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

제목한국이 싫어서2024-06-10 17:09
작성자 Level 10

 

ㆍ지은이 장강명
ㆍ출판사 민음사
ㆍ작성일 2016-03-05 20:39:39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 를 읽고 (민음사 간, 2015)

 

잔머리를 굴려야 하는 세상

 

20대 중반의 계나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우여곡절 끝에 대학을 졸업하고 저축은행에 취직을 해서 직장생활을 하는 평범해 보이는 여성이다그녀는 직장을 때려치우고 그 동안 번 돈을 가지고 호주로 이민을 계획한다이민을 계획한 이유는 딱 한 가지이다. ‘한국이 싫어서이다다른 표현으로 하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이다드디어 한국을 탈출하고 여러 가지의 악조건 속에서 호주에 있는 모 대학원에서 회계학 석사를 취득한다더불어 꿈에도 그리던 시민권까지 취득한다귀소본능이라 했다호주법상 시민권을 취득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은 3개월 이상 타국에 거주한 이력이 없는 자라는 조항이 있어 계나는 한국에서 자기를 짝사랑하던 남자 친구와 2개월 동안 동거를 해 보며 한국에서의 삶을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타진한다그러나 결론은 역시나이다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자기의 미래가 없다는 확신을 하고 다시 호주로 떠난다최후로 이런 결정을 한 이유를 계나는 은행에서 근무했고 회계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행복이라고 하는 것이 이렇게 임한다고 확신을 했기 때문이다.

① 행복은 자산(資産)처럼 쌓일 때 느끼는 것인데 호주가 그런 기회를 주는 땅이라는 것이다.

이 행복은 뭔가를 성취함으로 오는 행복이다그러면 그걸 성취했다는 기억이 오래 남아서 그 사람을 계속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라는 말이다그런 사람에게는 행복 자산의 이자가 너무 높다바로 행복감이 매일 불어나는 이자처럼 흘러넘치는 바로 이것이 자산성 행복이라고 그녀는 진단한다.

② 행복은 현금 흐름처럼 오는 것이라는 확신이다.

어떤 사람은 행복의 금리가 너무 낮아 행복 자산에서 거의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이런 사람은 스스로 행복의 흐름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이것이 바로 현금 흐름성 행복인데 호주는 바로 이런 사람들에게 그 행복을 줄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고 확신했다.

 

헤브 어 나이스 데이

 

계나에게 있어서 호주라는 나라는 이 두 가지의 행복을 다 줄 수 있는 나라라고 확신했고 믿었기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무엇보다도 가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차 없이 한국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나한테는 자산성 행복도 중요하고현금성 행복도 중요해그런데 한국에서 나한테 필요한 만큼 현금 흐름성 행복을 창출하기가 어려웠어나는 본능적으로 알았던 거지나는 이 나라 사람의 평균 수준의 행복 현금흐름으로는 살기가 어렵다매일 한 끼만 먹고 살라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걸.”(p,85)

 

한국과의 영원한 이별 통보를 하고 호주 공항을 빠져 나오는 데 세관 직원이 이렇게 상투적으로 인사를 한다.

헤브 어 나이스 데이

이 인사를 받은 계나가 공항을 나와 적당한 바람이 불고 햇빛도 짱짱해서 선글라스를 끼며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독백을 하는 것으로 소설을 끝이 난다.

 

헤브 어 나이스 데이난 이제부터 진짜로 행복해 질 거야.”(p,188)

 

왜 이 지경이 되었지?

 

저자는 이 소설의 주인공인 계나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를 소설을 읽는 내내 곰곰이 목사로서 생각을 하게 했다읽은 이의 관점에 따라 계나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할 것이 분병하다서평자 역시 계나를 보면서 여러 가지의 감흥들이 피어올랐다그 중에 아무리 씻으려고 해도 씻어지지 않는 기성세대로서의 아픔이 있었다. ‘지금 여기’ 의 대한민국 자화상에 대한 맹렬한 고발 때문에 말이다계나의 입을 빌려 작가가 고발하고 싶었던 이 나라의 속살을 저자의 글을 빌어 살펴보자.

