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교회 김장을 했습니다.2024-04-18 09:01
작성자 Level 10

교회 김장을 했습니다. 


한때 저항시인으로 이름을 날렸던 시인 김지하의 을 소개하고 싶어졌습니다.

 

밥은 하늘입니다/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밥은 하늘입니다/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밥은 여럿이 같이 먹는 것/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에/하늘을 몸속에 모시는 것/밥은 하늘입니다/아아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우리 주군이신 예수님도 밥상 공동체를 사역의 중심에 놓으셔서 함께 먹는 사역을 소홀이 여기지 않으셨습니다교회가 예배 후에 함께 떡을 떼며 밥을 먹는 것은 초대교회부터 이어져 온 너무 중요한 본질적인 사역이었습니다.

2020이렇게 중요한 함께 밥 먹기라는 사역이 물리적인 힘에 의해 중단되는 초유의 불행이 교회에 임했습니다어처구니없는 사변이고아픔이었습니다고통스러운 것은 2021년에도 당분간은 이 아쉽고 유감스러운 일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입니다성도들이 부대끼며 함께 밥을 먹는 일은 교회가 존재해야 하는 당위 중에 하나인데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아프고 또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주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 김장을 했습니다전제는 배추 포기수를 최소한으로 줄인 점입니다극소의 몇 몇 지체들이 이 사역을 감당하며 섬겼습니다배추 포기수가 극소화되었기에 일손이나무게감이 줄어들었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체들 몇 몇이 김장 섬김을 한 이유는 초유의 사태가 풀어지기를 기대하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지자체에서 모이기는 허락하지 않는 방침에 따라 최소의 인원들이 봉사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을 담임목사가 보면서 정상적이지 않은 비정상의 상태가 다시 정상화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더 간절해졌습니다생각이 여기에 이르다보니 반찬이 많고 적고를 떠나 교우들이 예배를 마치고 삼삼오오로 수다를 떨며 밥상공동체를 이루던 일이 얼마나 큰 감사의 내용인지를 잊고 산 우리 모두의 죄가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너무 당연하게 생각되었던 일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감사의 조건이었는데 이것을 잊고 살았으니 말입니다한편으로 코로나 19라는 괴물이 알려준 긍정적 반전의 감사도 있다는 생뚱맞은 상상도 하게 됩니다.

이제 다음 주일부터 2020년 대림절이 시작됩니다왠지 모르게 이번 대림절 기간은 묻어졌고알려고 하지도 않았고느끼지도 못했던 하나님의 은혜를 더 깊이 성찰하고 체휼하는 절기가 될 것 같습니다부족한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인 지체들 모두가 이런 소박한 감동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대림절 기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그게 정상이니까.

같은 아픔으로 교회 김장 사역을 감당해 준 지체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뜨겁게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