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폼(reform) ‘하루에 100페이지를 읽는다.’를 실천한지 13년째 들어선다. 어림잡아 4,380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이 목표를 채웠는가를 묻는다면 그럴 리가 있냐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겸손하게 고백할 수 있는 분명한 것은 그리 하려고 노력했다는 고백이다. 어찌 보면 내게는 교회 개척이 목양의 바른 방향성을 향해 달려가게 해준 영적 선생님 역할을 톡톡히 해 준 게 사실이다. 누군가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개척교회는 유리 바닥을 걷는 것과 같다고. 뒤돌아보니 그의 말이 적합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고비도 있었고,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지만 교회 개척은 적어도 내게 엘리압과의 지루하고 진 빠지게 하는 소모적인 목회를 중단하게 해 주고 골리앗과의 싸움에 집중하게 해준 목회학 박사 학위보다 더 귀한 학위를 주었다. 이제 개척 13년째로 들어서는 2021년을 목하 맞이했다. 우연히 서재 바닥에 떨어진 부스러기들이 눈에 보여 무언가를 살폈더니 독서를 할 때 앉는 의자가 너무 낡아 자연적으로 떨어져나가고 있는 천 조각들이었다. 자세히 보니 팔을 거치하는 양쪽이 헐고 헐었고, 엉덩이 부분도 속살이 드러날 정도로 헤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내에게 사실을 알리고 리폼을 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더니, 리폼이 더 비싸니까 하나 사자고 한다. 아들에게 가보로 물려주려고 했는데 안 될 것 같다. 신학교를 같이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같은 해에 받고, 개척도 함께 했던 말 그대로 절친 4명 중에 생일이 가장 빠른 한 명이 지난 주 생일을 맞았는데 그 날 SNS로 단체톡에 글을 간단히 보냈다. “어린 동생들아, 형이 제일 먼저 환갑잔치한다. 너희들 환갑잔치는 대면으로 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이제 나도 몇 개월 뒤에 환갑을 맞는다. 친구들과 30대 초반에 개척교회를 섬기면서 나누었던 것 중에 당시 60대를 맞이한 선배 목사님들을 보면서 인생 이제 다 사셨다고 읍소했는데 그런 내가 이제 환갑이 되고 보니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한 자리에 오래 앉았다가 일어나면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 스쿼트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어느 날부터 상체를 일으킬 때 무릎 쪽에서 관절 이상을 알리는 소리가 들린다. 식탁 옆에 놓여 있는 소쿠리에 약봉지가 쌓이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그 좋아하는 탁구장에 못 나간지가 2개월이 되어 이러다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집에서 자전거와 러닝머신으로 아쉬움을 달래는 땀 흘리기를 하는데, 운동을 마치면 파김치가 된다. 작년하고 또 다르다. 육체는 리폼이 안 되나, 된다고 하면 뭐든지 할 텐데. 나만 그런지 알았는데 같이 환갑을 맞는 친구들도 도진개진이다. 친구 한명이 자조 섞인 투정으로 한 마디를 했다. “이 목사, 아침에 일어나면 지난밤에 권투 선수한테 늘씬 맞은 것 같이 아프다.” 위로하기 위해 한 마디 했다. So do I! 내 말을 들은 친구 목사가 1초도 안 기다렸다가 내게 다시 말한다. “야, 그래도 넌 머리숱도 많고, 아직도 있는 부분이 더 넓잖아!” 박장대소했다. 불현 듯 다시 고개를 쳐드는 생각이 있다. 서재에 있는 독서용 의자 리폼 할 때, 내 육체는 리폼 안 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