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대리운전 알바 했어요. 지난주에 내려온 아들이 식사 중에 던진 말입니다. 갑자기 던진 말이라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태연하게 되물었습니다. 웬 대리운전? 방학 중이기도 하고, 이전 선배가 귀띔해 준 적이 있었는데 쏠쏠하게 용돈이 되어서 몇 번 해보았어요. 그렇게 힘들지도 않고, 앞으로도 할 수 있으면 해 보려고 해요. 아내가 한 마디를 거들었습니다. 정신이 괜찮네. 그렇게 남의 돈 벌기가 어려운 줄 알아야 해. 맞장구를 쳐서 그 날, 알바 이야기는 그렇게 끝났습니다. 얼마 전, 싱-어게인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전해서 우승을 한 이승윤이라는 가수는 이재철 목사의 셋째 아들이라는 또 다른 이력 때문에 세간에 관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아들 덕에 덩달아 현직에서 은퇴한 다시 재조명을 받아 이재철 목사는 기독교 포털 검색 1위에 오르는 역주행의 진풍경을 연출했다는 여론 보도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무튼 이승윤 신드롬은 어느 정도 지속될 것 같습니다. 그가 우승을 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기에 여럿 여론에서 인터뷰를 한 방송이 보도되었는데 일련의 인터뷰 과정에 우승자가 이런 이야기를 기자와 나눈 대목에 주목했습니다. “제가 예상지 않게 경연 라운드에서 탈락되지 않고 계속 올라가는 바람에 일을 하지 못해 월세를 내지 못하는 곤란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걱정입니다.” 이승윤이라는 가수가 보여준 그 동안의 진정성 때문인지 일을 못해 월세를 내지 못한다는 내용이 연출된 발언이라고는 1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의 발언을 듣자 나름 많은 생각이 오갔습니다. 아버지는 모든 신학생들이 닮고 싶어 하는 목사 1위에 오를 정도로 인지도가 있는 분이였기에, 그 동안 이 목사께서 쓰고 출간한 수많은 책을 통해서 나오는 인세만 해도 적지 않은 수입원이 있을 테고, 더불어 어머니는 홍성사를 운영하던 CEO 출신이고, 큰형은 변호사, 둘째 형은 억대 수입을 올리는 유명한 천재 유트버인데 셋째 아들이자, 동생이 월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느낀다는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를 한참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스스로 맺은 결론은 적어도 이재철 목사의 목사로서의 자녀 교육관이나 그가 갖고 있는 가치관과 철학이 어떤 지를 나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지난 주 신문에서 본 저널 제목이 이랬습니다. “이제는 개천에서 절대로 용이 나지 않는다. 부자 부모 밑에서만 용 난다.” 그도 그럴 것이 박근혜 정권 때 국정농단의 한 복판에서 엄청난 혜택을 누렸던 부모의 딸이 했던 말처럼 부모도 스펙이고, 실력이라는 그녀의 말이 이후 하나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되고 적용되는 기가 막힌 시대이기에 더욱 이런 참담한 발상이 마치 가장 정상적인 일이 되는 처치 곤란의 아픈 시대가 오늘입니다. 아들이 대리운전을 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묻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본인 스스로가 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선뜻 다른 사람의 차 운전대를 잡았을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에비로서 한 가지 욕심이 있다면 아들이 대리운전을 하며 얻는 교훈이 단순히 쏠쏠하게 들어오는 용돈 벌이가 아닌 감히 돈의 가치로는 비교할 수 없는 그 어떤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공부하는 의미 있는 일탈이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한편으로 펜데믹이라는 기막힌 상황에 몰려 졸지에 대리운전이라는 직업군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 땅의 수많은 이웃들이 더 이상 좌절하지 않도록 원래 정상의 자리로 돌아가는 날이 속히 돌아오기를 화살기도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