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앨범

제목내가 시를 쓰지 못하는 이유2024-05-21 17:13
작성자 Level 10

즐거운 편지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

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

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

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 쯤

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

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

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내 나이 열아홉. 

서울이라는 큰 도시로 진출해 이리저리 부딪치며 살아갈 때 나를 울린 글들이 있었다.

황동규의 시집 <삼남에 내리는 눈>,  이외수의 소설 <들개>

황동규의 시집 중에서 특히나 내가 좋아했던 시는 “즐거운 편지”이다.

세상을 살 때 사랑하며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었던 나이.

사실 사랑보다 기다림이나 사랑의 종말, 사랑의 무모함을 더 사랑했던 것 같다.

 

-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었다.-

 

이런 구절들에서 오는 무모한 사랑이나, 막막한 사랑의 부재에 대한 열망들에 공감했다.

 

거기에서 끝나야 했다. 좋아하는 것으로......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는 별이 아름다운 것이지 너무 가까워서도 너무 멀어서도 안되는 것이었다.

겁도 없이 시를 배우겠다고 황동규 시인이 강의하는 당시 중앙일보사에서 운영하는 중앙문화센터에 덜컥 등록을 했다.  시를 배우러 다니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열아홉살에 보고 감동을 받았던 시 “즐거운 편지”를 황동규 시인은 18살의 나이에 써서 발표를 했다는 것이었다. 글을 쓴다는 것, 그 중 시를 쓴다는 것은 천재만이 할 수 있는 일이구나 하는 절망만 배우고 돌아섰다. 황동규 시인의 아버지가 황순원이라는 우리 문학계의 거목임을 안 후에는 더욱 아무나 시인이 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사실만 확인했다. 



전공이 아닌 상태에서 글을 조금 잘 쓰는 것이 좋은 것임을 깨달았으면 그것으로 그만 두었어야 했다. 그런데도 미련을 못 버리고 국어국문학과에 다시 입학을 했다. 같은 과에서 나와 서로 1,2등을 다투던 친구가 컨닝을 하다 들켰다. F학점을 면하려고 컨닝을 했다면 밉지 않았을 텐데 장학금을 받으려고  컨닝을 하다니 그 친구가 미웠다. 그런데 그랬던 친구가 3학년 때 덜컥 “시”로 등단을 했다.

미운게 아니라 미치는 줄 알았다.

 

이후로 시 쓴다는 생각을 다시는 하지 않기로 했다.

 

요즈음 나는 꼭 이렇다.

 

          별

              -김영승

 

우리는 이젠

그동안 우리가 썼던 말들을

쓰지 않을지 모른다.

 

사랑한다는 말

외롭다는 말

 

그리고

그립다는 말.

 

밤이면  기관포처럼

내 머리로 쏟아지는

별.

 


이선민 09-09-07 14:05
  ㅋㅋㅋ
역시 1,2등을 다투시던 분이군요.
저도 글을 올리고픈데 자신이 없어 댓글만 남겨요.
정말 집사님은 우리 세인식구들이 인정하는 작가예요. 집사님이 존경스럽네요.

울 재완이 아침부터 "아빠"를 외치며 우네요.
아침부터 동요틀어주고, 놀아주고 겨우겨우 달랬어요.
아빠가 넘 그리운가봐요.
저도 결혼하고 신랑이랑 헤어질때마다 눈물을 흘렸는데 ...
울 아들도 그 아픔을,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게해서 가슴이 아파요.

어제는 간만에 신랑하고 아들하고 오붓하게 저녁을 먹었죠.
재완이가 생선을 넘 좋아해서 밥을 먹인후 조기를 주었어요.
ㅋㅋㅋ 식사기도를 했는데 조기를 줬더니 다시 기도를 하는 아이!
우리 재완이 넘 사랑스럽죠.
신랑이 아들자랑 하지 말라고 했는데...
전 왜이리 자랑하고픈지...
모두들 오늘하루도 행복하시구요.
월요일부터 더 승리해요 ^^
모두 사랑합니다. ( 이 말이 참 힘들더군요. )
이선영 09-09-07 14:15
  고등학교때 문학동아리에 들어가서
어렵게 시를 억지로! 쓰느라 고생했던 기억이나요
집사님 지금 시작하셔도 안 늦을 것 같아요
집사님 담에 멋진 시 기대할께요
김정건 09-09-07 15:16
  어떤 분이 시 쓰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 하더군요.
시를 쓰는 자세
1. 기록하기를 주저하지 마라.
2. 여행을 즐겨라.
3. 첫 행에 정성을 다하라. 시작이 반이라고 한다. 제목은 생명의 반이다.
4. 글은 건축이다.
5. 처음부터 시처럼 쓰는 것은 위험하다.
6. 주제어를 숨기는 일이 중요하다.
7. 시작 감정은 어두울수록 좋다. 별이 아름다운 것은 밤하늘에 있기 때문이다.
8. 하나의 명사와 네 개의 동사로 이루어진다.

이영미 집사님께서 앞으로 글을 통해 다양한 글을 보여 주실 것을 기대해 봅니다.
목사도 시인이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많이 배웠는데,
아직도 헤매고 있답니다.
감사합니다.
이영미 09-09-07 16:41
  선민 집사님,
신랑이랑 헤어질 때마다....????
선민 집사님 가정을 잘 몰라서 .......
전 주말 부부도 엄청 많이 했구요, 남편이 북경대 교환 교수로 갔을 때는
1년도 떨어져 살아 봤고....
정말 산전수전 공중전 다 거쳐서
이제는 전우애 (?)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들 자랑 실컷하세요.
아들 놈들 중학교만 가도 웬수됩니다.
이영미 09-09-07 16:44
  선영 집사님,
어제 정말 감사....(이 인사는 조 집사님보다 선영 집사님에게 해야할 것 같아서요.)
고등 학교때 발휘 못한 솜씨 세인뉴스에서 맘껏 발휘하시길...
당장 이번 달 뉴스부터 한 꼭지 맡으실래요????
이정희 09-09-08 09:16
  집사님!
공부 잘하신 것은 느낌으로 알았지만 1,2등을 다투었던 수재??
존경합니다. 충분히 시인이십니다.
명실상부한 세인의기자로 손색이 없고요.
황동규 '즐거운 편지' 읽고 쓰고 하면서도 소나기의 황순원작가의 아들임은 몰랐어요.
사랑합니다
이강덕 09-09-08 21:01
  이영미집사님의 글을 읽다가 보면 개인적인 표현이라서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거칠지만 풋풋함과 사람냄새가 난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정말로 정겨워요.
집사님이 문단에 데뷔했으면 1등 친구즈음은 문제가 없었을텐데.
공지영님의 수도원기행을 읽으면서 종교적인 감성이 위대한 문학적인 표현으로 승화도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던 적이 있었는데 저도 글을 잘 썼으면 좋겠어요.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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