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천안으로 향하는 하늘에서는 겨울을 재촉하는 듯한 비가 세차게 내렸습니다. 적지 않은 분량의 비가 내려 승용차 와이퍼가 자동으로 움직이는 횟수가 많아질 정도였습니다. 중학교 동기동창이며, 신학교도 같이 입학했고, 목사 안수도 같이 받았으니, 마음 깊은 것까지도 나누는 친구 목사 아버지를 하나님 나라에 파송하기 위해 새벽예배를 인도하고 급히 천안으로 향했습니다. 이제는 거의 화장이 대세고, 매장은 뜸하다 보니 오랜만에 하관 예배를 집례하는 낯섦 때문에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출발한 지 거의 2시간 만에 장지에 도착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의 하관식은 심리적으로 지쳐 있는 유족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가증시킬 것을 알았기에 염려도 했지만, 주군께서 마치 이런 마음을 아신 듯 공원묘지에 도착하자, 내리던 비는 멈추고 하늘이 벗겨지기 시작했고, 듬성듬성 햇빛까지 드러내 주니 감사하기가 그지없었습니다. 인천에서 유족 일행이 내려오는 길 고속도로가 너무 많이 막히는 바람에 거의 1시간을 기다리는 애먹음도 있었지만, 친구의 속 아픔을 알고 있기에 인내하며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기다린 지 1시간이 조금 넘은 시간, 장례 행렬이 장지에 도착했습니다. 고인의 관은 최고급 리무진에 모셔져 있었고, 운구차는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자리까지 운행되었고 이어 손자들이 이미 조성되어 있는 고인이 묻힐 자리로 할아버지의 구(柩)를 운구했습니다. 고인의 시신을 담은 관은 최고급 향나무 관이었기에 상당히 무거워 운구자들이 땀을 빼야 했습니다. 친구의 아버지는 인천에서 자수성가하신 기업인이셨기에 적지 않은 부를 갖고 계신 어른이고, 인천 지역에서 유지였고, 말년에는 인천 노인협회 회장을 오랫동안 역임하신 이력까지 세속적 관점에서 보면 내놓으랄 만한 명예의 소유자이셨습니다. 그러니 자녀들이 여타 다른 이들에게 아버지의 명예에 누(累)가 되지 않도록 마지막 모시는 일에 최고의 것들로 준비하며 지극정성으로 준비한 흔적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습니다. 어른은 내년이면 백수를 누리실 터였는데 99년의 삶을 마감하고 이 땅과 하직했습니다. 향나무 관을 준비된 땅에 하관하고 예배를 인도했습니다. 베드로전서 1:23-25절을 중심으로 ‘다잡이해야 할 일’이라는 제목으로 유족들이 가장 지쳐 있는 시간인 것을 알기에 간단히 설교를 진행했습니다. 썩을 것이 아니라, 썩지 않을 것을 붙들고 살아가는 남은 자가 되도록 다잡이 하자고 역설했습니다. 헌화와 취토를 끝으로 예배가 끝나자, 일꾼들이 나섰습니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들고 있는 삽으로 친구 아버님의 관에 흙을 쏟아 넣기 시작했습니다. 훌쩍이고 있는 친구를 아랑곳하지 않고 인정사정없이 밀어 넣은 흙들이 순식간에 관을 덮었습니다. 이윽고 인부들은 이제 밟기 시작했습니다. 굳어지고 또 굳어지도록 매몰차게 밟았습니다. 아주 심할 정도로 강하게 밟았습니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제게 불현듯 스치고 지나간 소회가 있었습니다. “그렇다. 호흡이 끊어진 이에게 베풀 이 땅의 아량은 조금도 존재하지 않는다.” 호흡이 끊어진 인간의 육체는 그가 살아생전 어떤 위치에 있었든지 대우받지 못하는 시신에 불과함을 다시금 각인했습니다. 그러니 다잡이해야 함은 오늘 유족들에게 전한 말씀임을 다시 옷깃을 여미며 곧추세워 보았습니다. “너희가 거듭난 것은 썩어질 씨로 된 것이 아니요 썩지 아니할 씨로 된 것이니 살아 있고 항상 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되었느니라 그러므로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 하였으니 너희에게 전한 복음이 곧 이 말씀이니라” (벧전 1:23〜25) 친구 아버님의 하관 예배를 인도하고 산에 내려오는데 하늘은 더 맑아져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