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지은이 | 알비 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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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출판사 | 일월서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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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일 | 2015-08-04 18:28: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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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비 삭스의 ‘블루 드레스’를 읽고 (김신 역, 일월서각, 2012년)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정치는 현실에 발을 딛고 열린 가슴으로 숭고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진흙에서 연꽃을 피우듯, 아무리 욕을 먹어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라는 신념 하나로 저는 정치를 해왔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입니다.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얼마 전, 우리는 이 땅의 여당 대표가 현실 권력의 타의적인 압박에 의해 자리에서 쫓겨나는 시간, 그가 내 뱉었던 한 마디의 화살이다. 몇 년 전, ‘변호인’이라는 영화에서 역대 대통령이었던 한 역사의 주인공이 부정과 편법과 불의의 이 땅에서 분노하며 외쳤던 그 한 마디는 아직도 저의 가슴을 울리고 저의 귓가에 공명되어 울리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 그러나 근래 이 땅에 이런 헌법적 가치가 진짜 있나? 하는 생각에 깊은 자괴감을 느낄 때가 참 많다. 살아 있는 권력에 의해 무시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감히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그것이 피땀으로 세운 이 나라의 작금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헌법적 가치가 무시되고 유린되는 현실에서 남아 있는 보루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헌법재판소일 것이라는 상식은 웬만한 지성을 갖고 있는 자라면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헌데 이 나라의 헌법 재판소의 상황이 어떤가? 한 국가의 이념은 정권을 잡고 있는 권력의 이데올로기적인 성향에 따라 요동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점에 대하여 긍정적인 편이다. 보수와 진보의 균형이라는 말을 쓰면 너무 촌스러운가? 그래도 할 수 없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그런 추의 높낮이로 인해 발전해 나아가는 것이니까. 이런 차원으로 접근할 때 헌법재판소도 예외일 수는 없다. 헌법재판관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판결과정 역시 시비가 엇갈릴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헌법재판소가 헌법 1조 1항과 2항에 대한 기본적인 가치 추구에 있어서는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서평자는 아무리 보아도 이 땅 헌법재판소의 일련의 결정문들은 너무 천편일률적인 쪽으로 흐르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유감스럽다. 그것이 우측이든 아니면 좌측이든 말이다. 알비 삭스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초대 헌법재판소장을 역임한 법조인이다. 그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1948년부터 1994년까지 가장 극악무도하게 펼쳤던 지구상에 가장 비인간적인 구조였던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 철폐를 위해 싸웠던 투사였다. 그는 이 일로 인해 조국인 남아공에서 추방되었고 조국의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모잠비크에서 망명 생활을 하던 중에 차량 폭탄 테러를 당하여 한 쪽 눈과 한 쪽 팔을 잃게 되는 비운도 맞이했다. 그러나 그는 그 사건을 통해 본인이 때로는 저울질하고 법조계에 있었던 하이 컬러로서의 잘 나가는 인생에 대한 유토피아적인 이중성을 완전히 극복하고 분명한 진보적 지식인으로 본인의 평생을 걸었던 남아공의 선구자적인 인물로서 지금도 남아 있다. 그는 1994년 남아공이 실시한 최초의 민주적인 선거에서 넬슨 만넬라가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 남아공의 민주적 헌법을 최초로 기안함은 물론 최초의 헌법 재판소의 재판관으로 임명되어 도무지 민주화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전 세계의 기우를 비웃듯 보란 듯이 참 귀한 남아공의 헌법을 만들어 모범적인 민주공화국의 체제를 갖추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감당했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가 만든 남아공 최초의 민주적 헌법 정신은 UBUNTU 정신을 기초로 하였다. 아프리카의 고유한 정신이기도 한‘우분투’는 I am because you are. 의 상생의 정신이다. 알비 삭스는 본인이 당한 생명을 잃을 뻔했던 테러에도 불구하고 남아공 민주 헌법을 기초하면서 이 정신을 토대로 하였다. 그는 진실화해위원회를 발족하여 테러를 가한 부류에 있었던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의 권력자들을 국가적인 미래를 위해 용서하여 상생을 도모했다. 더불어 조국의 안정적인 민주 사회 건설을 위해 그들을 품었다. 청파 교회 김기석 목사는‘예수, 사랑 먼저 행하고 먼저 베풀어라’는 옴니버스 형식의 인문학 교과서에 기고한 글에서 예수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끌어안을 때 팔이 엿가락처럼 늘어나는 사람” 알비의 정신이 바로 이런 정신이 아니었나 싶다. 