 

난 정말로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무슨 멸종되어야 할 동물 같아추위도 너무 잘 타고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물려받은 것은 개뿔도 없고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더럽게 까다로워요직장은 통근 거리가 중요하다느니사는 곳 주변에 문화시설이 많았으면 좋겠다느니막 그런 걸 따져.”(p,11)

 

한국에서는 딱히 비전이 없으니까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집도 지지리 가난하고그렇다고 김태희처럼 생긴 것도 아니고나 이대로 한국에서 계속 살면 나중엔 지하철 돌아다니며 폐지 주워야 해.”(p,44)

 

실전 대비모임이라며 언론사 인턴 경력이 있거나 필기시험을 통과한 경력이 있는 사람만 받는다는 곳이 있는가 하면 토익 900점 이상, KBS 한국어 능력시험 2급 이상소수 정예라고 산을 그은 곳도 있고스터디 한 곳은 공대상은 아예 받지도 않았어공대생이 뭐 잘못했어우리 학교는 공대가 다른 단과대학보다 커트라인이 높은 데그 점잖은 지명도 수능 성적도 나보다 낮았을 새끼들이....... 라며 분통을 터뜨리더라”(pp.55-56)

 

90년대 이후의 젊은이들에게 이 땅에서의 터전이 이렇다는 것을 부인할 수 있는 자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이런 이유 때문에 사랑해 주는 남자도 있고부모도 있지만 계나는 냉정하게 조국을 떠난다서평자는 이 땅에서 목회를 하는 목사이다어찌 보면 계나 같은 젊은이들이 조국을 떠나지 않도록 케어 해 주어야 할 사명이 있는 사람인데 아픈 것은 아무 것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 목사의 괴로움이요아픔이다지금의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의 10년 후는, 20년 후는 조금 괜찮아질까를 기대해보지만 작금의 정치적사회적 구조나 체계를 보아서는 긍정적인 답변을 하기가 쉽지 않다.

서평자는 70-80년대 공부했던 베이비부머이다당시에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거의 70명이 육박하는 아이들과 함께 사육을 받으면서 그것은 견뎠던 이유는 나의 자녀들은 지금 내가 사는 근현대사의 과도기 때보다는 한 결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그런대 정말로 기대대로 되었는가기대는커녕 자녀들에게 헬 조선’ 이라는 신조어 만들어질 정도로 절망적인 나라가 되었다오죽하면 기를 쓰고 돈을 버는 이유가 이 나라를 떠나기 위해서라고 하니 더 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참담한 아픔이 고스란히 자녀들에게 넘겨져서 요즈음 젊은 아이들의 말로 표현한다면 기성세대의 사람으로 쪽(?) 팔리는 지경이다서평자는 개인적으로 계나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이 나라가 계나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에서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행복은 물질 순이 아니에요!

이제 다른 말을 해야 할 것 같다여기까지는 소설가 장강명과 뜻을 같이 한다그러나 이제부터는 계나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아야 할 것 같다계나가 조국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일련의 국가적 모순에 대하여 서평자 역시 계나의 편은 들어줄 수 있었으나 계나 말대로 그녀가 호주에서 반드시 행복해 질 거야라고 당찬 기대감을 갖고 호주 공항을 빠져 나왔던 그녀의 포부에 손을 들게 해달라면 그건 할 수 없을 것 같다아니더 극단적으로 리얼하게 말하면 그녀에게 꿈 깨라고 말하고 싶다그 이유는 계나가 가지고 있는 자산성 행복현금 흐름성 행복은 그녀에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고만에 하나 백번 양보하여 그런 행복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성취되었다고 해도 계나가 결코 행복해 질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왜 이렇게 서평자는 자신감이 있게 단언하는가생각보다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다행복은 물질적인 계산으로 산출되거나 도래하는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그 사람들의 현장에서 함께 부대끼며 산 26년의 목양의 틀에서 배워 왔던 것은 행복은 이윤 추구적인 사고방식으로는 결코 임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행복은 자산추구나 현금 흐름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에 계나의 기대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재독학자 한병철은 심리 정치에서 아주 중요한 신자유주의 체계 아래에서의 개인의 변화 하나를 주목하고 있다.

 

오늘날의 현대인은 모두가 자기 자신이라는 기업에 고용되어 스스로를 착취하는 노동자로 살고 있다.”

 

교회여제발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계나는 이렇게 호주에서 살아갈 확률이 농후하다자기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로 살면서 어떻게 하든지 이윤을 극대화시키는 것에 목을 거는 자가 어찌 행복을 획득하며 살 수 있단 말인가한 개인에게 있어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물질적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는 한 그는 물질의 노예서 벗어날 수 없기에 그녀가 행복해 질 수 있는 가능성이 제로 퍼센트임을 예견할 수 있다이런 공식이 어찌 개인에게만 국한하겠는가목회를 하는 서평자는 교회가 계나 화되는 것에 비참함을 느낀다세상이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선입관은 맘몬을 멀리하라고 하면서 도리어 맘몬에 가장 많이 타협하며 굴복하고 있는 이중적인 집단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박득훈은 한국교회의 맘몬화를 전통적으로 삼박자 축복이라는 괴물을 시작으로 야베스의 기도깨끗한 부자론(청부론), 긍정의 힘 등등의 값싼 은혜로 이어져 왔다고 일갈한다. 물론 전체의 교회가 이렇다고 싸잡아 매도할 수 없음을 나 또한 동의한다그러나 인식 자체에 있어서 사회가 보는 교회는 물질이라는 또 다른 우상에 완전히 함몰되어 있어서 이제는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믿지 못할 집단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그래서 그런지 리젠트 칼리지에서 사역하던 고든 피의 말이 왠지 가슴을 멍 때리게 한다.

