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30초2024-07-13 08:27
작성자 Leve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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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카톡 창에 목사님 〜〜이라는 단문이 떴다. 발신자는 이미혜 집사. 외의 다른 글이 없어 조금 기다렸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순간, 느닷없이 걱정이 다가왔다. 혹시 영주가 급히 입원했나? 아니면 권사님에게 건강에 문제가 생겼나? 이런 생각이 들자 곧바로 전화를 넣었다. 교우 가정에 내가 먼저 오후 9시 이후에 전화를 넣는 경우는 거의 없어 망설였지만, 불안한 마음이 들어 어쩔 수 없이 집사님에게 전화를 넣었더니 통화 중이다. 내가 생각한 것이 맞겠다 싶어 조바심이 들어 다시 기다리다가 전화기를 드는 순간, 노트북에 보이는 카톡 창에 이미혜 집사의 문자가 들어왔다.

목사님, 저 지금 교회 주차장인데 사모님 주무시나요?”

지금 시간이라면 마땅히 수원에 있어야 하는 시간인데 교회 주차장이라는 문자가 뜬 것을 보고 아, 예상한 대로 영주나 어머니 권사님의 신변에 큰일이 생겨 제천까지 불이 나게 내려왔다 싶어 다시 전화했다. 전화를 받은 이 집사님이 수줍은 듯이 이렇게 말했다.

목사님, 지금 교회 주차장에 왔어요. 목사님은 혹시 주무실 것 같아서 사모님에게 문자를 넣었는데 확인을 안 하셔서 어쩔 수 없이 목사님께 문자 드렸어요. 강원도 시댁에 다녀오는 길인데 시댁에서 준 옥수수가 너무 맛있고, 막 삶은 거라 지금 드리고 싶어 친정에 들어가기 전에 교회에 왔어요.”

오 마이 갓!

사택에 들어가 아내에게 이 집사의 내용을 전언하자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집사님 부부에게 따끈따끈한 강원도 산 삶은 옥수수를 아내가 건네받고 사택으로 올라왔다.

이 집사님이 따뜻한 옥수수라서 지금 드셔야 맛있을 것 같아 늦은 시간인데도 가져온 거니까 사랑이 담겨 있는 옥수수라 더 맛있을 테니, 오후 9시 이후지만 하나만이라도 먹고 자라고 아내가 옥수수를 건넸다. 하나를 건네받고 이 집사 가정을 위해 잠시 화살기도를 한 뒤에 옥수수 하나를 먹었다. 역시나 꿀맛이었다. 강원도 옥수수의 꿀맛은 예상했던 바지만, 지체가 가져온 섬김이라는 사랑이 담보된 옥수수라 맛이 배나 더했다. 30초 정도였다. 혹시 이 집사 가정에 어려움이 닥쳤을 거라 생각해서 조바심이 났지만 기우였음을 알고 안도했던 시간이.

목회가 무엇일까? 그렇다. 힘들기는 하지만, 이 긴장감으로 살아가는 게 목회다. 평생을 이렇게 살았는데 이 긴장의 끈은 놓을 수가 없다. 꿀맛 같은 옥수수보다 더 감사한 것은 사랑하는 교우들이 현장에서 무탈해 건강하게 승리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거다.

페이스북 친구로 있는 선배가 너무나 사랑했던 한 자매가 출산하다가 예기치 않은 산후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추모하는 애절한 글을 보았다. 선배가 적은 글은 이론으로 표현할 수 없는 혈서였다. 글을 읽다가 숨죽여 선배의 울음에 따뜻한 위로를 보냈다. 비상식적인 목사가 아닌 이상, 이 땅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목회자의 마음은 대동소이하다. 목회 그놈 참, 이제 은퇴를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참 거시기하다.

이미혜 집사님! 너무 감사해요. 아무런 일 없어서. 옥수수 최고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