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었으면 좋겠어요.
아주 오래 전, 지구촌 교회 원로 목사이신 이동원 목사께서 진행하던 세미나에 참석을 했다가 LA 새생명교회 강준민 목사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깡마른 체구에 별 볼품(?)이 없어 보이는 한 젊은 목회자가 자기를 찾아와서 멘토가 되어 줄 것을 요청한 뒷이야기였습니다. 이 젊은 목사가 바로 강준민 목사라고 실명을 거론한 뒤에 이 목사께서 이렇게 그의 관한 에피소드 하나를 내놓았습니다. “멘토십을 받기 위해 찾아온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젊은 목사인 그에게 설교에 관한 팁을 하나 주었다. 그것은 유머였다. 건조하게 설교하지 말고 유머를 담은 설교를 행하라.” 이 말끝의 후담은 이랬습니다. 한 가지 팁을 가지고 돌아간 그 젊은 목사는 지금의 성공하는 강준민 목사로 거듭났다고, 지난 주간에 춘천에서 동기 목사들과 함께 모임을 갖고 돌아왔습니다. 친한 친구 목사들이라 그리고 또 오랜 만에 만난 친구들이라 행복한 교제와 우정을 나누고 왔습니다. 이야기 중에 동기에게 웃픈 이야기 하나를 전해 들었습니다. 친구와 막역하게 지내는 또 다른 동기 목사의 아내가 전해준 말이었습니다. “서부 교회 목사님하고 제천 세인 교회 이강덕 목사님 설교를 영상으로 들어보았는데 듣고 난 뒤에 이런 생각을 했어요. 두 분을 세탁기에 넣고 돌려서 딱 반반으로 나누었으면 좋겠다고요.” 언급된 친구 목사는 설교에 유머가 많고, 이강덕 목사의 설교는 너무 진지해서 웃음이 없고 그래서 섞어서 흔들면 참 좋은 설교가 나올 것 같다는 충고(?)를 받았다고 저에게 전언해 주었습니다. 설교를 준비하다가 아주 재미있는 글을 발견하여 읽고 난 뒤에 마음으로 다짐합니다. ‘이건 대박 칠거야“ 이글을 교우들에게 전해주면 분명히 ‘대박’칠 거라고 흥분하며 그날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막상 D-DAY가 되어서 그렇게도 기다리던 대박 사건을 일으킬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박장대소할 교우들을 기대하면서. 그런데 그 기대감은 저만의 아픈 상처로 남습니다. 전하고 나면 분위가 더 썰렁한 이 설명하지 못할 아픔이 고스란히 남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교우 중에 한 분이 사석에서 저에게 이렇게 비수(?) 꽂히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목사님은 정말로 재미있고 웃기는 이야기를 너무 안 웃기게 전하는 탁월한 은사를 가졌어요.” 웃어 넘겼지만 슬픈 저만의 자화상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동기 목사 사모님에게 차제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사모님, 저희 교회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설교 듣지 마세요. ㅠㅠ” 대학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친구가 이전에 저에게 한 말 중에 이 말이 그래서 같은 종류의 말임을 지난 주간에 깨달았습니다. “이 목사, 글이 너무 진지해. 그래서 그러지 않으려고 하는데 읽는데 나도 숨차!” 이럴 줄 알았으면 고등학교 동기 동창인 개그맨 출신 김정식 목사한테 사사(師事)라도 받을 걸 그랬나 싶습니다. 그러다가 마음을 다잡습니다. 이렇게.
나는 나지 뭐. 그냥 생긴 대로 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