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록을 준비하면서 22일에 DPA(Disciple Pastoral Academy) 강의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태동부터 사역을 돕고 있는데 벌써 3기 차수가 되어 섬기고 있습니다. 이 사역에 참여한 동역자들은 신자 늘리기라는 스펙트럼에 빠져 있는 목회자들이 아니라 사사 시대보다 더한 영적 랜덤 시기에 어떻게 하면 하나님이 기뻐하는 교회를 만들까에 천착하는 귀한 사역자들이기에 조금 목회를 먼저 한 선배로서 목회 현장에서 울고 웃었던 목사로서의 삶을 함께 나누는 부대낌을 전하는 소박한 특강을 가지려고 했습니다. 문제는 강의 제목을 잘못 설정하면서 사달이 났습니다. “독서가 설교에 미치는 영향” 저와 함께 사역하는 강사 동역자들 중에 정인교 교수는 설교학 교수고, 이사장으로 있는 오생락 목사는 설교학으로 Ph,D를 취득한 재원이며, 또 한 명의 강사인 임채영 목사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에서 지금 설교학으로 Ph, D 논문을 남겨 놓고 있는 전문가인데 제가 제 정신이 아니었음이 분명합니다. 특강 제목을 잘못 선정한 것을 알고 변경할까를 막판까지 고심했습니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을 수 없기에 말입니다. 하지만 설교의 파트는 최대한으로 줄이고 독서에 대한 세션을 늘리는 것으로 교묘히 위장해서 강의안을 지난주에 완성했습니다. 강의안을 만들어 집행부에 보내려는 데 강의 분량을 보니 A₄ 용지 10포인트 11장 분량의 소논문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내용을 1시간 30분 내에 마쳐야 하는 부담감이 제게 남았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설교에 대한 세션은 다 지우고 독서 파트만 진행하려고 마음을 먹자 설교 제목과 맞지 않는 곤란함이 있고, 동시에 강의의 앞 뒤 연결이 안 되어 맥이 흐트러질 것 같아 어떻게 강의를 이끌고 나가야 할지 조금 더 고민해야 할 듯합니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는데 갑자기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강의안이 아니라 성령 하나님이 일하심이라는 결론인데 이 생각이 들자 아직도 참 멀었다는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11장의 소논문 형식과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령 하나님의 일하심에 주목하지 않았다는 신앙의 경솔함으로 인해 주객전도되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교만함이 제게 있다는 것을 알고 회개하고 곧 사역을 철저히 주께 맡기기로 했습니다. 성격적으로 주어진 사역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는 사람이라 또 나를 몰아세웠는데 이전에는 결코 깨닫지 못했던 이런 은혜를 느끼고 있는 것을 보면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혹 지금이 목회의 황금기 또는 전성기가 인듯합니다. 모쪼록 DPA 3기 동역자들에게 목사로서 독서라는 공부에 소홀하지 않는 긴장감을 주는 사역이 될 수 있도록 교우들이 중보해 주시기를 요청합니다. 강의 준비는 이렇게 했는데. ㅎㅎ. “당신이 그분을 파악한다면, 그 분은 하나님이 아니다.(Si comprehendis non Deus”) (더글라스 존 홀, “그리스도교를 다시 묻다- 부정신학의 눈으로 바라본 그리스도교”,비아,2020,p,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