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아버지2024-06-17 15:22
작성자 Leve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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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현장에서 어머니에 대한 글을 많이 쓴 편이다반면 아버지에 대한 추억느낌에 대해서는 많이 말하지 못했다왜 그랬을까내 나이에 있는 아들들이 대부분 느끼는 서먹함 때문이다. 1924년 이시니까 살아계셨으면 한국 연세로 올해 101세가 되셨을 아버님이다야만적인 일본의 강압 통치 시절에 태어나셨고한국 전쟁이라는 최악의 시대에 육군 소위이셨기에 언제나 위험을 안고 사셨고, 315 부정 선거의 패거리 정치의 암울함도 경험하셨고그로 인해 찾아온 419 혁명이라는 짧은 봄날도 여운도 느꼈을 것이지만, 516 군사 정변을 경험함으로 근 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체감하셨을 격동의 시대를 사셨기에 당연히 자식들에게는 가부장적인 권위를 갖고 계셨던 아버님이셨다하지만당신이 하셨던 전기사업의 실패를 통해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잃어버리고 그냥 숨죽여 사셨던 아버님의 삶이 떠 오른다가슴 아픈 말이지만사업의 실패로 완전히 일어설 수 없는 연세가 아니라얼마든지 마음을 먹으면 재기할 수 있는 여력이 나이이셨음에도 불구하고아버지는 일어서지 못하셨다아내는 강하다는 말처럼 억척순이셨던 어머님이 아직도 어린 자식들의 생계를 책임지시다 보니아버지는 더욱 작아지셨다어렸을 때 생각했다아니조금 나이가 들어 어느 정도 사리 판단이 가능해졌을 때왜 아버지는 생떼 같은 3남 1녀라는 자식과 아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무능했을까물으며 아버지에게 정서적 비수를 꽂은 적도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이제 나 역시 노년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다다르면서 아버지의 뒷모습이 선연하게 보인다왜 일어서고 싶지 않으셨을까왜 처자식에 대한 책임감이 없었겠는가왜 가장으로남편으로아버지로 당신은 다시 보란 듯한 삶을 살고 싶지 않으셨겠는가가 보인다당신의 입장에서 상황이 허락하지 않아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던 홀로’ 자괴감은 내가 판단해서는 안 될 몫이었는데 나는 그것을 보지 못했고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던 나쁜 아들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1992년 4월 30일 막내아들이 목사 안수를 받은 이후 주일에 어머니께서 다니시는 교회에 아버지께서 첫걸음 하셔서 병상에 누우실 때까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주일을 지키시며 신앙의 여정에서 경주하셨다나는 아버지가 교회에 처음 출석하시는 날참 많이 울었다단지 아버지가 교회에 출석하셨다는 감격 때문만이 아니라아버지가 여력이 있는 동안자식에게 아주 작은 힘이 되는 아비가 되겠다는 일념을 보여주신 그 사랑이 목에 겨웠기에 울었다.

2008년이니까 이제 아버님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신 지 16년이 되었다목양의 현장에서 아주 힘이 들 때면아버님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 이천 호국원을 다녀온다납골함 앞에 서면 이렇게 기도하고 돌아온다.

아버지아버지의 막내아들도 태어나서 너무 행복하고 감사했습니다때가 되면 다시 뵐게요응원해 주세요.”

2024년 어버이 주일에 아비를 삶을 살고 있는 나는 李 자 福 자 成 자를 가지신 아버지가 무척이나 보고 싶다나도 늙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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