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예배 다녀온후 한잠을 더 자고 이것저것 만들어서 아침먹고 차먹고 과일먹고 설거지까지 끝내도 시간은 더디게 갑니다. 오늘은 공예배도 없고 스케줄도 없고 불러주는 이도 없는 한적한 날입니다. 영감은 길게누워 신문보다 안경이 이마에 걸쳐 있는줄도 모르고 졸고 있습니다. 살며시 안경을 벗겨 주려는데 왜? 하며 퍼뜻 깼습니다. 왜는 무슨왜여 안경 벗고자지 하며 퉁명을 떨었습니다. 영감은 무안한지 퍼떡 일어나 앉았는데 잠에 취해서인지 멍하니 한참을 우두커니 앉아 있습니다. 나는 엄지 발가락을 쑤욱 내밀어 남편의 허벅지를 찌르며 "여보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할까?" 했습니다. 영감은 잠이 확 깬 얼굴을 하고 또 주책떠내 합니다. 나는 하마같은 몸을 날려 영감을 넘어뜨리려 하자 아직은 나보다 힘센 영감이 나를 밀치고 벌떡 일어나서 밖으로 도망칩니다. 도망치는 영감의 등에서 웃음이 꽃처럼 폈습니다. 자식은 사랑의 대상 하나님은 의지의 대상 이러한 마음을 갖지 않고는 건너기 힘든 노년의 시간 입니다. 그러나 오늘 오전 시간은 후딱 지나 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