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앨범

제목우리 엄마의 만병통치약2024-05-21 17:37
작성자 Level 10

오전 5시 부터 시작한 하루 일과가 이제야 끝났다. 


예전에 나의 별명은 
"과로사 하는 백수"였는데,
지금  별명은
"소녀 가장" 이다.

서울과 제천 거기에 엄마집까지.....
정말 소녀가장이 따로 없다.

며칠 전
밤 9시에 엄마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누가 계속 벨을 눌러대는데 누군지도 모르겠고
 누구냐고 물어도 대답도 없이 계속 벨을 누른다.
 무서워 죽겠다."
친구와 롯데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던 중이었는데
너무 놀라 집으로 차를 밟았다.

친정 집 앞에 도착하고 보니 엄마 친구분이 과일을 배달 시켰는데
그 배달 물건을 가지고 오신  분 이었다.
엄마에게는 사전에 배달을 보낸다는 이야기가 없었던데다가
배달하시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어야만 들리는
조금은 답답한 목소리였다.
게다가 자세히보니 술도 한 잔 걸치신것 같았다.
포도 상자를 받아들고 집으로 들어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너무 놀라하신 엄마를 진정시켜드렸다.
친구가 웃으며 이야기했다.
"엄마,  도둑이면 담 타넘어 들어오지 벨 안눌러요.
 그리고 이렇게 이른 시간에 도둑이 오나요?"
그런데 엄마가 무서운 것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외로운 이야기를 하셨다.
마음이 저릿저릿하지만 큰소리 쳤다.
"아니 뭐가 그리 무서워 문도 못 열어봐? 밖에 사람들도 많이 지나다니는구만...."

다음 날 서울 식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갑자기 연극 연습이 취소 된 아들이 쫒아내려왔다.
그런데 아들이 갑자기 온다는 연락을 받은 엄마가 나에게 전화를 하셨는데 목소리가 날아간다.
"엄마, 엄마에게 아들이 만병통치약이지?"
내 이야기에 엄마가 웃으셨다.

주말을 엄마와 보내고 아들이 서울로 올라간후,
그러니까 일요일 밤.
백운에 사는 선배네 과수원에서 사과따기 행사가 있어 다녀와서 피곤에 지쳐 막 잠이 들었는데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시계를 보니 12시 30분이 막 지나고 있었다.
놀라서 받으니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너무 아프다고 전화하셨다.
남편과 서둘러 엄마집으로 가 보니 급체를 하셨다면서 눈도 못뜨셨다.
약을 입에 넣어드리고 손을 따고 그런데도 쉽게 나을 기미가 안 보였다.
2시가 넘어 마루에 자리를 보아 남편을 눕게하고 엄마옆에 쪼그리고 누웠다.
아빠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새벽에 아이들 아침때문에 집에 와 아이들을 챙기고 다시 엄마 집에 갔다.
다행히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계셨다.
무얼 드셨나고 여쭈어보니 아들과 점심을 거하게 드시고 저녁을 안 드셨더니
10시가 넘어 출출해져서 과일 한조각 드셨는데 그것이 체한 모양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도 아들과 맛있게 먹은 음식 이야기와 아빠 무덤 앞에서 
두시간도 넘게 앉아서 놀다왔다는 이야기를 기쁘게 하셨다.
정이 많은 아들은 가기 전에 엄마를 꼭 안아 준다는 이야기까지....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런 아들이 간 것이 허전해서 체하신거라고....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나셨으니
다리 밑에서 주워 온 나는 
남편과 낫을 챙겨들고  성결 동산에 가서 열심히 벌초를 했다.
(아무리 생각 해도 이건 좀 아니지 싶으신 분들 흥분하지 마시라.
 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엄마에게 동생처럼  정성껏 잘 못한다.)

암튼 나는 며칠 동안 바쁘게 돌아다녔고, 
우리 엄마의 만병통치약은 내 동생, 이 대연이다.

 


김정건 09-09-15 22:25
  집사님, 이런 저런 일들로 바쁘셨군요.
그래도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를 올려 주시니
감동과 재미를 함께 누리고 있습니다.
참 효녀시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들과 남편에게는 좋은 아내요 엄마고
형제들 간에 우애에 약간의 부러움도 느낍니다.
무엇보다 집사님의 기동력은 앰블런스 저리 가라입니다.
늘 풍성한 삶의 이야기로 세인을 찾는 이들에게
이곳을 찾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시는 탁월함도 주시니
그 또한 세인의 보배라 할 수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어머니 권사님의 건강을 기도합니다.
그리고 집사님의 가족 모두를 위해 기도하고 축복합니다.
건강하시구요.
김문숙 09-09-15 23:22
  바쁜 일과 속에서도 항상 효녀로서
살아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
권사님의 건강을 위해서 기도할께요..
이정희 09-09-16 08:43
  집사님!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라는 가요가 있더라고요.
달랑 그 부분이 기억나는 군요.
지금 수업 들어가라는 종이 울렸는데 이 수도꼭지를 잠글라면 좀 시간이 걸리겠네요.
영미 집사님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집시님이 더 좋아 질려고해요.
이 세진 장로님의 아내 그 분이 집사님 엄마 권사님인거 알고 있었어요.
아들 대연 집사?처럼 잘 하세요. 지금도 잘하시지만 ㅎㅎㅎ
저 늦었어요. 책임지세요. 감동의 글로 인해...
사랑합니다
이선민 09-09-16 09:24
  "과로사 하는 백수"는 첨 들어봐요.
집사님...
저희 할머니랑 외할머니랑 많이 편찮으세요.
연세가 있으셔서...
마음은 늘 쓰이는데 찾아뵙기가 쉽지 않네요.
집사님은 자주 찾아뵐수 있어서 어머님이 든든하시겠어요.
권사님이 보고싶네요.

권미숙 09-09-17 08:51
  "과로사하는 백수" 라는 말에 동감합니다.
저는 " 수금사원 " 이라는 이름으로 울 남편에게 불려지는데
저의 근무시간도 새벽 4시20분부터 늦은 10시30분까지 입니다.
5분대기조로 불리는 이름대로 하루를 살아야하니까요. ㅎㅎ
그래도 젤루 마음에 드는 이름은 "수금사원"입니다.
이강덕 09-09-17 15:36
  이집사님이 올리는 글은 언제나 대박입니다.
아들놈이 학교에 가서 돈이 떨어지면 전화를 해요.
밉상이지만 그래도 전화를 받으면 건강하게 잘 있구나 하는 마음에 안도가 됩니다.
그래서 자식이 웬수이지만 권사님이 이대연집사님을 보면 치유가 되는 보물이기도 하지요.
자식이 이 마음을 얼마나 알까요?
사랑합니다.
심재열 09-09-18 13:58
  부모에게 있어서 자식은 전부인것 같습니다.
웬수와 전부의 관계를 설명하기란 쉽기도 어렵기도 하지만 말이예요.

늘 마음으로 그리는 권사님의 안부를 집사님을 통해 들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

김권사님의 영육의 승리를 위해 늘기도한다고 꼭!!!전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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