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는 이제 끝이에요!
만 3년이 되어 가는 것 같다. 탁구장에서 오른쪽 손등 뼈가 골절된 지가. 아직도 날씨가 우중층하면 다친 부위가 욱신거리며 아프다. 그래도 손 놓았던 탁구 라켓을 다시 잡고, 안 좋았던 몸에 적색 신호들이 청색 신호로 바뀌는 많은 사인들이 몸에 나타나 감사했는데, 다시 약 두 달 정도 탁구장에 나기지 못하게 되어 무척이나 유감스럽다. 이번에는 오른쪽 발목 등뼈 골절이다. 탁구라는 운동뿐만이 아니라 구기 운동을 하다보면 승부욕이 생기기 마련, 지난 금요일 구장 내에 1부에 링크된 회원과 경기를 벌이던 중에 수비를 하는 과정에 오른쪽 발목이 꺾이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순간, 3년 전의 아찔했던 경험이 떠올라 그러지 않기를 바랐는데 슬픈 예감은 불행히도 한 번도 빗나가지를 않는다. 오른쪽 발목 등뼈 조각이 떨어져 나갔고, 인대도 심하지는 않지만 찢어진 초음파를 보면서, 또 약 한 달 어간 깁스를 하고 보내야 하는 우울함이 몰려왔다. 지난 번 손 등뼈가 골절되었을 때는 그래도 겨울이라 조금은 견딜만했는데 이번에는 여름의 한 복판이라 아찔하다. 불행 중 다행은 다리는 신경과는 조금 멀리 떨어져서 손 뼈 골절보다 통증이 덜하다는 의사의 위로 메시지가 그나마 우울함을 달랜다. “이번 일로 이제 탁구는 끝이에요!” 추상같이 내뱉는 아내의 서릿발 같은 공격에 한 마디 대꾸도 하지 못하며 기죽었다. 무언가 대꾸해 봐야 나만 손해인 걸 알기에 작전 상 후퇴하기로 했다. 이왕 물은 엎질러졌으니 후회한들 소용이 없고 그래도 목사의 직업의식이 발동해서 그런지 발목 골절을 당했지만 감사의 조건들이 없나를 생각해 보았다. 제일 큰 감사는 구약 톺아보기 사역을 은혜 중에 다 마치고 당한 사고라 감사다. 세 번째 책 초고를 다 완성한 뒤에 당한 사고라 감사다. 상반기 사역으로 인해 육체적으로 많이 지쳐 있는 어간인데, 육체를 혹사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배려라서 감사다. 그래도 발목이라, 지난 번 손뼈를 다쳤을 때처럼 아내가 밥을 먹여주지 않고, 스스로 식사할 수 있어서 감사다. 반 깁스를 하는 2주 동안은 마음대로 샤워를 할 수 있어서 감사다. 독서를 할 때 책 페이지를 마음대로 넘길 수 있어서 감사다. 너무 이기적이라 미안하지만, 운전하기를 너무 싫어하는 데 자발적으로 운전하는 일이 줄어들어서 감사다. 무엇보다도 약 한 달 동안 외부적인 활동을 그만큼 하지 않기에 서재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져서 감사다. 다음 학기, 신대원생들을 다시 만나는 데 첫 번째 강의 때보다는 조금 더 질적으로 수준 높은 강의안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하나님께서 주신 것 같아 감사다. 다만, 하던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지 못하게 되어 생체 리듬이 고루하게 깨질 것 같은 염려가 있어 그게 못내 아쉽다. 스쿼트를 할 수도 없고, 걷기도 할 수가 없는데 뼈가 붙을 동안 대체할만한 운동이 뾰족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탁구는 이제 끝이에요.
한 달 내지는 달 반 동안은 잠수를 타야겠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교우들이 조금 더 담임목사의 건강을 위해 중보해 줄 것을 믿고 위로를 받는다. 그래도 제일 큰 걱정은 목욕을 할 수 없는 두 달을 보내야 하는 비극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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