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지은이 | 정호승외 14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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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출판사 | 조화로운 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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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일 | 2014-08-19 18:3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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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최고의 날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정호승외 14명, 조화로운 삶. (2014년) 작가 정채봉은 첫 아이의 탄생을 축하해 주기 위해 온 선배의 말을 이렇게 귀 뜸해 준다. “너희 두 사람의 아이라고 여기지 말고 하느님의 아이를 대신 맡아서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해. 너희 둘의 뜻보다 하느님의 뜻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면서 키우도록 하란 말이야.” 이 말을 듣고 작가는 자식을 키우면서 제일 먼저 아이 보호에 대한 관점을 관대가 아니라 자립함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요즈음 극단적인 이기주의자들로 자녀들을 양산시키는 자들은 다름 아닌 부모들임을 지적하며 내가 아닌 다른 이가 먼저인 삶을 살 수 있는 아이로 키울 것을 당부한다. 그는 헤르만 헤세의 촌철살인을 소개하며 부연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인생의 보물창고이므로 그 보물창고에 아름다운 것을 채워주는 것이야 말로 부모 된 우리들의 도리이다.” 새겨야 할 말이다. 승려 법륜은 주례사를 통해 부부가 되고자 하는 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내가 좋고 내 가정이 화목해지려면 내가 사는 세상에 기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내 것만 좋은 삶을 사는 것은 불행해 지는 지름길이다.” 사랑하는 것을 배워야 사랑할 수 있는데 그 사랑의 대상자는 내가 아니라 타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법륜의 가르침은 귀를 기울여도 된다. 안락한 대학 교수직을 과감히 버리고 귀농하여 변산 공동체를 만들어 새로운 공동체의 삶을 일구고 있는 윤구병 선생은 그가 가르치고 있는 변산 공동체 학교 졸업식에서 졸업생에게 이렇게 교훈했다. “말이 안 통한들 어떠냐 마음만 통하면 되지. 중략) 쌍선봉에서 솟아오르는 아침 햇살이 저렇게 아름다운 것은, 우리 마음에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이렇게 곱고 우리 코끝을 간질이는 바람결이 이처럼 향기로운 것은, 그리고 우리가 씨 뿌리고 김매는 이 흙이 이렇듯이 엄마의 젖가슴처럼 푸근한 것은 이 흙이 바로 바로 아침저녁으로 우리 밥상에 놓이는 먹을 것을 길러내는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밤낮없이 일하시는 하느님이시기 때문이라고.” 4대강을 만든다고 국토를 초토화시킨 자도 있지만 생태계의 보전을 위해 노래하는 자가 있어 위로가 된다. 생각해 본다. 이런 선생님에게 이런 가르침을 받은 변산 공동체의 아이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자랄 것인지를. 정호승님은 내가 팬으로 섬기고 있는 작가이다. 그는 책에서 이런 감동의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섬기는 교회에서 너무 아름다운 글이라 예화로 썼던 적이 있을 정도의 따뜻한 글이다. 남편이 죽었다. 결혼 한 지 1년도 안 되었는데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남편이 저 세상 사람이 되었다. 새벽에 경부 고속도로에서 대형 트럭이 남편의 차를 들이 받아 버렸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정신이 없는 가운데 장례를 치렀다. 많은 사람이 위로의 말을 건네며 남편의 죽음을 기정사실화했지만 인정할 수가 없었다. 여름휴가 때 첫아들을 안고 고향 마을 바닷가를 찾자고 하던 남편의 말만 떠올랐다. 그녀는 임신 중이었다. 도대체 하나님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말 원망스러웠다. 가난했지만 착한 마음으로 열심히 세상을 살려던 남편이었다. 다니던 성당에 발길을 뚝 끊었다. 그리고 고통 가운데 해산을 했다. 남편이 바라던 대로 아들이었다. 그녀는 아들을 안고 남편의 고향을 찾았다. 동해가 보이는 고향 마을 산자락에 남편은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포대기를 열어 남편이 잠든 무덤을 아기에게 보여주었다. 푸른 파도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남편을 일찍 데려간 하나님이 다시 원망스러웠다. 아들을 얻은 기쁨보다 남편을 잃은 슬픔이 더욱 컸다. “오늘이 일요일인데 왜 성당에 가지 않니?” 산에서 내려오자 시아버지가 그녀를 불렀다. 정이 넘치는, 햇살같이 따스한 음성이었다. “나가기 싫어서요. 아버님.” “왜” “그이를 일찍 데려간 하나님이 원망스러워요.” “이렇게 어여쁜 아들을 주셨는데도.” “네, 그래도 원망스러워요.” 시아버지는 한참 그녀를 쳐다보다가 그녀를 마당 앞 꽃밭으로 데리고 갔다. 신혼여행을 다녀와 남편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던 꽃밭이었다. 꽃밭에는 장미와 달리아, 채송화, 도라지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여기서 꺾고 싶은 꽃을 하나 꺾어 보거라.” 시아버지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녀는 가장 아름답게 핀 장미꽃 한 송이를 꺾었다. 그러자 시아버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것 봐라. 내 그럴 줄 알았다. 우리가 정원의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꺾어 꽃병에 꽂듯이 하나님도 가장 아름다운 인간을 꺾어 천국에 장식하신단다. 얘야, 이제는 너무 슬퍼하지 말거라.” 전문을 소개한 이유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의 폭력적인 일들로 인해 심각히 병들어 있는 우리들의 공동체에게 치유의 한 부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나님의 선하심을. 소설가 이윤기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들은 아버지를 베끼고 딸은 어머니를 그린다고 믿는다.” 왜 부부가 사랑해야 하는지, 왜 잘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결론이 아니겠는가? 시인 도종환은 이혼의 위기에 직면한 지인의 불행을 막기 위해 이런 시를 보내는 편지에 썼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도 모르면서 미움을 더 아는 듯이 쏟아버린 내 마음이 어리석어 괴로웠다.” 시인은 계속해서 이렇게 공감의 언어로 읊조린다.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별빛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사랑은 고통입니다. 이렇게요.” “식을 올렸다고 해서 다음 날부터 당장 다 부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생을 걸려서 부부가 되는 법이다.” (미우라 아야꼬) “사랑의 고통을 피하지 않고 바르게 극복하며 건너갈 때 아름다운 길이 열립니다.” 시인의 말은 이 땅에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모든 부부들에게 주는 금언이 아닐 수 없다. 소설가 박범신은 히말라야에서 ‘사색’이 성자에 이르는 가장 높은 길임을 토로하였고, 최일도 목사는 나는 섬기는 사람인가? 섬김을 받는 사람인가? 를 날마다 되물으며 사는 자가 인생을 실패하지 않을 것임을 고해 주었고, 원주의 예수라고 불렀던 장일순 선생은 ‘네가 세상을 향하여 웃으면 세상도 너를 위해 웃는다.’ 고 교훈해 주며 그러기 위해서는 자애, 검약, 겸손의 삶을 반드시 살아야 함을 역설한다. 그는 노자의 이야기로 이렇게 갈무리한다. “샘은 샘 자체로 좋지만 바다가 되자면 반드시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감동이다. 그래도 이 땅이 아름답고 그래도 희망이 아직 있는 것은 이런 혜안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선생님들이 있기 때문이리라. 사족 “공통점이 있다. 모두가 사색과 성찰을 중요시 여기는 자가 얼마나 아름다운 삶을 ‘더불어’ 의 공동체에서 살 수 있는지를 알게 해 주었다는 점이다. 이타적 삶, 그것이 정답이었다.” (7월 30일 오후 3시 15분, 서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