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아날로그 휴가를 마치고2024-04-17 15:33
작성자 Level 10

아날로그 휴가를 마치고

 

1년에 한 번가족과 함께 삶의 재충전은 물론이고 달려온 지난 기간들을 되새겨 보는 휴가는 저에게는 귀한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지난 한 주간아내와 아들이 또 모처럼 함께 고즈넉한 시간을 가지며 휴가처에 머물러 있었습니다매년 드는 생각이지만아들이 결혼을 생각해야 하는 나이이기에 혹시나 애인이 생기면 부모와 함께 휴가를 보내려고 할까 하는 노파심 때문에 금년에 혹시나 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들도 함께하는 휴가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아들과 함께 휴가를 보낼 때마다 반갑기는 하지만 염려되는 부분은 스케줄 문제입니다저희 부부는 체력의 한계가 있고아들은 에너지가 넘쳐나고이런 이유 때문에 보폭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이번 휴가는 아들이 부모의 체력에 맞추어주는 효도(?)를 해주어 체력적으로도 그렇게 힘들지 않은 조금은 여유 있는 휴가를 보내고 왔습니다.

한 주간 내내 내린 비 때문에 휴가 기간이었지만 저희들이 방문한 장소는 지금이 휴가철인가를 의심하게 하는 적막감이 들 정도의 한산함이 있었습니다그래서 그런지 저희 가족들은 도리어 내리는 비가 반가웠습니다조용함 속의 시간을 걸을 수 있었기에 말입니다그 고향의 재래시장에 방문하여 사람 사는 냄새를 느껴보았습니다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는 장소에서는 선조들의 지혜를 배웠습니다요절한 한 대중가수의 이름을 딴 거리에서는 아날로그 냄새가 진한 음악도 들어보았습니다대한민국 경제의 불씨를 일으킨 신화가 이루어진 장소에서는 허리를 띠를 졸라매었던 제 시대와 동년배 막후의 베이비부머들의 땀 냄새도 맡아보았습니다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삶의 현장에서는 자녀들을 보란 듯이 키우기 위해 누군가의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억세게 달려온 아낙네들의 몸에 밴 비린내도 정겨움으로 훑어보았습니다또 어느 날은 산사(山寺)에서 들리는 목탁의 둔탁함 소리를 들으면서 교회에서 벌어지는 세상의 소리보다 못한 아우성이 잦아들었으면 하는 아이러니한 소망도 가져보았습니다.

돌아오는 날차량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정보를 보니 휴가처에서 집까지 323km, 운행예정 시간 약 3시간 10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순간이렇게 가까울 리가 없는데 위성 정보가 뭘 잘못 파악했다 싶은 오기를 갖고 알려주는 정보를 따라 주행을 하다가 시간적으로 가까워 진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불과 몇 달 전에 새롭게 개통된 남도의 동서고속도로를 경유하였기 때문임을무려 기존 도로보다 약 30분 정도를 절감할 수 있게 해준 새로운 고속도로 때문임을해서 2시간 40분의 시간으로도 집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그러고 보니 내가 알지 못하고 있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수고와 땀방울들로 인해 나는 이미 큰 도움을 받고 있었던 존재라는 사실에 그냥 감사해졌습니다.

아베 피에르가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철학자 사르트르의 말에 정반대로 타인과 단절된 자기 자신이야 말로 지옥이다.’라고 말한 것에 나 또한 한 표를 던지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었습니다.

디지털의 변화의 속도가 분마다 초마다 달라지는 숨 가쁜 시대에 속한 나이기에 그런지 비록 5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날로그 냄새 진한 가족과의 여행이 행복한 여정이었음에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