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편치 않은 휴가를 떠나면서2024-08-24 09:51
작성자 Leve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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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너무 덥습니다. 예년 같으면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지친 여름의 흔적들을 날려 보낼 만도 한데 올해는 폭염의 기세가 도무지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8월의 마지막 주간입니다. 매년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 주간은 교회학교 여름 사역을 마치고 부 교역자 휴가도 끝났기에 갖게 되는 여름 정기 휴가 기간입니다. 하지만 일주일 휴가 기간을 갖는 마음이 영 편하질 않습니다. 교회를 한 주간 비워야 하는 마음이 그렇습니다. 이미 다른 교회 청빙이 완료되었지만,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았기에 사임이 유보된 부 교역자가 교회를 지켜야 하는 도무지 해석이 안 되는 어정쩡한 상태도 그렇고, 설상가상으로 코로나가 끝나 엔데믹이 선언된 지가 어언 1년이 지난 어간을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가 다시 확산하는 추세이기도 하고, 주중에는 갑상선 수술을 앞둔 지체도 있기에 마음이 영 편치를 않은 게 사실입니다.

매년 6월 말에 기도원에 올라가 한 해 후반기 목회를 위해 다잡이하는 기도 주간도 놓쳤던 터라 기실, 영육이 많이 지쳐 있는 게 사실입니다. 심정적으로는 리더십이 없는 상태에서 교회를 비우는 마음이기에 휴가를 떠나는 마음이 대단히 불편한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한 주간, 교우들에게 신실한 마음으로 당부합니다. 새벽예배의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채우기를 부탁합니다. 공 예배 자리를 빠지지 않고 지키기를 청합니다. 직분자들은 하루에 한 번은 교회에 나와 중보 사역을 감당하며 교회가 비워지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시무 사역자들은 더더욱 사명감을 가지고 하루 한 번은 교회를 방문해 기도의 끈을 놓지 않기를 부탁합니다.

지난 주간, 서울신학대학교에서 제자들을 양육하고 있는 친구 교수와 사적으로 전화하다가 교회 제반 상황을 전했는데 위로가 아니라 친구로부터 야단치는 지청구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 목사, 너 없이도 세인 교회는 돌아간다. 제발 스스로 목조이지 말고 쉼이라는 시간을 가져라. 그래서 조금 더 살아라.”

 

비수가 되어 꽂혔습니다. 이번 휴가 기간은 나를 스스로 옥죄는 일중독의 사슬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물론, 잘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 보렵니다. 다만 김지안 집사의 치료 과정은 휴가처에서도 붙들려고 합니다. 가방에 아직 손에 들지 못했던 아브라함 죠수아 헤셀의 어둠 속에 갇힌 불꽃과 이성복의 산문 고백의 형식들을 담아 놓았습니다. 고즈넉한 시간의 공간에서 재충전이라는 보약을 먹고 힘 있게 돌아올 수 있도록 교우들에게 중보를 부탁드립니다.

오래전에 이관직 교수의 글을 읽다가 밑줄 그은 문장이 오늘은 떠오릅니다.

일이란 참으로 유익하고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그 일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결정하는 근거로 존중되거나 찬양받아서는 안 된다. 일이 비록 유익하고 필요한 것이라 하더라도 일이 어떤 사람의 모든 관심사가 될 때 일은 우상이 된다.” (이관직, 목회심리학, 국제제자훈련원, 150)

일주일, 우상에서 멀리 서 있어 보렵니다. 교우들이 강건하기를 화살기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