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목사들이 사적 자리에서 모이면 두 가지 이야기를 나눈다. 하나는 건강 이야기고 또 하나는 은퇴 준비 이야기다. 현실적으로 닥친 이야기이기에 신중 모드로 전환되어 이야기가 오간다. 특히 건강에 관한 ‘알쓸신잡’은 친구 모두에게 초미의 관심사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친구 목사가 이렇게 말했다. “고쳐 쓸 수만 있으면 천만다행이다. 고쳐 쓸 수 없는 게 문제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아직은 6학년 재학 중이라서 그런지, 친구들에게는 고쳐 쓰는 이야기가 회자(膾炙)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고쳐지지도 않을 때가 오리라고 생각하고 지금부터 잘 준비해야 한다고 핏대를 세우는 친구들의 말도 조금씩 들린다. 몇 달 전부터 승용차가 아슬아슬하다. 차 떨림 현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이상 증상이 보일 때만 해도 주행 속도 60〜80km 상황이 되면 떨리던 현상이 있어 A/S 센터에 수리를 요청했더니 차량이 노후되어 휠얼라이먼트의 균형이 맞지 않는 것과 타이어 마모의 문제로 인해 생긴 현상이라는 진단을 받고 타이어를 교체하고 휠 수리도 맡겨 고쳤는데, 이제는 도리어 100km로 주행할 때도 떨림이 느껴져 이전보다 더 상황이 안 좋아졌다. 기동력 없이 사역을 할 수 없기에 진단을 다시 받았다. 이전 문제를 수리한 기사 왈, 이번에는 드라이브 샤프트라는 등속 조인트가 노후화되어 일어나는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여 교체해야 한다고 한다. 제천에 이 부품은 없어서 부품을 신청해 놓았고 이번 주간 수리할 예정이다. 차를 수리하는 기사가 부품을 신청하며 사족 하나를 달았다. “고객님의 차량 주행 거리가 200,000km를 넘어섰기에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기사의 말을 듣다가 갑자기 친구들과 나눈 건강 담론이 떠올랐다.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 고장이 나는 게 정상이란다. 다만 고쳐 쓸 수 있으면 그게 희망이란다. 어느 날이 되어 더 이상 고쳐 쓸 수 없는 때가 오면 그때는 희망을 접는 게 용기라고까지 했다. 부인하고 싶지만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팩트다. 연말에 구 차량을 정리하고 신차를 구입할 계획을 실행위원회에서 세웠다. 그러기에 적어도 4〜6개월은 지금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지금의 상태로는 시내 주행 정도는 무리가 없겠지만, 장거리 주행은 겁이 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고칠 수만 있다면 다행인데 고쳐지지 않을까 염려되는 면이 있다. 나는 목화지이기에 개인적으로 건강 관리에 최선을 다한다. 같은 맥락으로 성격상, 지난 10년간 차량 건강 관리도 매우 철저하게 한 편이라 승용차를 애인처럼 다루어 10년간 별 탈 없이 효자 역할을 잘 감당해 주었는데, 지금의 상황은 아쉬움이 크다.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이 땅에 존재하는 일체 생물은 물론 역학의 관계로 돌아가는 물리적 기계 시스템에게 적용되는 만고 철학적 개념이 있다. “세월 앞에 장사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