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성경을 세상에 풀어내는 현장 목회자이다. 물론 성경과 상관없이 목회하는 목회자는 없겠지만 저자는 유독 성경연구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신학교 선배인 저자는 신학교에 갓 입학한 내게 ‘신학생은 누구보다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남들보다 세 배의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지겹도록 말하곤 했다. 지금도 내 귓가에 맴돌고 있을 정도로 그의 목소리는 솔직하고 진지했다. 십수 년 전, 내가 이스라엘에서 어렵사리 유학하고 있던 시절에 그가 성지순례로 이스라엘을 방문했고 그를 예루살렘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내게 이렇게 말한다. ‘네가 참 부럽다. 성경의 땅에서 성경을 배우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하고 말이다. 내가 기억하는 저자는 세상과 교회,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의 어느 경계선에서 시대의 예언자로 사역하며, 성서 연구와 묵상으로 하나님의 메시지를 양방향을 향하여 외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저자의 신간 “신사사시대에 읽어야 할 사사기”에서 사사기가 이스라엘 초기 역사에서 가나안 땅 정복과 정착에 대한 커다란 틀을 형성하고, 하나님의 지시에 대한 이스라엘 백성의 순종, 그리고 그들의 민족 정체성 확립이라는 커다란 내러티브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저자는 사사기를 자신의 내러티브로 풀어내고 있다. 그는 구약성서를 전공하거나 관련 학위를 갖고 있지 않음에도 목회자의 시각에서 사사기의 내러티브를 풀어낸 것이다. 사사시대의 이스라엘 모습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자화상으로 이해하는 저자는 여호수아의 이스라엘이 ‘가나안화’ 되어가는 모습에서 오늘의 한국교회를 ‘세상이 염려하는 교회’로 규정한다. 저자의 말대로 ‘사사시대’는 오늘의 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는 사사시대를 이렇게 정의한다. ‘사사시대의 정의를 하나님 없이 자기들의 소견이 옳다고 믿은 것을 그대로 관철시켰던 시대.’ 저자가 사사기 읽기를 강조한 이유도 오늘의 현시대가 사사시대보다 더하면 더하다는 것이다. “사사시대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영적 황무함을 지독하리만큼 경험하고 있는 내 사랑하는 교회를 생각하면 시인의 고백처럼 밤마다 눈물로 내 요를 적시는 동통의 몸서리치곤 한다”는 절규에서, 저자는 성서로 간파하는 시대정신으로서 ‘마구잡이 시대’(random age), ‘그리스도없는 시대’(Christless Christianity, 예수에 대한 케리그마가 중단된 시대)라고 규정한다. 저자 스스로 “구약학자가 아니라 현장 목회자이다”라고 고백하듯이, 그의 사사기는 결국 자신의 신학적 사색을 자신의 내러티브로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신사사시대에 읽어야 할 사사기”에서 저자는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경험한 때문인지 이스라엘의 지리적 이해를 저자만의 탁월한 메시지로 풀어낸다. 사사기의 특징상 적지 않은 지리적인 명칭들이 등장한다. 이스라엘 민족의 12지파 땅 분배, 지파들 사이에 벌어진 영토분쟁, 가나안 땅의 원주민과 다퉈야만 했던 제의 장소(cultic place) 등 사사기에 묘사된 방대한 지리적 요소들이 저자의 글에서 섬세하고 생생하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성서에 나타난 대부분 지명이 그곳에서 일어난 성서의 사건을 함축하고 있는 특징 때문에 그 사건을 이해하고 그곳의 신앙적 의미를 발견하는데 지명 연구는 필수적이다. 저자는 사사기의 지리적 요소와 지명을 놓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곳 혹은 그 사건의 신앙적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렇게 저자의 사사기는 나의 사사기로 성큼 다가오게 한다. 그의 “신사사시대에 읽어야 할 사사기”를 읽는 독자들도 그들의 사사기를 읽어낼 것이라고 확신하다. 마지막으로, 그의 사사기를 나의 사사기로 읽으면서 꼭 인용하고 싶은 그의 글이 있다. “예루살렘 성벽 재건을 천신만고 끝에 완성한 느헤미야 총독은 에스라를 초청하여 수문 앞(watergate) 부흥회를 개최한다. 에스라가 수문 앞으로 모여든 백성들 앞에서 율법을 낭독하고(reading), 해석하자(interpreting) 그들이 울었다(weeping)고 보고한다. 한국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이여! 가능하다면 이 시대 우리의 보김에서 울지 말고, 수문 앞 광장에서 울자. 이게 나라냐고 질문하는 기막힌 신 사사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 조국교회의 예배당마다 보김이 아닌 수문 앞 현장의 울음을 하나님께 드리는 눈물의 현장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울음도 울음 나름이다.” 김진산 목사 터치바이블 대표, 이스라엘 바르일란 대학교 구약 성서지리학 전공 (Ph,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