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구름이/뭉게뭉게/피어나는 하늘 섬들이/고요하게/떠 있는 바다 긴긴 세월/너를 향한 그리움이/강물로 넘치는 내 마음 생각할수록/아름답다 가슴 뛰는/행복이다 이해인 수녀님의 ‘그리움’이라는 시입니다. 예쁜 시, 아름다운 언어 그리고 깊은 영성을 기초로 작품을 써 온 수녀님의 시어들을 만날 때마다 더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끼곤 합니다. 시인은 흔히 만나는 일상과 사물을 만나면서, 보면서 ‘너’라는 객체에 대한 ‘그리움’이 더해 간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곱씹어보지만, 누구나 이런 감성이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이런 마음이 스며 올라 심장이 뜨거워지려면 따뜻한 삶을 살아야 가능하다는 생각에 젖어 봅니다. 더불어 삶을 보는 직관 역시 따뜻해야 합니다. 저와 여러분은 12월의 마지막 주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 주일은 한 해의 52주가 되는 송년 주일입니다. 크로노스의 관점에서 볼 때, 12월 29일은 28일의 다음 날, 30일의 전날에 불과 한 그냥 또 한 날이지만, 우리는 일 년의 마지막 주일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특성화하려 합니다. 아마 그래야 새로움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기 때문이겠지요. “선배님, 벌써부터 전화를 해서 인사를 드려야 했는데, 환경과 삶이 뭔지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늦어서 너무 죄송합니다.” “후배님, 나 또한 그러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혹시나 후배님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까 염려해서 머뭇거렸습니다. 나도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3년 후배인 제천중앙교회 담임목사와 만나 나눈 덕담이자 소회입니다. 지역 교회의 전임자와 후임자라는 교과서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울신학대학교라는 선지 동산에 3년 먼저 올라왔고, 3년 뒤에 올라와 공부하며 한국교회라는 필드에서 영혼 구원과 하나님 나라 확장이라는 동일한 미션을 가슴에 품고 주의 종으로서의 영성 훈련을 받은 선배와 후배가 제천이라는 동네에서 6년 만에 만나는 웃픈 일을 지난 주간, 경험했습니다. 시기만 다를 뿐, 사역 현장이 같다는 연대감, 더불어 담임목사라는 지난한 과정을 겪었고, 또 겪고 있는 공통 분모를 경험했고, 또 경험하고 있기에 목사만이 나눌 수 있는 이런저런 나눔을 통해 서로 위로하고 격려했습니다. 후배와 헤어지고 돌아와 서고에 있는 러시아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의 걸작 시문을 꺼내 찾아 읽었습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왜 슬퍼하는가/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모든 것은 순식간에 지나가고/지나간 것은 훗날 소중하게 여겨지리라”(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더 클래식, 2018) 목사라는 직을 갖고 평생을 살아온 오늘 중에 2024년 송년 주일을 지키면서 푸시킨과 이해인 시인들이 전해준 시어들로 인해 다시 따뜻한 마음을 가져 보기로 마음을 다잡이 해봅니다. 목양 칼럼을 쓰는 이 시간, 서재 안 턴테이블에 올려놓은 LP에서 ‘로망스’가 찌직거리는 소리를 내며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1년 수고하며 달려온 제게 더 사랑하라고 주시는 하나님의 선율처럼 다가옵니다. 은혜가 충만한 시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