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한 주간 기도원에 입소하면서2024-04-18 09:01
작성자 Level 10

한 주간 기도원에 입소하면서 


중학교 시절로 기억됩니다교과서에 나온 이런 글을손자가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할머니호랑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 그러자 할머니가 대답했습니다. “아니란다.” 손자가 또 묻습니다. “그러면 사자가 제일 무서워?” 그러자 할머니는 또 고개를 저으셨습니다손자가 보채면서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뭐가 제일 무서워?” 그러자 이윽고 손자에게 던진 할머니의 답.

사람이 제일 무섭지?”

막 사춘기로 들어가던 중학교 시절사람이 무섭다는 그 의미가 무엇을 말하는 지 어찌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겠습니까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어른이 되고서야 비로소 선명하게 이해하게 된 명제는 분명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것이었습니다물론할머니께서 손자에게 전한 사람의 무서움은 사람이 갖고 있는 죗성으로 인한 가변성에 대하여 무서움을 경계하라는 의미이었을 것입니다그렇게 수 십 년이 지났는데이제는 진짜로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것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가장 강력한 행정명령이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사회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얼마나 교만했든지코로나 19가 울고 갈 청정지역이라고 떠벌이던 우리들에게 마치 복수라도 하듯 제천을 멈추게 한 바이러스의 타격이 10일째 맹위를 펼치고 있습니다확진자가 100명을 훌쩍 넘어 거리는 적막강산이고삼삼오오 사람들이 군집한 모습은 전설의 고향 테마처럼 옛 이야기가 되었고연말에 북적이고들떠야 하는 일체의 상권과 지역 경제를 이끌었던 번화가의 쇼 윈도우는 텅 비었고상점의 문고리마다 ‘close out’ 이라고 써 붙여 놓은 명패들이 지천입니다.

그러나 이런 셧-다운(shut down)의 공포보다 더 끔찍한 공포는 사람이 가까이 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길을 걷다가 누군가 반대편 쪽으로 오면 가능한 한 우회하여 피하든지아니면 할 수만 있다면 멀리 떨어져 지나치는 일을 나도 모르게 한다는 자괴감이 밀려듭니다목욕탕에서 내 옆에 사람이 오면 슬쩍 피하기가 다반사이고행여나 대중음식점에 들리라 치면아예 독립된 공간에서 홀로 식사를 하려는 웃픈 현실이 내 삶의 정황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이렇게 내 스스로가 유폐(幽閉)된 것 같고유리(琉璃)된 듯한 이 진짜 두려움은 가장 큰 두려움이 되었습니다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중학교 시절 교과서에 실린 할머니의 말씀이 서늘하게 느껴지는 지금을 살면서목사가 갖는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습니다.

다음 주부터 한 주간기도원에서 머물려고 합니다기도하며 사무총회를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만약에 대비한 철저한 방역 시스템을 가동한다는 기도원 측의 약속을 믿고 입소하지만 마음이 무거운 것이 사실입니다그러기에 한 주간 사역의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2021년을 준비하는 종의 일체의 사역 위에 그 어느 때보다 기름 부으심이 충만할 수 있기를 중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더불어 종의 건강을 위해서도 중보 해 주십시오저 역시 사람이 무서운 것이 매일반인 범인(凡人)이기에 말입니다한 주간기도원에서 교우들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영적 승리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교우들도 그 어느 때보다 담임목사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키리에 엘레이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