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덕 목사의 <신-사사시대에 읽는 사사기(1)>에 대한 추천사 이강덕 목사는 스스로를 “시골목사”로 부르는 겸손한 작가이다. 이 작가와 절친 사이인 필자는 그를 거리낌 없이 “재야의 은둔 고수”라고 부른다. 그는 1년에 다양한 장르의 100권의 책을 샅샅이 정독하고, 권마다 서평을 남기는 지독한 독서광이요 부러운 메모광이다. 바쁜 목회현장에서 몸에 밴 독서의 양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독서 후 서평을 남기는 성실함과 치밀함이 늘 부럽다. 저자의 처녀작 <시골 목사의 행복한 글 여행>(2016년 간행)에 대한 추천의 글에서, 필자는 저자의 주옥같은 성서 강해 원고들도 때가 되면 잘 갈무리하여 세상에 내놓을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바 있다. 드디어 시골 은둔 고수의 성서 강해가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 책은 필자의 발굴과 권고와 협박의 결실이기도 하다. 저자의 사사기 강해는 사사기에 대한 역발상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전문 성서신학자들의 성서학 주석은 물론이고, 전문 성서학 논문도 찾아서 읽고 고민하며, 충분히 소화하고, 성서학자들의 해석을 날카롭게 비판할 줄도 아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현장설교자이다. 성서신학자들의 사사기 연구서들은 상당히 전문적인 나머지 대체적으로 건조하여 현장의 설교자나 일반 독자들에게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목회자들의 사사기 강해서들은 전문성이 떨어져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저자는 목회신학자요 실천신학자로서의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 목회현장과 최전선의 사령관으로서 현장신학자인 셈이다. 나름 신학자로서의 자존심이 있는 저자의 사사기 해석은 일반 설교자들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급기야 기라성 같은 성서신학자들의 사사기 해석에도 날카로운 메스를 갖다 대고, 설득력 있게 비판적으로 대화하며 자신만의 독특하고도 기발한 해석을 도출하기도 한다. 이 점이 이 책을 기존의 사사기에 대한 역발상이라 부르는 까닭이다. 사실 한국교회의 사사 상(像)은 대체적으로 미화되고 왜곡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사들이 하나님의 위대한 일꾼으로 영웅화된다. 그러나 사사기의 이야기는 나선형 하강(downward spiral) 형태로 기술되어 있다. 사사기에 나오는 각 주기의 영웅담은 이전에 나오는 영웅담의 단순한 반복(순환론적 역사관: a cyclical view of history)이 아니라 각 사사들의 자질과 그들의 지도력이 점점 더 하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후반부로 갈수록 사사들은 하강곡선을 탄다. 후반부로 갈수록 사사들은 점점 타락한다. 기드온은 말년에 우상숭배에 빠지고(삿 8:22-27), 입다는 성급하고 불필요한 맹세로 자신의 딸을 잃게 되고(삿 11:30-40), 삼손은 자만에 가득 차 있고 성욕을 절제하지 않음으로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삿 13-16장). 저자는 사사들의 이러한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사사들의 영웅화”를 바로 잡으려고 노력한다. 저자는 전성민 교수가 정의 한 “신앙의 이름으로 포장된 욕망의 시대”라는 사사기 정의를 수용하여, “신-사사시대”라고 재 정의한다. 저자는 말한다. 성경에 증언된 사사시대를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하는 것은 이런 시도를 통해 신-사사시대를 살고 있는 2022년의 한국교회가 욕망의 시대를 닮지 않도록 하는 거울로 삼기 위함이다.
이 책은 기존 전문 성서학자들의 사사기 해석을 모판으로 삼고, 인문학적 성찰을 거친다.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은 다양한 장르의 독서에서 길러졌다. 저자는 시, 문학, 소설, 철학, 심리학, 종교학, 사회학 등 다양한 독서로 다져진 인문학도 이기도 한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인문학적 자질을 가진 몇몇의 탁월한 목회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사사기에서 건져낸 본문의 본래적 의미는 이러한 인문학적 통찰과 해석을 거치면서 오늘의 의미로 재탄생한다. 여기에 조국교회를 뜨겁게 사랑하는 저자의 목회적 심장이 작동한다. 저자는 항상 주군(主君)을 의식하는 타고난 목회자이다. 성서학과 인문학 그리고 목회학이 어울려 지면서 전혀 새로운 사사기 해석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독보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다음과 같은 절규에 필자의 심장도 공명함을 고백하며, 독자들에게도 동일한 감동이 전달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본서가 통상적이고 상투적인 사사기 강해 이야기로 읽히지 않기를 희망한다... 펜데믹 시대를 경험하면서 신-사사시대라는 블랙홀 속으로 더한층 빠르게 빨려 들어가는 한국교회의 무너짐 을 염려하여 어떻게 하든 그 무너짐을 다시 곧추 세워보려 하는 현직 목사의 신앙적 살아내기 이자 몸부림이라는 절규로 읽어주기를 기대한다.
차준희(한세대학교 구약학 교수, 한국구약학연구소 소장, 한국구약학회 학회장 역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