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결기(決氣)2025-01-04 14:42
작성자 Level 10


 

금요일, 신년부터 어린이부 예배를 새롭게 드릴 장소인 1층 교육관 리모델링 사역에 동참한 지체들과 오찬을 나눈 뒤, 교회에 돌아오면서 근처에 있는 하나님 교회(안상홍 증인회)와 마주 보고 있는 폐허가 된 순복음 교회를 눈으로 보고 싶어 의도적으로 그 방향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잠시 내려 주변을 살피며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교회를 건축하려고 했던 십수 년 전에 지금 하나님의 교회로 넘어간 교회(원래 장로교회)가 부도 위기를 맞았고, 몇 차례의 입찰이 유찰된 끝에 대단히 저렴한 낙찰 가격이 형성되어 그 찬스를 노렸던 하나님의 교회가 인수하는 매우 서글프고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교계에서 이단으로 정죄된 하나님의 교회가 기존 교회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을 때, 장로교회는 우리 교회에 손짓했습니다. 당시 우리 교회도 건축을 계획한다는 이야기가 그들에게 들어갔고, 이단에게 건물이 넘어간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고 아픈 일이라고 인식한 장로교회 측이 손을 내민 것이었습니다. 우리 교회가 지금만 같다면 힘들어도 뭔가 반응을 했겠지만, 당시 우리 교회도 물질적인 면에서 도무지 감당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에, 대단히 아팠지만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유감이 지금도 제게는 있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교회로 넘어간 지, 13년이 되는 지난 주간 금요일 그곳에 내려 오늘의 지경을 살펴보았습니다. 예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안상홍 증인회가 마주 보고 있는 순복음 교회는 그 여파로 인해 문을 닫은 지 이미 오래되어 폐가처럼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고, 또 바로 그 장소에서 100m 채 안 되는 곳에 자리 잡은 또 다른 장로교회는 아직은 살아남아 있지만, 역시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건물 외벽이 망가져 있는 것을 보는 순간, 그 교회의 현 상황이 을씨년스럽기는 매일반이었습니다. 제가 내려 주변을 살피고 있는 그 시간, 하나님의 교회에 택배차가 도착했는데, 무언가 행사를 위한 많은 포장된 박스(box) 더미들이 건물로 옮겨지는 광경을 보다가 주먹만 한 분노의 그 무언가가 내장 쪽에서 꿈틀거리며 올라오는 분기(憤氣)가 솟았습니다.

이단은 판을 치는데, 왜 주님이 핏값을 주고 산 교회들은 이토록 무력하지? 가짜를 진짜로 둔갑시켜 판을 벌이고 있는 자들은 버젓한데, 왜 진짜는 맥을 못 추는 것일까?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결기(決氣)가 생겼습니다.

다시 본질이다. 다시 예수 그리스도다.

촌스럽기가 그지없고, 철 지난 전설의 고향에 나올 법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집중하는 것, 이것이 2025년 다시 세인 교회 공동체가 옷매무새를 다지는 일이며 다시 결기한 일임을 상기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12, 새벽 예배 묵상 본문으로 요한 계시록을 나누었습니다. 묵상을 통해 다시 확인한 신실한 그리스도인이 만나게 될 새 예루살렘 성 때문에 적지 않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단들이 내팽개친 예수 그리스도, 그분의 아버지가 야훼 하나님이신 것, 그리고 2025년에도 여전히 하나님 아버지와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되심을 인지하게 할 성령 하나님을 붙드는’(쉬네잌세토-συνείχετο) 것이 세인 공동체가 가져야 할 결기입니다.

2025,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운 교회들이 더 이상 수치를 당하지 않기를 화살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