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너무 무섭습니다.2024-04-17 15:56
작성자 Level 10

1980년에 대학에 입학하여 4개월 남짓 캠퍼스에 나갔습니다막 중간고사를 준비하려는 즈음대학 당국에서 대자보에 검은 글씨로 휴교령을 알리는 공고가 떴습니다이미 알고 있는 흑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조종(弔鐘)이었습니다당시 같이 공부하던 동기가 한 동안 보이지를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전방에서 군 생활을 하고 있음을 알려 왔습니다당시 동인천역 근처는 인천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었는데 그곳의 80년 봄에는 대학 교련복을 제대로 입고 다니지 못하던 쓰라린 아픔이 생생합니다모든 사상이 통제되던 말 그대로 ‘1984’ 에 등장하던 괴물인 한국판 빅브라더에 의해 통치되던 무서운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2018년입니다그로부터 38년이 지난 오늘입니다. 38년 전과 비교해 보면 오늘은 얼마나 자유롭게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시대인지 모릅니다피로 지켜낸 대한민국의 민주화의 결과입니다그런데 참 아이러니합니다저는 오늘이 그 때보다 더 무서우니 말입니다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소름끼치게 무섭습니다이유는 간단합니다. 80년대는 그래도 상록수의 노랫말처럼 끝내 이기리라는 희망이라도 꿈꿀 수 있었습니다지금은 비록 서럽고 쓰리던 날이지만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며 나아가면 끝내 이길 것이라는 소망이라도 그때는 있었기 때문입니다그런데 오늘은 이길 것이라는 소망보다도 어디까지 죽일 것인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강하게 자리를 잡고 있기에 소름이 끼치도록 더 무섭습니다.

다름은 다름이지 나쁜 것이 아니라고 수없이 많은 지성들이 외치지만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아집의 집합체들이 그 다름을 반드시 척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시대가 바로 오늘이기에 오싹합니다인정사정이 없습니다인터넷은 오늘날의 빅브라더입니다. SNS는 1984에 등장하는 빅브라더의 부하들이자프리모 레비가 말한 대로 가장 잔인한 카포들입니다. ‘다름’ 이라는 객체에 대하여 이 괴물들은 반드시 응징합니다더불어 그 응징 이후 확인사실까지 합니다그래야 직성이 풀리나 봅니다.

요즈음은 글쓰기가 두렵습니다글을 써야 하는데 가장 상식의 글을 써도 그 글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합니다이 공격은 좌우의 예외가 없습니다지성과 비지성의 구별도 없습니다신앙의 유무도 상관없습니다이렇게 한번 타켓이 되면 실체의 규명에 상관없이 이미 그 대상은 치명상을 입어 재기 불능이 됩니다.

몇 주 전난민에 대한 일고(一考)를 밝혔습니다한 세미나를 섬기면서 탈 교회시대의 선교적인 대안에 대한 목회자로서의 나름의 몸부림도 피력했습니다더불어 이타적인 교회 공동체의 사역의 소회도 공유했습니다그러다가 다름의 사람들에 의해 참 견디기 어려운 공격에 시달렸습니다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다시 오실 때주 안에서 죽은 자와 산 자의 부활을 복음주의 권에 있는 목사로서 신앙의 고백에 따라 전했습니다공개된 글에 대하여 아직도 성경에 기록된 방식의 부활론을 믿는 아둔한 목사라고 폭격을 당했습니다그 고통은 당해 본 사람들만이 아는 고통입니다이런 공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사람들이 우울의 모드를 경험한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될 정도였습니다.

지인들 중에 많은 생각 있는 사람들이 해서 인터넷을 끊나봅니다외롭지만 SNS와 결별하나 봅니다아마도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본능적인 방어기제가 작동했기 때문일 것입니다지금 내가 사는 시대는 정말로 무서운 시대인 것 같습니다나도 SNS와의 단절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그런데 갈등이 하나 있습니다주님의 가르침 때문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만일 이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19:28)

이래저래 고통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