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복(喪服)을 챙겨서
지난 주 월요일, 황 집사가 위독하다는 전갈을 휴가지로 떠나려는 데 받았습니다. 재발 이후에 더 이상은 항암 치료로는 안 된다는 주치의의 판단으로 인해 외과적 수술이 결정되었습니다. 3주 전, 수술실로 들어가기에 앞서 황 집사께서 제게 부탁한 기도 제목이 있었습니다.
“목사님,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두렵습니다. 그래서 목사님께 기도 부탁을 드립니다. 하나님은 물론 생각나는 사람이 목사님 말고는 딱히 없습니다. 깨어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수술 당일에 새벽기도 시간은 물론 제게 그날은 온통 시간이 기도의 시간이었습니다.
“하나님, 완벽한 수술 뒤, 정상적으로 깨어나게 하옵소서!”
후에 기도의 응답을 받았다는 전화를 받고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은혜로 수술이 잘 되어 퇴원을 앞두고 있었는데, 지난 주 월요일 의식불명 상태가 되어 중환자실로 급히 들어갔다는 전화를 받은 것입니다. 아내 되는 집사님이 통곡하며 제게 들려준 말이 귓가를 여지없이 세차게 때렸습니다.
“목사님, 의사 말이 못 나올 것 같다고 해요.”
청천벽력의 전언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만나지도 못한다는 말을 듣고 두 가지를 준비하고 휴가지로 떠났습니다. 상복과 장례예식서입니다. 하지만 너무 하나님께 속상해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했던 저의 나약함을 인정하면서 서재에서 펑펑 울며 하나님께 독기어린 마음으로 대들었습니다.
“하나님, 도대체 제게 너무 하시는 것 아닙니까? 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제게서 먼저 데리고 가시려는 겁니까? 하나님, 정말로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 하나님, 살려내세요!”
편하지 않은 휴가의 첫 날 월요일, 휴가처에 도착해서 순간순간 마음속으로 황 집사를 위해 화살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나님, 살려주세요! 수빈이가 아직 어리잖아요. 수빈이는 물론, 수빈엄마도 남편과 아빠 없이는 안 됩니다. 하나님,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화요일 아침에 아내 집사의 전화가 울렸습니다. 전화를 받으면서 얼마나 부들부들 떨었는지 모릅니다. 아, 부고인가보다. 상복을 입어야 하나보다. 믿음 없는 목사는 이렇게 덜컹했습니다.
“목사님, 수빈아빠가 기적적으로 의식이 돌아왔어요!” 너무 감격적인 김 집사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순간, 너무 울컥해서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머금으려고 애를 먹었습니다.
아내가 이 소식을 듣고 애틋하게 제게 한 마디를 툭 던졌습니다.
“하나님께서 1년에 한 번 작심해서 온 휴가, 그래도 남은 시간 이 목사 조금 편히 쉬라고 은혜를 주셨네요.”
목사의 삶이 긴장의 연속이라지만, 하나님이 금년 8,9월은 이 목사하고 너무 밀당(?)하시는 것 같습니다.
조금 숨을 쉬게 되었지만, 제게는 아직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되는 기도제목이 있습니다.
“하나님, 황 집사가 일상에 서게 하옵소서!”
또 엎드립니다. 이래저래 목사는 속이 타들어갑니다.
어떤 때는 정말로 속상하고 억울합니다. 왜? 목사는 정말로 나쁜 사람이 아닌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