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키리에 엘레이손!2024-04-18 09:10
작성자 Level 10

키리에 엘레이손! 


고향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던 어린 시절젊은 담임목사님으로 부임했습니다퇴임하신 목사님에 비해 설교도 너무 잘 하시고젠틀 하셔서 신자들에게 인기가 최고였습니다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부활주일이 되면 항상 목사님은 코피를 쏟으셨습니다그러자 목사님께서 당시 당신이 쏟으신 그 코피가 예수님이 흘리신 보혈의 피와 관계가 있다는 뉘앙스로 해석하셨던 것을 어렸지만 생생히 기억합니다그 당시에는 목사님의 한 마디는 곧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생각하던 절대 신뢰의 시기였기에 담임목사님의 그런 해석에 토를 달거나이의를 제기하는 신자들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훗날제가 신학생이 되고신학의 지평이 넓어지면서 고향교회 담임목사님께서 발언하신 코피 발언이 얼마나 위험한 발언이며비신학적인 언사인지를 알게 되었지만분명 그때는 목사님의 피 흘림이 왜 그리 거룩해 보였는지 모릅니다.

웃자고 한 마디 하겠습니다아마도 사순절에 이어 고난주간으로 연결되는 어간육체적으로 많은 체력을 소비해서 쌍코피를 흘리신 것이라고 정직하게 말씀하셨더라면 훨씬 더 신뢰가 가는 인간적인 목사님이라고 존경했을 텐데 코피를 보혈로 둔갑시킨 것은 심해도 조금 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과유불급이었지요이제는 은퇴를 하신 지 오래되셨는데 어르신의 말년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목사에게 있어서 사순절과 고난주간 그리고 부활절로 이어지는 절기는 대단히 예민하고 긴장 되는 시기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왜냐하면 바울이 말했던 그대로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에는 동참해야 한다는 목사 나름의 직업의식(?), 혹은 사명감 때문에 조금 더 절제하고엎드리고성찰해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영적육체적 압박의식이 정상적인 신체의 바이오리듬을 깨뜨리는 것이 목회 임상적으로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주초에 입안이 헐기 시작했습니다혓바늘이 돋고입천장은 불그스레 비늘 같은 것이 생겼고심해지니 얼굴 턱까지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급기야 약국에 가서 처방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는 신세가 되었습니다젊어서는 혓바늘이 돋고 입천장이 헐고 하는 정도는 푹 자고 일어나면 감쪽같이 사라졌는데 근래는 일주일 정도는 되어야 가라앉는 것을 보면서 왜 나이듦이 한편으로 서럽고 유감스러운 일인지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사순절그리고 고난주간 그 어느 때보다도 주군과 함께 하는 행복한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했던 한 해였습니다해서 영은 나름 건강해지는 선방을 했는데육체적으로는 영 시원치가 않습니다펜데믹 상황이라 몸 관리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는데 사순절 기간은 역시 육체적으로는 고난에 동참하는 절기인 것 같습니다. (ㅎㅎ이 정도의 육체적인 나약함에도 많이 우울해 하는 나약한 목사가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려고 했다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못난 짓인지를 또 한 번 절감하며 체휼해 봅니다그래서 언제나 주군께 드리는 기도는 바로 이 기도입니다.

 

키리에 엘레이손! (주여불쌍히 여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