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라고는 하지만 너무 덥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덥다. 올해는 예년과 다른 몇 가지가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느낌이 그리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예컨대, 매미 소리가 작년에 비해 훨씬 못 미치는 느낌이다. 개체수가 상당히 많이 줄어든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다른 하나는 교회 뒷 정원에 심어놓은 포도나무에 달린 머루 포도의 상당수가 벌 공격을 받아 떨어졌다는 점이다. 왜 벌들이 포도를 공략했을까? 소설 『개미』로 이름을 알린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꿀벌의 예언』에서 상상한 대로 기후 변화로 인해 벌들이 공략해야 할 꽃들이 급감하여 급기야는 먹을 게 없어서 이제는 포도까지 공략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은 아닐까 싶어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든다. 마지막 하나의 기이한 현상은 까마귀의 창궐이다. 오래전, 제주도 여행을 했을 때, 4,3 유적지를 찾아보았을 때, 하늘을 뒤덮고 있던 까마귀들이 떼 지어 날아다니는 것을 보며 을씨년스러웠던 기억이 오롯하다. 다른 나라에서는 까마귀를 길조라고 인식하는데, 이상하리만큼 우리나라 문화에서만 흉조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책의 정보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제천은 위도상 까마귀 서식지가 아닌데, 근래 까마귀가 제법 많아진 것을 보면, 역시 기후 변화와 연관되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이제 비가 내리면 아열대 지역의 스콜처럼 내린다. 우리나라가 아열대화되고 있다는 보고일 수 있다. 말라리아가 창궐하고 있는 여름을 보면서 이전 여름에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전무(全無)했던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오늘의 현실 앞에서 내 세대는 물론, 다음 세대가 이어나갈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서 오늘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다시금 다잡이 하는 여름을 보낸다. 8월은 가을을 잇는 가교의 계절이다. 이제 조금 후면 일 년이라는 크로노스의 순환 궤도 중에 가장 인간이 살기 좋은 계절로 접어든다. 그때를 기다리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창조의 주께서 태초에 만들어놓으신 보시기에 심히 좋았던 그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까를 깊이 고민해야 할 시기다. 8월은 8월대로 아름답고, 이어질 가을은 가을대로 아름다운 계절의 여운을 후대에 계속해서 남겨주어야 할 사명을 우리 세대가 갖고 있음을 재삼, 재사 각인해야 한다. 대단히 조심스러운 예측이지만, 아직 데드라인을 넘지 않았다는 기후 학자들의 전망이 있기는 하지만, 이 시간도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음이 분명하다. 다시 말하면 이 땅에 사는 우리 세대 모두가 마지막으로 달려가는 막바지 분초에 몰려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시기이다. 교회 정원에 심어놓은 포도를 맛보려는 욕심은 올해 접어야 할 것 같다. 매우 유감스럽고 아쉽다. 8월 첫 주일을 맞는 소회가 꿀꿀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