 

새 시대의 기준은 충분함(enough)이다그러나 남는 것은 문제가 된다새 시대의 나누지 않는 부는 가난한 자에게 좋은 소식으로 침투해 들어온 하나님 나라와 정 반대되는 것이다.”

 

전술했듯이 목사가 계나와 같은 조국의 젊은이들이 사랑하고 목숨 걸고 지켜야 하는 나라를 버리는 일에 속수무책으로 보고만 있어야 하는 이유는 나를 비롯한 참 목회자들이 맘몬이라는 괴물에 스스로 참패하고 있기 때문이다될 수 있을 가능성의 관점에서 볼 때 긍정보다는 부정의 스펙트럼에 더 가깝게 비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조국 교회와 지도자들이 맘몬과 맞서 싸워야만 더 이상의 계나가 이 땅에서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어 가슴 저린다.

 

무너뜨릴 걸 무너뜨려라.

또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장강명의 필치 중의 하나는 성윤리의 개념이다서평자는 정말로 충격적이었다계나의 동거(同居사실을 너무나 편안하게 그리고 쉽고 아무렇지 않게 삽입해 놓았다는 점이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서평자는 두렵다오늘도 천연기념물과 같은 정신병자로 인식될까봐동거가 어때서계나는 영주권 취득 이후 시민권을 따는데 다른 나라(대한민국)에서 3개월 이상만 거주하지 않으면 된다는 호주법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약 두 달 보름을 한국에 있는 남자 친구와 해외에서 신혼여행 같은 시간을 보내고 한국에 마련해 둔 남자 친구의 집에서 동거한다이후 계나는 앞에서 언급한대로 자신의 행복을 위해 남자와의 동거를 정리하고 호주로 돌아가는 동선(動線)을 작가는 그리고 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자신의 남편이 불륜을 저지른 것을 안 아내가 내 남편이 성적 불구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준 좋은 일이라고 쿨 하게 인정해 주는 장면을 보다가 한동안 멍했던 기억이 있는데같은 맥락에서 사실혼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성적 욕망을 채워주는 출구로 동거를 택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성윤리 마치 대변해주는 것 같은 소설의 전개 과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해야 하는가가 또 다른 서평자의 고민거리였다주지하다시피 동성애에 대한 찬반논란이 극에서 극을 달리고 있는 교계의 현실이다사정이 이렇다보니 치열한 논쟁거리인 동성애는 물론 이제는 거의 노터치의 영역으로 굳어지고 있는 성 윤리나 성 담론에 대하여 교회는 분명한 입장에 서야 하는 데 교회마저도 이것에 대하여 비겁하지 않은 자처럼 인식되지 않으려고 함구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서평자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유가 에이즈에 걸릴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그것을 경계하자는 그런 유치한 차원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도리어 일탈된 성 윤리나 변태적인 성 담론들을 걱정하는 것은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립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구조와 생태적인 파괴 때문에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역설하고 싶은 것이다리디머 신학교의 목회 상담학 교수인 폴 트립이 돈과 섹스에서 갈파한 지적은 아무리 자유와 방임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하고 하더라도 깊이 새겨볼 만한 금언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하나님의 원래 의도와는 다른 목적으로 쾌락을 찾을 때하나님이 그 분의 영광과 기쁨을 위해 창조하신 좋은 쾌락들이 나쁘고 위험한 쾌락으로 변질된다.”

 

지천명을 훨씬 넘긴 나이에 있어서 그런지 서평자는 내 조국이 지키고 싶은 가치가 있는 나라였으면 좋겠다는 아주 보수적인 생각을 한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돈 벌어 이 땅을 떠나고 말겠다는 젊은이들에게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일갈한 어느 대학교수나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을 말한 어느 승려의 말처럼 역설적인 위로보다는 나는 오히려 아님에 대한 것은 분명한 아니라는 돌직구를 아프더라도 그들에게 던지고 싶다해서 도리어 그들로 하여금 불편함 속에서 자기의 길을 후회하지 않는 나이브한 선택을 하게 하는 것이 더 정직한 기성세대의 돌봄이 아닐까 싶다어르고 또 얼러 이기적이고 방임적인 제 2의 계나제 3의 계나가 나와서야 이 민족의 10년 뒤를 장담할 수 있겠는가서평을 마무리하는데 갑자기 시인의 하가(읊조림소리가 크게 들리는 듯하다.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도다.”


이전소년이 온다 Level 102024-06-10
-한국이 싫어서 Level 102024-06-10
다음마음 Level 102024-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