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회 사무총회 개회사
“새로운 시대란 오래된 달력을 넘길 때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당신을 보는 혹은 당신이 나를 바라보는 서로의 눈동자에서 태어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p,188.)
시인이자 소설가인 작가 박준이 쓴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이라는 산문집에 나오는 작가의 에필로그 글입니다. 이 글에 주목한 이유는 제 심장의 맥을 빠르게 했기 때문입니다. 저의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움직이게 한 작가의 말에 침잠(沈潛)하다가 아니나 다를까 자문한 것이 있었습니다. 작가의 말에 동의하면서 단지 서글퍼지는 여백이 제가 이렇게 공명되었기 때문입니다,
‘바라보는 서로의 눈동자’가 맑을까?
그러다가 믿기로 했습니다.
맑겠지 뭐.
절대로 양보하면 안 되는데 점수를 매기고 나니까 조금 뒤통수가 댕겨 이렇게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맑게 하지 뭐.
세인 교회가 이 땅에 태어난 지 이제 10년을 넘어선 2019년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을 지내오며 현장에서 목사로 살며 하루에도 수 백 번, 수 천 번 나를 잡아 내리치는 자기와의 치열한 갈등에 사로잡히게 했던 무시무시한 괴물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교회를 향한 희망을 꺾으라는 폭력이었습니다.
CS 루이스가 쓴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보면 조카 웜우드 사탄에게 원수들(교인들)을 무너지게 하는 방법으로 제시한 내용이 나옵니다. 그 중에 기억에 남아 있는 소름끼치게 한 것은 지금이 아닌 미래를 보게 하는 작전입니다. 미래를 본다는 것은 멋있어 보이는 매력적인 것입니다. 그런데도 늙은 사탄 스크루테이프는 젊은 조카 사탄인 웜우드에게 이 계획을 알려줍니다. 이 작전의 목표는 오늘을 집중하지 못하게 하고 미래에 대하여 비관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 고도의 전략이었습니다. 가끔 저 역시 사탄의 이런 전략에 말려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자괴감에 사로잡힐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잠간 저는 사탄의 계략을 이렇게 물리칩니다.
“나의 교회야, 나의 교회야/네가 아무리 못생겼어도/너는 언제나 나의 교회지”
아시시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성 프란체스코의 고백을 저도 읊조리면서 말입니다. 내 사랑하는 교회, 아무리 못생겼어도 나의 가장 사랑하는 교회, 내 목숨을 걸고 사랑하고 싶은 교회, 그 교회가 숨을 벅차 헐떡이고는 있지만 그래도 내 옆에 아직은 살아 있기에 희망과 소망을 걸 수 있어 저는 2019년도 달려 가보려 합니다.
이 소망의 불꽃을 다시 살리기 위해 무엇을 붙들어야 할 것인가? 2019년 세인교회의 목사로서 답을 제시해야 할 너무 중요한 질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주류로 살면서, 기득권 정치에 철저하게 유린당한 쓰라린 과거를 갖고 있는 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남아 있는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주존심(主存心)입니다.
목회를 하면 할수록 새록새록 다가오는 것이 있습니다. 오히려 젊은 목회자 시절, 근처도 가지 못했던 영적인 보루와도 같은 가치입니다. 주님을 주님 되게 하는 '로드십(Lordship)'이자 주존심(主存心)입니다. CS 루이스의 말대로 이제는 피고석에 앉아 심문당하고 있는 피고 하나님, 세속의 갖은 공격과 폭력으로 팔다리가 다 잘려나간 것처럼 보이는 나약해진 하나님을 하나님의 원 자리로 올려드리는 일을 세인 교회가 감당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예흐예 아쉐르 예흐예’(나는 스스로 있는 자)의 하나님 자리를 다시 찾도록 세인교회가 주존심 회복의 선두에 서야겠다는 영적 흥분이 저에게 작년 후반기에 밀려왔습니다. 성령님의 조명하심으로 믿고 받들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2019년 담임목사의 목회 방향성입니다. 그러나 제 11회 사무총회의 자리를 빌려 선언하고자 하는 목사의 속내가 있습니다. ‘주존심이 있는 교회’로의 선언은 슬로건이나 선동적인 구호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이 선언의 성취는 단지 하나, 주님의 주님 되심을 인정하는 자들이 ‘삶의 정황’에서 성서가 증언하고 있는 밑힘을 무게 삼아 바른 삶 살아낼 때만 이룰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젠간 주일 강해 설교를 통해 주지하였던 ‘너는 세상의 하나의 빛, 하나의 소금’(You are a light and salt of the world.)이 아니라 ‘너는 세상의 그 빛과 그 소금’(You are the light and salt of the earth.)이라는 적지 않은 성도가 가져야 하는 부담감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삶을 살아낼 때 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겁기는 하지만 그러나 힘을 내십시다. 언제나 늘 항상 옆에서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하나님은 우리의 수고에 박수를 치실 것입니다. 더불어 응원하시며 도우실 것입니다.
저는 우리 세인교회가 하나님의 자리를 원래의 하나님의 자리로 다시 올려드리는 거룩한 부담을 마다하지 않고 감당하는 주존심이 있는 교회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이제 한국독립교회 연합회 제천세인교회의 제 11회 사무총회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개회됨을 선언합니다.
2019년 1월 6일 세인교회 담임목사 이강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