에 비하면 마치 세단 급 자가용과 같은 안락한 열차들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비둘기호를 타고 다니던 이야기를 하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아득함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개인적으로 느린 기차 여행하면 왠지 모를 낭만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주에 교우들과 이 낭만 여행을 해 보려고 합니다. 담임목사와 함께 하는 힐링 독서 기차 여행이 바로 그것입니다. 무거운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볍게 근처에 있는 지역으로 열차 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일행들과 함께 읽기로 한 책에 대하여 나누고 토론하고 또 근사한 카페에 가서 차 한 잔도 하고, 식탁 공동체도 나누고 그리고 돌아오려고 합니다. 오고 가는 과정에서 따뜻한 이야기도 나누고 기차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광도 함께 즐겨보고 뭐, 그렇게 슬로 라이프의 삶을 나누고 돌아오려고 합니다.
현대인들은 너무 빡빡한 삶의 테두리에 갇혀서 쳇바퀴가 돌아가는 것과 같은 시간에 구속되어 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쓴 책에도 소개된 베를린 예술대학 교수인 한병철 교수가 쓴 ‘시간의 향기’ 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긴 것과 느린 것이 없이 빠르게 산 삶, 짧고 즉흥적이고, 오래가지 않는 체험들로 이루어진 삶은 ‘체험 속도’가 아무라 빠르다 한들 그 자체는 짧은 삶일 뿐이다.”
이번에 기차 독서 여행을 통해 조금은 긴 호흡을 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더불어 느린 삶도 체험해 보려고 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빠름 속에 노예가 되어 있는 우리들을 아날로그의 느림 속으로 초대해 보려고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기차 여행을 통해 지금 목회 현장에서 번 아웃(burn-out) 직전인 저 또한 힐링을 경험하고 기회로 삼고 싶은 생각이 굴뚝입니다.
이번 기차 여행의 테마는 느림과 긴 호흡으로의 초대입니다.
오늘 목양터 이야기마당을 쓰는 시간까지 6명이 신청했는데 토요일이라는 분주함이 있어 그리 많지 않은 인원이 신청했지만 이들과 함께 이 행복한 여행을 다녀오고자 합니다. 늦었어도 동참하실 분들의 문은 열어 놓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