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순 집사와 김길순 후배
출신 교회의 일과 사람의 이야기는 이제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이야기대본처럼 여겨질 만큼 아득한데 한 후배의 이야기를 또 다른 동기 후배를 통해 들었습니다. 신앙생활을 꽤 잘하던 친구였는데 결혼과 더불어 교회에 나가지 않게 된 등등의 이야기를. 아쉽기는 했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선배가 별로 딱히 해 줄만한 일이 없었기에 마음으로 후배를 위해 화살기도만 하고 있던 차, 주의 사역을 하고 있는 후배에게서 이런 제안을 받았습니다. 오빠가 주일에 선포한 세인 교회 설교 동영상을 보내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영혼을 위해서 못할 게 뭐 있겠나 싶어 마음을 선뜻 허락해 우리 교회 주일 설교 영상을 공유하도록 이후 후배에게 보내주고 있습니다. 그러던 지난 주간, 설교를 받고 있는 후배에게 톡이 하나 저에게 도착했습니다. “위에 주소로 보냈어요. 작은 거지만 마음이라 생각하시고 챙겨 드세요. 두 개 중에 하나는 오빠거구요, 남은 하나는 사모님 거예요. 힘내세요.” 출신 교회 후배가 보내준 톡 메시지입니다. 그리고 하루 뒤에 저에게 택배로 도착한 것은 건강보조제인 비타민 C 레모나 두 박스였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던 후배가 보내준 사랑이 담긴 이 선물을 받으면서 감사한 마음에 여러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같이 학생회 시절을 보내던 때 까만 먹물을 손에 묻히며 필사본 주보를 만들면서도 뭐가 그리 좋은 지 서로 깔깔대며 즐거워했던 일, 철없던 청년의 시절에는 남녀 간의 미묘한 감정들을 가지며 들킬까봐 함께 좌충우돌하던 추억들, 근데 지나보니 그때 그 일들은 참 나름 풋풋했던 꿈들을 꾸었던 일들이었습니다. 해서 그 추억들이 주마간산처럼 지나갔습니다.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지요. 옛사람들이 좋아지고 기억나는 것은 나이 듦의 증거라고. 저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나 봅니다. 목사로 산지 30년이 넘어 산전수전공중전을 다 겪은 목사의 설교가 뭐 그리 대단하겠습니까만 후배가 동영상을 보고나서 보내주는 문자 메시지에는 영락없이 이렇게 감사의 내용이 여울져 있었습니다. “오빠, 오늘도 좋은 설교 감사해요. 계속해서 잘 듣고 있어요.” 후배에게 더 더욱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 친구의 이름이 김길순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참 힘들고 어려울 때 우리 교회 김길순 집사는 저에게 레모나 같은 집사로 서 주어 항상 힘이 되어 주는 세인의 뵈뵈입니다. 그래서 항상 집사님에게 사랑의 빚을 진 느낌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요 근래 집사님의 신앙적 성숙이 아름답게 성장해보여 너무 감사했는데 또 다른 동명이인인 김길순 후배가 저에게 예기치 못한 따뜻한 사랑을 전해 주어 곁 줄의 힘을 얻는 감사를 지난 주간 만났습니다. 바라기는 인천시 동구 송림 3동에 위치한 송림성결교회에서 함께 꿈을 꾸었고, 희망을 노래했고, 하나님의 은혜를 공유했던 후배 길순이가 다시 주님의 사랑으로 돌아오는 행복한 소식이 고향 오빠에게 들렸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그러고 보니 저에게 김길순은 언제나 기쁨을 주는 행복 바이러스 같은 존재들입니다. 작가 이기주가 쓴 ‘한 때 소중했던 것들’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심장과 심장이 맞부딪혀 일어나는 감정의 공명을 느끼는 순간, 우린 낭랑한 목소리로 외친다. ‘있잖아 난 그 사람과 사랑에 빠졌나봐!” (P,35) 깊은 공감을 함께 나누는 사랑의 순간을 ‘빠짐’이라는 단어로 표현한 작가의 필채가 놀랍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사랑에 빠져 사랑할 시간이 우리들의 시간 안에 그리 여유롭지 않은 채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 인생인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차제에 다시 한번 다짐해봅니다. 목사로 살면서 사랑하는 시간에 많이 빠져들기를 말입니다. 후배 길순이를 통해 예기치 않은 따뜻함에 빠져든 행복한 주간을 보냈습니다. 김길순 집사님, 고마워요. 그리고 후배 길순아, 고맙다. 힘낼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