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지은이 | 바오 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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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출판사 | 도서출판 아시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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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일 | 2014-11-23 21:13: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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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 닌의 ‘전쟁의 슬픔’을 읽고 (아시아, 2014년) 금년 가을 초, 늦은 여름휴가를 아내와 함께 베트남으로 다녀왔다. 결혼 25주년이기도하고 매 년 여름에 쫒기다 시피해서 때우기 식 휴가를 다녀온 것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기도 해서 아내와 함께 베트남을 다녀왔다. 하노이를 중심으로 한 투어였기에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이라고 하는 절경을 간직한 하롱베이를 보면서 넉넉한 안식을 취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그곳에서의 고즈넉한 추억은 오래 동안 기억에 남아 있을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투어 가이드가 차 안에서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손님 여러분! 이 땅에서 어떤 이유에서든지 절대로 경험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전쟁입니다. 제가 베트남에서 살다보니 이 땅에서 일어난 전쟁의 상흔이 얼마나 아프고 큰지를 몸소 봅니다. 전쟁에서 이기든 지든 둘 다 패배자입니다. 전쟁의 승자는 없습니다. 전쟁은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무서운 암 덩어리입니다.” 여행 가이드의 멘트로서는 조금은 무거운 멘트였지만 가슴에 담았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 금년 독서의 86번째의 목록으로 손에 잡은 것이 베트남 해방전쟁(당시 북베트남 사람들의 용어)의 참전 용사인 바오 닌이 쓴 ‘전쟁의 슬픔’(도서출판 아시아)이었다. 책을 잡고 나서 진도를 나가는 어간, 계속해서 베트남 여행 중에 일러준 가이드의 말이 새록새록 떠오는 이유는 왜였을까? ‘전쟁의 슬픔’은 직접 베트남 전쟁에 참여했다가 극적으로 살아남은 참전 용사 바오 닌의 전쟁 수기 소설이다. 분명 색채가 그런데 소설 내내 주인공 끼엔과 프엉의 이루어지지 않은 플라토닉 러브가 잔잔하게 엉겨져 있어 어, 연애 소설? 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 잔잔하고 슬프다. 끼엔의 전쟁 경험담을 늘어놓는 장면에서는 피 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잔인함이 리얼하게 소개되지만 두 사람의 러브 라인으로 장면이 옮겨지면 애잔함과 아픔과 절절함이라는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을 동원하여 표현해야 할 것 같은 전쟁의 비극과는 또 완전히 판이 다른 비극이 병행된다. 둘 다 전쟁이 준 비극이다. 저자는 책을 시작하는 작가의 말에서 2000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묘했던 감정을 토로했다. 지금은 인기 작가로 초청을 받아 한국에 왔지만 또한 자기를 초대해 준 사람들인 한국의 소설가와 시인들 중에는 베트남 전쟁 중에 서로 총을 겨누며 생과 사를 함께 넘나들던 사람들까지 있다는 것을 듣고 묘한 감정과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러나 작가는 이후 그의 작품 속에서의 상황이 그런 격세지감을 느끼게 해 주는 것과는 달리 분명히 전쟁의 시기내내 총을 겨누며 저 편을 죽여야 내가 살고 나를 죽여야 저 편이 사는 그런 기막힌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던 존재들이었음을 분명히 한다. 이 기막힌 현상의 주범이 바로 전쟁이었다고 작가는 피력한다. 바오 닌은 자전적인 수기와 경험을 주인공 끼엔으로 이입하여 글을 써내려간다. 글에서 전쟁 중에 있었던 어쩔 수 없는 비인간화의 비극을 전개한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사랑했던 여자 친구 프엉을 뒤로 하고 전쟁에 참여함으로서 그의 인생은 물론 사랑했던 여인의 꿈과 인생을 송두리 채 앗아간 전쟁에 대하여 절규하며 포효한다. 바오 닌은 자기를 이입한 주인공 끼엔이 서서히 전쟁의 상흔으로 인해 야기된 인격의 파괴를 숨기지 않으며 자기도 그런 트라우마가 있는 자임을 속이지 않는다. 그는 전쟁 중에 함께 참여했던 전우들 500명 중에 운 좋게(?) 살아남은 10명 가운데 한 명이라는 치욕에 부끄러워한다. 