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영상실에서2024-04-18 08:59
작성자 Leve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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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실에서

 

지난 주중에 교회 실시간 방송 송출이 중단되었습니다월요일까지 별 탈 없이 잘 송출되던 실시간 방송 시스템에 오류가 생겼기 때문입니다부교역자가 그 동안 주중 영상을 담당했기에 전혀 관계하지 않은 영상 송출에 대한 제반 내용을 직접 떠안게 된 지난 주중 영상 사역은 세팅되어 있는 유트브 방송 체계를 회사 쪽에서 수시로 가변적인 변화를 준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해 생긴 일이었습니다.

부교역자가 사임한 이후영상 및 음향에 대한 주중 관리를 제 스스로 당분간 감당해야 하는 탓에 긴장하고 있습니다아니나 다를까 완전하게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조금 변명하자면 영상 및 음향에 대하여 문외한인 사람이 익숙하게 영상까지 오퍼레이션을 하기에는 역부족인 탓에 주중 예배를 기다리는 온라인 교우들과 우리 교회에 관심을 갖고 있는 네티즌 이웃들에게 적지 않은 불편을 주었습니다.

아는 지식을 총동원하여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았지만 이과적인 성향과는 거리가 먼 담임목사의 얄팍한 영상 관련 지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금지의 영역이었기에 그 동안 너무나 편안하게 드렸던 예배에 대해서 많은 지체들이 한 주간 많은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 분명합니다.

해서 수요일부터는 아예 영상 사역이 없는 교회의 옛 모습으로 예배를 드렸습니다하지만 이 불편하기 그지없는 예배를 인도하면서 묘한 생각이 들었습니다문명의 이기를 선용하여 예배 도움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졌기에 촌스러움과 불편함에 대하여 대단히 불편해 하는 내 스스로를 보면서 언제부터 이렇게 편리함에 길들여졌지성찰해보는 마음이 들었습니다반주자가 없는예배를 돕는 자막이 없는마이크가 없는 가운데 해야 하는 설교는 무척이나 힘이 들었습니다하지만 지난 수요일에 경험했던 전무했던 예배를 인도하면서도리어 그 동안에 너무 당연하게 있었던 것들이 당연한 것들이 아니라 감사해야 할 것들임을 새삼 느끼며 나를 겸손하게 만드는 일이 되었기에 비싼 수업료를 내고 공부한 것 같은 행운(?)을 얻었습니다.

너무 가진 것이 많아진 우리들입니다너무 편안하게 되어 버린 우리들입니다톱밥 난로 하나가 교회가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난방이었던 시절교회 차량 운행은 상상할 수도 없었던 시절그래도 그때는 기도하는 교우들의 소리가 따뜻한 입김의 훈훈함으로 모아져 이론으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과 감사가 있었던 때였는데 오늘 우리는 너무 편리함과 편안함에 길들여져 있어 그 중요한 감사는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닐까 싶어 못내 씁쓸하기까지 합니다.

육체적인 노화라는 말로 당신의 인생을 묶어 놓지 않기를 바란다아무리 늙었어도 자립한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자는 아우라라 불릴 정도의 무언가를 조금은 발하는 법이다.” (마루야마 겐지, “나는 길들지 않는다.”, 바다출판사,2014,p,161.)

오래 전에 읽었던 일본의 반골적인 지성이자 소설가인 마루야마 겐지가 말한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글감입니다나이가 들어감에 익숙한 것에 포로가 되거나편리함과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는 삶그러기에 목사로 이 땅을 살아가는 나는 정신적인 아우라 물론 영적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는 아우라를 날마다 만들어가야 함을 독려해 준 이 문장을 때때로 되새기곤 합니다.

한 주간세인 교회 영상실은 제게 공부하도록 채찍을 가해준 고마운 장소였습니다공부는 했지만 그래도 영상부장이 내년에는 다시 제천에서 근무하도록 빡세게 기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