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모든 것이 공부다. “목사님, 정말 다행이에요. 제가 폰을 보관할 수 있어서요.” 지난 주에 신협에 근무하는 교회 청년이 제게 해 준 말입니다. 자초지종은 이렇습니다. 모처 신협 24시 창구에서 현금인출을 하였습니다. 이발을 하러 나갔다가 갖고 있는 현금이 없다는 걸 알고 가장 가까운 24시 은행 창구가 신협이라 방문했습니다. 문제는 인출기 위에 올려놓은 휴대폰을 잊고 나온 것이 사단(事端)이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그곳에 폰을 방치해서 잃어버린 것조차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약 3시간이 흘렀을까 신협 관계자로부터 교회 사무실로 연락이 왔는데 이강덕 고객님이 분실하신 폰을 보관하고 있으니 아무개 신협 매장으로 찾으러 오라는 전갈을 부교역자가 받았고 저에게 전언해 준 것입니다. 전화 끝에 제 폰을 저를 아는 직원이 보관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첨언해 주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정말로 다행스러운 것은 예상한 대로 신협에 근무하는 교회 청년 수연이에게 마침 분실된 제 폰이 도착했고, 수연이는 폰 주인을 알아내기 위해 폰을 열은 뒤에 제 폰인 줄을 알고 불이 나게 연락을 취해 준 것입니다. 이번 달 들어 폰 분실을 두 번이나 했습니다. 한 번은 식당에서, 또 한 번은 은행에서. 감사한 것은 분실했던 폰이 다행히 주인인 제 손에 들어왔다는 점입니다. 사실, 휴대폰이라는 기계는 이제 단순히 전화를 주고받는 기계의 가치를 뛰어넘어 상상할 수 없는 현대인을 주무르는 엄청난 괴물인 된 듯합니다. 그 안에 한 개인의 정보는 물론, 사생활에 관한 기록들, 금융 생활을 비롯한 현대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일체의 것을 제공해주는 첨단의 정보들이 들어 있습니다. 해서 현대인들을 마음을 사로잡는 메커니즘의 총아라고 불릴 정도로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여론에 의하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거의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 중독이라는 또 다른 우상에 함몰되어 있는 기현상을 겪고 있다고 보고합니다. 휴대폰 분실을 경험하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젊은이들이 휴대폰이라는 우상을 잃어버렸을 때 임하는 그런 멘붕이나 충격에 빠진 것이 아니라, 전혀 이전에 경험했거나 실수를 범한 적이 없었던 물건 분실이라는 나이 듦의 잔재가 스멀대며 제게 엄습했다는 것에 대한 충격이 더 컸습니다. 그냥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치부하며 에두를 수도 있겠지만 두 번에 걸쳐 어처구니없는 일을 경험하면서 이제는 의도적으로라도 더 긴장하며 살아야겠다는 나름의 각오를 다져보았습니다. 고 장영희 교수는 살아생전 남긴 산문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에서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내가 살아보니까 정말이지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니든,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든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겨 있는 내용물이더라”(p,119) 늙어가면서, 또 나이가 들어가면서 추하게 되지 않는 것은 누군가에게 어떻게 살았는가를 질문 받았을 때 내 삶의 봉지 안에서 꺼낼 수 있는 내용물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아름다운 것들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살아내려면 조금 더 긴장하고, 정신 줄을 놓지 않고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수연아, 그날, 너무 고마웠다. 너 때문에 이런 마음도 갖게 됐네. 건강 조심하고 오프라인 예배가 열리면 반갑게 만나자.” 그러고 보면 삶의 모든 것이 공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