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무제(無題)2024-04-17 18:23
작성자 Level 10

무제(無題) 


금년 여름은 기상청 장기 예보를 훨씬 빗나가는 날씨를 보여줍니다사실코로나 19의 엄습으로 인해 많이 지쳐 있는 상태에 맞는 여름이라 적지 않은 걱정이 앞섰는데 아직 여름이 끝나려면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하겠지만 여름의 반이 지나간 지금분명한 것은 여름 같지 않은 선선함에 그래도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다는 점입니다더불어 비까지 많이 내리는 탓에 몇 년 동안 농부들이 늘 걱정했던 물 걱정도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여름나기가 될 것 같습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지요정도가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진배없다는 한자숙어입니다더위 걱정물 걱정이 없는 여름 나기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이지만또 한편으로는 과일들이 햇빛을 많이 받아야 맛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 못해 가을에 수확할 과실들이 튼실하게 자라지 못할 것에 대한 염려들이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뿐만 아니라 너무 습한 날이 많아 곰팡이 균들을 비롯한 각종 수인성 질병에 대한 위험 척도도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보니 코로나 19와 맞물려 이제 인간은 바이러스와 동거하며 살아야 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세대가 된 듯해 섬뜩하기까지 합니다목양터의 이야기 마당을 쓰고 있는 서재 창밖으로 들리는 빗소리가 연일 귓가를 때려서 그런지 이제는 비가 그만 좀 내렸으면 좋겠다는 간사한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주일을 준비하는 예비일입니다날씨가 습하면 인간의 마음들이 우울해진다는 보고를 어느 저널에서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왠지 우울 모드가 지속되고 있는데 때마침 친구 목사가 전화를 했습니다섬기는 교회에서 충성하던 젊은 자매가 뇌출혈을 생을 마쳐 장례를 눈물 가운데 치렀다고장례를 인도하는 동안대단히 힘들었다고친구의 말에 애틋함이 아려 있었습니다친구와 전화를 끊고 잠시 지난 시간들을 회고해 보았습니다.

목회의 현장에서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지난 30여 년을 훨 넘게 달려왔는데도 아직도 성도들의 희로애락에 일희일비하는 것을 보면목회가 도대체 뭐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는 아마추어 목사로 살고 있는 것 같아 조금 더 우울한 시간을 보냈습니다그렇지만 그 우울함 속에서도 하나님을 놓치지 않기 위해 더 몸부림 친 한 주였습니다지난 주간우리 시대의 탁월한 기독교철학자라고 인정받고 있는 강영안 교수의 글을 읽다가 우울함 모드에서 빠져 나왔습니다.

우리가 신앙 안에서 참된 것으로 받아들인 것을 그대로 쌓아두지 않고 삶 속에서 온전히 그것을 따라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묻고 따지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강영안, “믿는다는 것”, 복 있는 사람,p,172,2020)

제 심비에 새겼습니다다시 질문하는 신앙으로 목양을 건강하게 만들겠다고칼럼을 쓰고 난 뒤에 이렇게 기도할 예정입니다.

하나님주일이 눈앞입니다교회를 섬기는 목사로서 하나님께 질문하며 걱정을 끼쳐드리는 주일이 아니라 기쁨을 드리는 주일로 선방하게 하옵소서!”

키리에 엘레이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