어쩔 수 운명으로 살아남은 그였지만 그는 끼엔을 통해 자신의 상흔 그리고 심각한 트라우마는 결코 치유될 수 없는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가야하는 또 다른 죽음임을 고발한다. 전쟁이 끝난 뒤 심지어 해방 전쟁에서 승리한 그였지만 죽은 자보다 더 고통스러운 악몽들에 시달리며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함에 괴로워한다. 이것이 전쟁이 준 악마적 선물이요 산물임을 밝힌다. 서평자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인간이 살기 위해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구나 하는 하나의 감정과 결국 이 전쟁에서 모든 비극을 극복하여 극적으로 살아남은 자는 죽은 자에게 보상하는 열매가 더 쓰라린 것임을 느껴보는 또 다른 복합적 감정에 휩싸여 보았다. 조금 더 리얼하게 묘사해볼까? 끼엔은 운이 좋은 자다. 50:1의 경쟁률을 뚫고 살아남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떤 의미로 보면 끼엔은 가장 전쟁이 낳은 불행한 자 중의 한 명이 되었다고 표현하면 될까! 그는 이겼지만 졌다. 그는 분명 살아남았지만 죽었다. 그는 살아서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었지만 그 아름다움은 이미 상실했다. 이 땅에서 살아남아 살아남은 자가 누려야 하는 권리를 그는 모조리 박탈당한 인격의 파괴라는 선물을 받고 살아간다. 이것이 소설의 제목인 전쟁이라는 것이 준 슬픔이다. 책을 읽으면서 눈물로 읽었던 대목이 있다. 베트남 전쟁을 끝나게 해준 사이공 공항 함락작전의 대목이다. 끼엔은 이 전쟁을 직접 수행한다. “10년을 치러온 전쟁이 끝났다. 동료들은 브랜디 술병을 벽에 던지며 조소를 퍼부었다. 밤새도록 공항을 돌면서 아무 데나 들어가서 먹고 마시며 때려 부수었다. 시끌벅적하고 요란한 환락의 향연이었지만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탁자와 의자를 뒤엎고 망가뜨리고 조각조각 부숴서 바닥엔 그 잔해들이 뒤죽박죽 어지럽게 널렸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기관총이고 권총이고 할 것 없이 공중으로 쏘아대며 샹들리에를 마구 부숴 버렸다.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마음껏 마시고 곤드레만드레 취했다. 그리고 대부분은 울고 웃었다. 어떤 이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흐느껴 울었다. 끝내는 미친 듯이 딸꾹질을 하기도 했다. 모두에게 평화는 기쁨이 아니라 당혹스러움과 고통이었다.”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대목이다. 지긋지긋한 10년에 걸쳐 진행된 해방전쟁이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너무나 허무하지 않은가? 승리한 자들의 모습이 말이다. 바오 닌은 전쟁 승리의 결론을 이렇게 기술했다. “대부분은 울고 웃었다. 어떤 이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흐느껴 울었다. 끝내는 미친 듯이 딸꾹질을 하기도 했다. 모두에게 평화는 기쁨이 아니라 당혹스러움과 고통이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땅 대한민국은 베트남 보다 어떤 의미로 더 엄청난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간다. 그 폭탄은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들 중에 어떤 이들은 그 폭탄을 터뜨리자고 한다. 일사각오, 결사각오로 항전에 임할 것을 독려하는 무리들도 있다. 아연실색한다. 그들에게 권한다. 바오 닌의 전쟁의 슬픔을 정독하고 또 정독하라고. 무슨 수가 있어도 이 땅에서 전쟁의 광기는 사라져야 한다. 그것이 우리 세대가 후대들에게 물려 줄 최고의 선물이다. 통일 조국을 위하여 전쟁도 불사하자는 자들에게 경고하고 싶다. 전쟁은 그 어떤 이론과 사상과 이데올로기로도 합리화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어떤 자들은 이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편승하여 12월에 전쟁이 한국에서 일어난다고 핏대를 세우고 있다. 본인들은 그 전쟁을 피하여 나라를 떠나는 치졸함을 보이면서. 전쟁을 정의한다. “전쟁은 인간에게 있어서 더 이상 표현할 다른 단어가 필요 없는 슬픔이다.”
사족)
아들아, 이 책은 전쟁의 슬픔을 다루었다. 전쟁은 미적 감각으로 표현될 수 없다. 만에 하나 그런 자가 있다면 그는 정신병자임에 틀림이 없다. 전쟁은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사악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끼엔과 프엉은 존재한단다. 인간의 사랑을 말살시킨 영적 전쟁터에서. 그래서 끼엔과 프엉의 사랑이 부활되기를 바라는 것은 목사가 된 사람과 되려는 사람의 마지노적인 자존심이다. 그러기 위해서 목사는 철저한 평화주의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니? 권정생 선생은 미국이 이라크를 토마호크로 공격하는 날, 열이 40도나 올랐다고 하는데 아들이 이런 정신을 새겼으면 좋겠다. 2014년 10월 14일 오후 1시 30분 즈음. 아들을 사랑하는 아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