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사무실 upgrade2024-08-10 07:46
작성자 Level 10


 

부목사가 휴가 주간이었던 지난주, 사무실을 빈자리로 놔둘 수 없이 1층에서 거의 살았다. 평상시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내려오지 않는 공간이지만, 사무실이 텅 비어 있는 게 보기에 안 좋아 근무 장소를 1층으로 아예 옮겼다. 자연스럽게 아주 오랜만에 1층 사무실 환경을 훑다가 눈살 찌푸리는 일이 몇 개가 보여 열 일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재정부 제2 컴퓨터 환경이었다. 재정 및 교적 프로그램이 들어 있는 제2 컴퓨터를 열었더니 바탕화면으로 부팅되어 걸리는 시간이 한세월이었다. 순간, 회계 사역을 하는 권사님이 존경스러워졌다. 이 환경을 어떻게 견뎠지? 속 터지게 느린 컴퓨터를 기다리는 일만 해도 이미 담당 권사님은 성녀의 반열이란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교회 컴퓨터 환경을 맡아 관리하는 지인 집사께 전화를 넣어 컴퓨터 상황을 점검했더니, 집사님 왈, 이런 환경에서 업무를 보신 분은 참을성이 대단한 분이라는 우회적 충고를 들었다. SSD를 하나 더 정착해서 하드 환경을 개선해 속도를 개선했다. 여타 다른 프로그램도 최신 것으로 upgrade 했다. 다시 환경을 조성하고 세팅하자 눈에 보이게 속도가 빨려져 새 컴퓨터로 변신했다. 주일에 회계를 맡아 섬기는 지체가 컴퓨터를 열면 신세계를 만날 것을 상상하니, 왜 좀 더 일찍 섬김의 환경을 조성해 주지 못했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사무실에 있는 화분들에 물을 주고, 주일마다 교우들이 이용하는 핸드드립 커피 도구들을 살펴보니 커피 때가 덕지덕지해 몇 번을 씻었는지 모른다. 냉장고도 정리해서 오래된 냉동식품과 냉장 식품 중에는 곰팡이가 핀 것이 보여 경악했다. 유통기한이 1분이라도 지난 것은 깨끗하게 폐기 처분했다. 폐지를 정리하고,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기기들도 책상 위로 올려 정돈하고, 쓸고 닦자, 사무실 분위기가 일신 된 느낌이 들 정도로 산뜻해졌다.

매주 토요일마다 할당 구역을 분산해 교우들이 청소를 하지만, 내심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많은 게 사실이다. 부 교역자에게 지시하는 것도 사치다. 내 집, 내 것이라는 마음을 품지 않으면 항상 그렇게 대하는 대상물들은 마틴 부버의 일침대로 ‘IT’가 되어 비인격적으로 대하는 천덕꾸러기가 되기에 그 안에 담보된 사랑의 마음이나 생명력이 있을 리 없다. 내가 더 많은 욕심이 있어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일주일,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느낀 소회는 유감스러움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내 교회를 돌보는 것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성전과 성물을 관리했던 레위 지파의 사명감이 있을 때만 진정성이 있게 돌보게 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부 교역자가 없는 주간, 1층 사무실을 지키며 근무하며 또 특별한 공부를 했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돌봄은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못한다는 것을 절감한 공부였다. 절묘한 타이밍이다. 오늘 주일 설교 텍스트가 요한일서 4:7-12절인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