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지은이 | 박경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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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출판사 | 마로니에북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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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일 | 2014-06-09 21:59: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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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님의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마로니에북스)’를 읽고 ‘토지’를 읽으면서 전율했던 이유가 있었다. 방대한 역사적 내용들을 또 엄청난 등장인물들을 곳곳에 배치시켜 오늘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의 일들처럼 묘사한 능력 때문에. 작가의 개인의 문학적, 민족적, 역사적인 능력과 소양을 전제하지 않고는 도무지 이룰 수 없는 업적 중의 업적이다. 그래서 ‘토지’의 감동은 여타 조정래, 황석영의 범접할 수 없는 또 다른 불가침의 영역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25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을 걸쳐 역작한 ‘토지’ 비해 반면 박경리 선생님의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를 읽는 데는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참 짧은 시집이지만 그러나 나는 선생의 시를 읽다가 막판에 이 대목에서 울었다. “사람아, 사람아 제일 큰 은총을 받고도 가장 죄가 많은 사람아” (p.131 넋 중에서) 선생은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p.16. 옛날의 그 집 중에서) 어디 이뿐이랴! “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을 흘렸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생명은 오로지 능동성의 활동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일은 보배다.” “어머니는 말하기를 여자란 음식은 아무거나 먹어도 잠자리는 가려서 자야한다.” “인색함은 검약이 아니다. 후함은 낭비가 아니다. 인색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낭비하지만 후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는 준열하게 검약한다.” 선생은 후배 소설가인 박범신을 다르게 보게 된 내용도 산문시로 기록하였다. “히말라야에서 짐 지고 가는 노새를 보고 박범신은 울었다고 했다. 어머니! 평생 짐을 지고 고달프게 살았던 어머니 생각이 나서 울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나는 박범신을 다르게 보게 되었다. 아아, 저게 바로 토종이구나.” “원죄로 인한 결실이여 아아, 가을은 풍요로우면서도 참혹한 계절이다. 이별의 계절이다.” “육신의 아픔은 감각이지만 마음의 상처는 삶의 본질과 닿아 있기 때문일까 그것을 한이라 하는가?” “마음이 욕망으로 일그러져 있을 때 진실은 눈멀고 해와 달이 없는 벌판 세상은 캄캄해 질 것이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욕망 무간지옥이 따로 있는가?” “옳다는 확신이 죽음을 부르고 있다. 일본의 남경대학살이 그랬고 나치스의 가스실이 그랬고 스탈린의 숙청이 그러했고 중동의 불꽃은 모두 다 옳다는 확신 때문에 타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땅을 갈고 물과 대기를 정화하고 불사르어 몸 데우고 밥을 지어 대지에 입 맞추며 겸손하게 감사하는 의식이야말로 옳고 그르고가 없는 본성의 세계가 아닐까?” 모두가 다 촌철살인이었다. 나는 박경리 선생의 이 시를 읽으며 왠지 성경의 잠언과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이단아가 되는 것은 아닐까 싶지만 그 분의 숨결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보통 시는 목욕탕에서 많이 읽는 편인데 개인 카페인 서재에서 읽는 시는 더욱 담백하게 다가와 너무 행복했다. 무더운 여름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함께 아름다운 시 여행을 떠나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치명적인 매력이겠죠? 2014년 6월 9일 오후 9시 4분 PS: 다음에는 박완서 선생님의 ‘세상의 예쁜 것’(마음 산책)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행복하십시오. 여러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