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 구영 갔었는데… 새벽예배 운행 중에 지체에게 전해 들었습니다. “작년에는 이 맘 때에 단풍 구경 갔었는데…” 1년에 한 번 있는 단풍 구경을 가지 못하는 올 해의 상황에 대하여 자조 섞인 한 마디를 아내에게 전한 이종구집사님의 말입니다. 듣고 보니 담임목사로서 매우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빡빡한 1년 목회 여정 중에 그래도 어르신들을 모시고 봄에는 경로 위로회로, 가을에는 단풍 관광으로 섬기는 것을 너무 당연한 사역으로 여겼는데 이 마저도 하지 못하는 작금의 현실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어떤 때는 감정적으로 국가가 무엇을 요구하든지, 싹 무시하고 내 목회니까 교우들의 마음에 드는 스케줄을 만들어 강행할까 하는 유혹도 받지만, 그건 감정의 폭이 움직이는 일이고 조금 잔잔한 마음으로 이성적 판단으로 다시 생각하며 계획했던 사역을 접곤 하는 일이 금년 들어 비일비재합니다. 지난 주간, 남쪽에서 목회하는 아끼는 후배 목사에게서 울분을 토하는 메시지 하나가 SNS를 통해 들어왔습니다. 글 내용을 요약하면 서울신학대학교 동문 후배인 거의 근본주의자에 가까운 모 목사가 근래 과격한 언사로 정부는 물론, 가장 건강하고 상식적인 교회와 목사의 상을 위해 몸부림치며 사역하다가 은퇴한 이름만 대면 다 알 정도의 존경받을 만 한 선배 목사들까지 싸잡아 거침없이 내뱉는 비난과 독설에 대하여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느낀다는 소회를 제게 보낸 것이었습니다. 후배의 입에서 거론된 후배는 너무 새까만 후배라 개인적으로 만나보지 못한 것을 물론 일면식이 없는 목사고, 신학교 후배라고는 하지만 전혀 저하고는 1도 모르는 관계입니다. 물론 이 친구에 대한 명성(?)은 유트브 스타(?)이기에 족히 알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저하고는 성향이 180도 다른 인사라 그냥 그런 자가 있다는 정도로 치부하는 정도지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후배입니다. 남쪽 녘에서 건강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후배 목사가 뭔가 믿을만한 선배라고 인정해주는 제게 위로의 동지적인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SOS를 친 것인데, 그에게 ‘그 인간 때문에 혈압 올리지 말라!’고 원론적인 이야기만 해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는 전혀 들을 귀가 없는 근본주의자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가끔 현직 목사로 국가에 대한 예언자적인 목소리를 어디까지 내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깊은 고민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제 스스로 이렇게 움츠리곤 합니다. “내 자신을 알자!” 지금 내가 섬기는 교회의 몰골이 국가에 대하여 가타부타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님을 쓰라리게 절감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국가가 뭐 어떻고! 가 아니라 내 사랑하는 교회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하여 성찰하는 것이 먼저임을 겸손하게 인정해 봅니다. 웃프죠? 우격다짐 하나, 어르신들 모시고 그냥 단풍 관광 확 나가버려! 그 외침이 목까지 치밀어 오르지만 참고 또 참습니다. 우리 세인교회는 대한민국 충청북도 제천시 서부동 1003번지라는 로컬에 위치한 교회니까. 나라 없는 교회가 존재할 리 만무임을 아는 목사가 참아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말입니다. 이종구 집사님, 내년에도 건강하십시오. 내년에는 꼭 모시고 나갈게요! 목양터 이야기 마당을 쓰고 있는 오늘, 하늘은 밖으로 나오라고 왜 이리 유혹하는지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