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인천으로 가기 위해 모든 준비를 마치고 출발하려고 하는데 고 권혁순 권사님이 위독하다는 소식이 당도했습니다. 중추절 모든 계획을 원점으로 돌리고 권사님에게 달려가 보니 반 즈음이 동공이 풀린 상태였고, 호흡을 무척이나 힘들어 하시는 상태였습니다. 짐작하기로는 오늘을 넘기시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저녁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부고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후 유족과 함께 장례 일정을 상의하고, 짧은 3일장으로 장례를 은혜롭게 마쳤습니다.
금년 2월 어머님을 하나님의 나라에 이사시킨 불효자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그런지 아버지의 별세에 대해 아파하는 유족들을 보니 마음이 아렸습니다. 기억에 저는 어머님의 입관을 보면서 거의 정신력으로 버텼던 기억이 있었고, 누님은 아예 입관의 장소에 내려오지 못하게 할 정도로 아팠던 경험이 있었기에 유영남 권사님이 입관 예배 장소에 내려오지 않기를 바랐지만 담대하게 유 권사님이 참석한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 참 존경스러웠습니다. 고인의 얼굴을 덮기 전에 마지막 작별의 인사를 하는데 유 권사님이 남편에게 와서 이렇게 흐느끼며 말씀하셨습니다.
“여보, 편안하게 쉬세요. 당신을 정말로 사랑했어요. 다시 만나요.”
이제 내년이면 목회의 여정에 들어온 지 30년이 됩니다. 그 동안 참 많은 장례식을 인도하였기에 사석에서 농으로 이제는 장례 예배는 눈감고도 한다고 설레발을 칠 때가 있습니다. 정말로 많은 장례를 인도했습니다. 그 수많은 장례 예배 중에 오고 갔던 수많은 말들이 있었습니다. 헌데 이번 장례예배에서 입관에 앞서 흐느끼며 남편의 시신을 바라보며 ‘당신을 정말로 사랑했어요.’라고 작별 인사를 하는 유 권사님의 고백은 백미였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고인이 조금 더 젊었을 때 아내의 신앙의 길처럼 올곧게 달려간 날만 있었던 분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때는 아내에게 눈물 흘리며 기도하게 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남편에게 좋은 기억만 남아 있을 리 만무인데도 3년 여 투병 생활을 해 온 남편을 위해 정말로 최선을 다해 간호하며 아내의 몫을 다한 결과 남편을 하나님의 나라로 아름답게 인도할 수 있는 은혜를 보게 되었음을 우리는 동의합니다.
그리고 그 남편을 하나님의 나라로 파송하는 날, “여보, 당신을 정말로 사랑했어요. 다시 만나요.” 라고 가장 감동적인 사랑 고백으로 작별 인사를 한 유 권사님의 그 따뜻한 사랑의 밀어는 담임목사가 또 하나 잊지 못하는 목양의 흔적이 되게 하는데 저금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사랑합니다.’
이는 국적, 인종, 언어, 문화, 종교를 초월하여 누구든지 이해할 수 있는 인류 최고의 유일한 공용어입니다. 그러기에 그리스도인들은 더 더욱 이 언어를 많이 사용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 만나는 사람들에게 ‘사랑합니다.’라고 표현하고 말하는 행복한 날이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권혁순 권사님, 담임목사가 참 사랑했습니다. 다시 만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