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아, 보내준 책 잘 받아서 숙독했다. 번뜩해서 전화했는데 한 가지 제안하자. 너도 알다시피 난 이제 4학기 뒤에 은퇴한다. 은퇴 뒤에 뭘 할까를 많이 고민했는데, 네 책을 읽고 나서 미션이 하나 생겼다. 콜라보 해서 책 집필 하자.” 서울신학대학교에서 후학을 길러내며 사역한 친구 교수가 며칠 전에 느닷없이 전화해서 제안한 내용은 이렇다. “『신 사사시대에 읽는 사사기 Ⅱ』정말로 밑줄 치면서 읽었다. 구약학자로 평생 살아온 나로서 네 책을 읽으면서 진심으로 성서 신학자로서 정말 큰 의미의 도전을 받았다. 구약학자가 아닌 현장 목회자가 다룬 사사기 연구도 이런 수준의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먼저 박수를 보내면서 칭찬한다. 더불어 독서를 마치고 내게도 한 가지 꿈이 생겼다. 그 꿈은 구약 성경 전 권에 해당하는 성서 신학적 주해는 내가 하고, 친구는 그 텍스트와 콜라보 된 현장 목회자가 해석한 콘텍스트적인 강해를 병행해서 책을 집필하면 대단히 가치 있는 수작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꿈이다. 우리 모세 오경부터 해보자.” 친구 교수의 뜬금없는 제안을 받고, 먼저는 구약 성서 신학자가 졸저를 고무적으로 평가해 주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평상시에는 신학교 동기이기에 이놈, 저놈 하는 막역지간이라 진중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못했는데, 친구의 제안이 사뭇 진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하고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친구와 대화를 마치고 조금 깊게 친구의 제안을 생각해 보았다.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전심하여 현장 목회자가 이해한 사사기 연구를 2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빌린 뒤에 세간에 내놓았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구약학자들이 맹공하면 어떻게 하지? 라는 두려움이 없는 것인 아니었지만, 맷집도 조금은 더 생겨 일을 저질렀다. 출간 이후, 구약학자가 아닌 나이기에 구약 주석적 접근이 많이 허접할 것이라는 비판에 항의하지 않고 겸손하게 동의하겠다는 의지가 내겐 있다. 그런데, 구약학자인 친구가 제안한 콜라보적인 책 출간 요청은 내게 용기를 불어넣는 감사의 일이었다. 친구가 제안한 대전제인, 텍스트에 대한 성서학적인 이해 챕터는 학자인 친구가 맡고, 반면 정글 같은 삶의 현장에서 야기되는 컨텍스트에 대한 치열한 이해는 목사인 내가 맡아 노력하면 질 높은 책을 만들어내 교계와 동역자들에게 선한 기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스며 올라왔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친구가 말한 내용 중에 외연을 조금 축소하는 것이 현실적인 것 같아서 구약 성서 전권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친구 교수의 박사학위 분야인 지혜서부터 해보면 어떨까 싶어, 이제부터 지혜서에 연관된 일체 자료(전문 도서, 논문, 저널, 신학적 함의가 내포되어 있는 강해 서적 등등)들을 모으고 독서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아직 2년이라는 시간적 텀이 있지만, 은퇴하는 친구에 비해 나는 사역의 현장을 지키는 일과 병행해야 하기에 오히려 친구가 제안한 콜라보 사역을 성공적으로 감당하기 위해서는 내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아, 조금씩이라도 준비하며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성큼 다가왔다. 더불어, 그 시기는 더 노년으로 들어가는 길목이기에 감당할 체력, 영력, 지력 유지를 위해 가일층 자기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함이 분명하다. 천로역정의 길을 같이 걸어가고 있는 친구가 길벗이자 글벗이 돼 주어 감사하기가 그지없다. 친구가 은퇴하는 날까지 선방해 주기를 중보 하고, 건강하기를 더불어 기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