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에 임직 예배가 기도했던 대로 은혜중에 끝났다.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 세워진 일꾼들이 세인의 신실한 사역자로, 그리고 동역자로 천로역정의 길에서 끝까지 선한 싸움을 잘 싸워주는 두기고와 더디오가, 뵈뵈와 브리스길라가 돼 주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장로로 임직받은 지체의 딸이 아버지의 장로 장립식에 참여했다가 그날의 감격을 떠올리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나 또한 그 자매의 글을 보는 팔로워이기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글과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접하다가 많이 생각하게 한 댓글을 만났다. 자매는 아버지의 장로 장립 장면을 찍은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을 올렸다. “모태신앙이지만, 못해 신앙이었던 아빠의 삶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마음 밭에 정이 넘쳤던 아빠를 예수님이 꼭 안아주시길 기도했었다. 엄마가 뿌린 기도의 씨앗은 아빠를 더디지만 자라게 했다. 조금 늦은 장로 임직이 그래서 더 특별하다.” 나는 딸의 이 마음을 너무 잘 안다. 딸의 기도가 내 기도이기도 했고, 나는 장로를 장립 받은 지체를 조각하며 하나님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 목사이기에 딸의 소회가 더더욱 가슴에 와닿았다. 그러기에 이번에 섬기는 교회 장로로 세움 받은 지체가 이제부터 주님에게 더 철저히 함몰되는 인생이 되기를 기대한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에는 내 얼굴도 삽입되어 있었는데, 사진을 본 익숙한 이름이 댓글을 달았다. “축하해! 이강덕 목사님 오랜만인데 완전 똑같으시다!” 20년 전, 직전 교회에서 청년으로 만났던 형제가 남긴 댓글이다. 사진을 올린 자매와는 친구 관계였기에 서로 교제하다가 달아놓은 형제의 글에 자매가 이렇게 재댓글을 달았다. “이강덕 목사님 복붙 같지? ㅎㅎ” 우연히 두 사람이 나눈 글을 읽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20년 전, 이강덕인가? 나는 20년 전, 정말로 뜨거웠고, 물불을 가리지 않고 복음의 열정으로 온전히 묶여 있었던 순수했던 이강덕 목사로 복붙한 목사인가를 되물어 보았다. 지금도 생생하다. 직전 교회 주차장에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어느 날, 대화의 당사자들이었던 이 청년들에게 신앙의 야성을 불어넣기 위해 청년 모두를 인솔하여 무릎을 꿇게 한 뒤, 제천 청년들의 십일조를 우리에게 맡겨달라고 절규하며 기도하던 그때가. 댓글을 읽다가 나는 그때의 그 열정을 20년이 지났지만 그대로 복붙하고 있는 목사인가를 되물었다. 40대 중반 목사의 열정을 60대 중반에 접어든 목사가 고스란히 갖는다는 것이 어불성설임을 안다. 하지만 이제 중년에 접어들고 있는 두 청년의 글을 보다가 다시 한번 은은한 동기 부여의 불쏘시개로 삼아보는 기회를 가져보았다. 이렇게. 20년 전, 젊은 목사 시절에 갖고 있었던 복음의 열정을 ‘복사(Ctrl + C)’해서 이제 황혼에 접어들기는 했지만, 목회를 마무리해야 하는 여정에 들어선 오늘의 이강덕 목사의 목회 여정에 ‘붙여넣기(Ctrl + V)’ 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기로 말이다. 우연히 본 글에서 나는 복붙하고 있는 목사인지를 재삼 각인하게 해 준 진선이와 희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