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이야기
‘갤럭시 노트 4’라는 명칭이 그 동안 쓰고 있던 핸드폰이었습니다. 그런대로 3년을 훌쩍 넘게 쓴 폰치고는 깨끗하게 써서 쓸 만한데 아내가 바꾸라고 해서 지난 주간에 ‘갤럭시 9’이라는 기종으로 교체를 했습니다. 결심한 이유는 언제부터인지 화면을 사용하지 않아도 꺼지지 않는 증상, 리튬 배터리 한 개는 거의 소모의 기한을 넘겨 버려야하는 상태,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하면 첫 번째 통화는 불통이 되고 두 번째 다시 걸어야 정상적인 소통이 되는 트러블 등등이 시작된 것입니다. 먼저는 증상을 개선시키려고 AS 센터를 찾아 여러 차례 업그레이드도 해보았는데 조금씩 상태가 맛(?)을 잃어가고 있는 느낌이 있기에 특히 전자제품에 별로 욕심이 없는 사람이지만 차제에 아내의 말을 듣기로 하고 큰맘 먹고 교체를 했습니다. 교체 당일에 당사자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대리점에 나가 계약서에 사인을 했습니다. 실은 계약 조건이나 용어에 대하여 저는 문외한이고, 아내가 나름 전문이기에 저는 그냥 가서 사인만 한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아내의 도움을 받는다 치더라도 계약 당사자인 내가 해야 할 일이 있기에 기기 설정에 따른 이모저모의 일은 제가 해야 하는 몫이었고 해서 난생 처음 최근 버전인 기계가 요구하는 일들을 땀흘리며 아주 겸손하게 순종해야 했습니다. 새로운 기계를 만난다는 자체가 기계치인 저에게는 두려움 그 자체였습니다. 생체 인식 기능 중에 홍채(虹彩) 확인 기능으로부터 시작하여 얼굴, 지문 인식 등등을 해야 하는 일은 한 번에 하지 못하고 여러 차례의 NG 끝에 성공(?)을 하고 기본 설정 세팅을 마쳤습니다. 기존에 갖고 있었던 폰 기능과는 전혀 다른 기능들이 있었는데 그 내용들을 이해하는 데에 꼭 하루가 걸렸습니다. 불행하게도 폰을 열어 작업을 하려고 하는데 홍채 인식이 제대로 안 되는 불상사가 일어나 삼성 계정으로 옮겨 잠금 해제하기를 하고 다시 세팅하는데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폰 터치의 감도도 분명한 파워가 가해져야 마음을 열어주는 못된 ‘폰女’의 마음을 사기 위해 긴장하며 손 터치를 하는 것이 이제는 저에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빅스비’라는 듣도 보도 못한 야릇한 음성의 여인과의 대화를 하는 것도 한참 만에 소통하게 되는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아직도 ‘SYRUP 월렛’, ‘클라우드 베리’, ‘옥수수’ 등등의 가까이하기엔 너무나 먼 어플을 사용하는 것은 왠지 남의 나라의 이야기처럼 그림의 떡입니다. 아들에게 물어보면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냥 멍한 상태로 있습니다. 듣자하니 우리나라에서 만든 폰의 수명이 약 2년이기에 이후에는 또 다른 폰 구입과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 불을 보듯 뻔 할 텐데 지금도 머리에 쥐가 나는 폰 사용이 그때가면 어떨까 미리 짐작하면 현기증이 날 정도입니다. ‘따르릉’하면 받고, 뜨르륵 상대방의 번호를 돌려서 대화를 하던 아날로그 전화기가 너무 그리운 것을 보면 지금 제 손에 쥐어져 있는 갤럭시 9 휴대폰은 분명히 괴물입니다. 오늘따라 턴테이블이 고장이 나서 제가 좋아하는 아날로그 LP 음악을 들을 수 없어 할 수 없이 CD 기계음에 의지할 것도 왠지 우울합니다. 너무 비약한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저에게 핸드폰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괴물임에 틀림없습니다. 가능만 하다면 2G 시대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