그는 이렇게 우분투 정신으로 절대로 온전한 민주 국가 형성을 이룰 수 없는 지구상의 나라 중 하나라고 많은 식자층의 사람들이 진단했던 것을 뒤집어엎고 오늘 가장 열린 민주사회로 남아공을 만들어 내는 일익을 감당했다. 블루 드레스는 바로 이런 국가로 남아공이 나아가는 데에 수없이 마주쳤던 갈등에 대한 헌법적 보고서이다. 인종 차별이 극심했던 역사를 갖고 있었기에 태생적으로 가난한 삶을 살아야 했던 흑인들의 주거권, 인권, 행복추구권 등등의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권리를 동등하게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그의 발군의 실력이 눈에 보인다. 특히‘호프만 사건’으로 불리는 에이즈 환자들에 대한 편협 된 시각을 올바르게 판결한 재판은 무척이나 의미 있게 다가온다. 에이즈에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채용을 하지 않은 항공사는 그를 채용하라고 명령함으로서 인간에 대한 불공정한 차별에 경고장을 던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 판시는 환경적인 무지와 건강에 대한 일천함으로 인해 무차별적으로 임하고 있는 소외된 자들의 불이익을 법적으로 보장해 주는 기회가 되었고 이렇게 국가적인 차원에서 소외된 자들을 배려하고 돌보도록 만든 헌법적인 지지는 오늘 한국사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소외된 자들에 대한 소리 없는 폭력을 볼 때 부럽고 또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서평을 통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판례는 ‘래스터 패리언’ 집단의 종교적 소송이다. 그들은 성찬의 한 방법으로 마리화나를 피운다. 허나 국가적으로 마리화나를 사용하는 것을 막고 있기에 이것을 종교 탄압의 성격이 큼으로 종교 탄압을 철회하라는 헌법 소원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들의 요구는 기각되었다. 이유는 간단한다. 정치와 종교는 분명히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 민주국가의 범례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국가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일들 중에 인간의 존엄성과 공생의 철학을 무너뜨리는 일체의 행위들에 대하여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현직에 몸담고 있는 목사로서는 주목할 수 밖에 없는 헌법 소원에 대한 판시였다. 서평자도 일견 동의한다. 그러나 유의하고 또 주목할 대목이 있다고 판단한 대목은 이것이다. 예를 들자면 교회 재정에 대한 통제권이다. 교회 공동체에 대한 세금 문제가 예민하게 대두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목회자의 납세에 대한 국가적인 요구에 대하여 서평자는 긍정적이다. 마땅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납세의 의무를 해야 한다는 것은 이의가 없다. 그러나 교회의 재정 통제는 해석의 차원이 다르다. 교회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는 멤버들의 기부금 상황은 제일 중요한 것이 공개할 수 없는 개인적인 프라이버시에 대한 문제이다. 이것은 교회가 교회 멤버십을 갖고 있는 지체들을 위해 반드시 지켜주어야 할 사생활에 대한 영역이다. 이것을 공격하는 일들이 국가적으로 종용될 때 목회지로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를 서평자는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점검했다. 국가법과 종교법에 대한 충돌 시에 오늘의 목사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는 성직자적인 태도로 세속의 관점을 극복할 수밖에 없다는 영적 판단의 기초가 나에게 절실함을 각인해 보았다. 블루 드레스는 이외에도 인간의 기본권에 해당되는 주거권, 토지권, 종교적 차원에서의 평등권 등등에 대하여 헌법이 말하는 최대의 공약수를 도출하기위해 노력한 남아공 헌법 재판소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감동을 준다. 왜냐하면 인간의 존엄성과 공생의 정신을 향한 몸부림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법조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이 땅이 힘 있는 자와 없는 자로 갈라져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꼭 섭렵해야 할 양질의 책이기에 추천해 본다. 책 표지에 그려져 있는 삽화는 ‘블루 드레스’ 이다. 남아공의 예술가인 주디스 메이슨이 자유를 위해 투쟁하다가 옥고를 치르고 고문으로 사망한 필라 은드완드웨와 헤럴드 세폴라의 용기를 기리기 위해 1985년 2월에 제작한 작품이다. 두 명의 여성들은 인종차별정책과 맞서 싸우다가 보안경찰에 체포되어 고문을 당했다. 특히 필라는 고문을 당하는 동안 벌거벗긴 채로 수치를 당했다. 필라는 여성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파란 비닐봉지로 바지를 만들어 입었다. 결국 그녀는 살해를 당했고 비밀 보안 경찰은 그녀의 시신을 은폐하기 위해 지뢰를 폭파시켜 시신을 와해시키려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이 사실은 민주화가 이루어진 뒤에 백일하에 드러났는데 이 일을 안 주디스 메이슨이 그녀의 영혼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 놓은 드레스인데 오늘날 남아공은 물론 전 세계 민주주의의 정신처럼 여겨지는 상징물이 되었고 지금은 남아공 헌법 재판소에 전시되어 있다. 목사로서 살아온 지난 세월동안 굴종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쳤다. 세속적인 마인드와 타협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살아가는 자의 당연한 의무요 걸음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상식이 비상식이 되고, 비상식이 상식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는 진리와 아모스가 선포했던 그대로 정의와 공의가 강물처럼 하수처럼 흘러내리는 하나님의 나라가 오늘의 나의 삶의 자리에서 이루어지기를 소망하고 기대하는 것은 나만의 객기가 아니기를 이 책과 여행하며 결의했다. 우리나라에 알비 삭스같은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를 소회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