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아내의 외출2024-04-17 17:52
작성자 Level 10

아내의 외출 


벌써 꽤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아내가 여성으로 이 연령 때 즈음 어쩔 수 없이 당해야 하는 고통을 앓고 있는 것이사람마다 다르다고는 하지만 아내는 특히 불면증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 같아 옆에서 보기에 안쓰럽기 그지없습니다.

금요일 1박 2일의 일정으로 아내가 외출을 했습니다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하나는 20년 전먼저 하나님의 품에 안긴 남동생 20주기를 맞이하여 잠들어 있는 묘에 방문하기 위함이고또 다른 하나는 평생 웬수의 또 한 달의 먹거리를 갖다 주기 위함입니다.

3일 전부터 전혀 잠을 자지 못한 아내가 서울을 경유해서 인천 강화에 다녀와야 하는 장거리 계획이 여간 불안한 게 아닌데 아니나 다를까 당일 날도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버럭 화를 냈습니다그리고 애먼 아내를 향해 가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런 나를 눈치 챈 아내는 평소와는 달리 눈치를 보며 아들 먹거리를 만들어 놓았는데 어떻게 안 가냐고 갔다가 오겠다고 고집을 피우는데 평생 웬수가 더 미워지는 것이었습니다이제 나이가 서른이나 된 놈을 아직도 챙겨야 하는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이런 고생을 하는 엄마의 노고를 아들놈은 몇 %나 알까 하는 마음에 부아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장가나 보낼 걸괜히 공부를 더하라고 해서 지 엄마를 혹사시킨다는 생각에 남편으로 왠지 아내가 애처로워 그걸 감추는 심리로 애꿎은 아내 타박을 했습니다서울로 올라가는 2시간 여 혹시나 졸면 어떻게 하지하는 마음에 긴장을 하며 화살기도를 놓지 않았습니다무사히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고 안도하며 아내를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아들놈 타박을 했지만 사실은 제가 더 강하게 붙잡을 수 없었던 이유는 살아생전 끔찍이 사랑했던 남동생을 보러 간다는 나름의 목적 때문이었습니다.

여보난 가끔 재엽이를 생각하면 너무 아프고 마음이 아려요.”

왜 안 그러겠나 싶었습니다. 20년 전그 젊고 젊은 생떼 같은 남동생을 졸지에 잃었으니 말입니다미루고 미뤘다가 찾아보기로 한 남동생을 향한 간절하고 애틋한 누나의 사랑을 그 동안 많이도 참아냈다 싶어 함께 동행 해 주지 못한 것이 너무 마음에 걸렸습니다.

뒤돌아보니 너무 감사한 것이 많았습니다아버지의 부음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상주의복을 입던 8살 딸, 7살 아들이 이제는 대학을 졸업하고 너무나 장하고 커주어 사회에 일익을 감당해 주는 조카들로 서 주었음도 감사하고너무나 젊은 나이에 남편을 여였기에 얼마든지 마음먹기에 따라 새 출발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아들과 딸을 위해 희생해 준 처남댁에게 너무나 감사했습니다아마도 아내가 20년 전의 그 아픔을 딛고 잘 일어서준 조카들과 올케를 적절하게 위로하고 올 것이라고 믿기에 아내의 육체는 너무 힘들었겠지만 귀한 일을 해준 아내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목양터의 이야기 마당을 쓰고 있는 지금은 금요일 저녁입니다바라기는 처갓집에 평생 웬수와 보내는 하루가 조금의 쉼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또 분명 청소한다고 친정을 뒤집어 놓을 게 분명해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다만 하루라도 숙면할 수 있었어 제천에 안전하게 도착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그래도 토요일 저녁에 도착하면 아내가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김치찌개는 정성을 다해 해보렵니다할 수 있는 유일한 게 김치찌개라서ㅠㅠ.

아내의 빈 자리가 너무 커 보이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