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끔 체력을 넘어서는 교만한 사역을 하면 꼭 다음 날 건강에 적신호등이 켜지는 경험을 많이 했기에 가급적 절제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사역을 하다보면 그 금기사항을 지키지 못할 때가 허다합니다. 예를 들어 직전 교회를 섬길 때 약 500명 정도의 지체들을 송구영신 예배 시간에 안수했습니다. 그러고 나면 1월 1일은 영락없이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하루 종일 누워 있어야 회복되는 뭐 그런 경우입니다. 지난 주간 수요일 예배를 은혜롭게 드렸습니다. 수요일 예배는 수많은 신자들에게 잊혀진 예배이고 설상가상으로 펜데믹 공격은 이를 더 심화시켜 수요예배를 폐허로 만들었습니다. 사정이 이러한 것을 알기에 철저히 개인적인 소회지만 그러기에 목사로서 더 영적 자존감을 갖고 하나님께 수요예배를 진솔하게 드리려고 최선을 다하는 편입니다. 통상 많은 담임목사들이 주일 설교에 초점을 맞추어 설교 준비에 진액을 빼며 집중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수요 예배 준비에 오히려 더 집중한다고 말씀을 드려도 부끄럽지 않게 정말 최선을 다합니다. 지난주 수요일 예배도 예외가 아니었기에 온 힘을 다해 대체할 수 없는 기름 부으심과 압도하시는 성령의 도우심을 요청하며 설교로 섬겼습니다. 체력적으로 조금 버겁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설교 사역에 올인 했습니다. 제가 제 체력을 알기에 극도로 조심하는 편인데 그날도 조금 오버페이스를 했다는 느낌이 들어 긴장하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새벽예배 인도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예방 차원으로 조금 더 일찍 긴장하며 숙면을 청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새벽 2시 즈음, 불청객이 찾아왔습니다. 피곤할 때마다 임하는 고질적인 편두통 공격(ATTACK)이 시작된 것입니다. 깨어 있는 상태에서 편두통 전조증상이 있을 때는 준비된 약을 복용하면 30 분정도 후에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 새벽에 불청객이 찾아올 때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됩니다. 통증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잠에서 깹니다. 그때는 이미 약 복용의 시간이 늦었기에 약을 복용한 뒤에도 서너 시간은 통증에 시달려야 하고 그 고통은 적지 않게 저를 괴롭힙니다. 25년 전 즈음에 발병한 편두통으로 인해 한때는 차라리 죽는 것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심각한 통증에 시달린 적이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혈관 수축 운동이 젊을 때에 비해 많이 약해진 탓에 편두통도 그만큼 강도가 약해져 지금은 통증이 많이 완화되었다고 생각하기에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두통은 제게는 정녕 나를 자고(自顧)하게 하고 또 자고(自高)하지 않게 하는 가시임에 틀림없습니다. 목요일 새벽녘에 긴급히 부교역자에게 새벽예배 인도 지시를 가까스로 하고 늦었지만 두통이 올 때마다 항시 먹는 약을 복용했습니다. 그렇게 또 서너 시간을 고생하고 나니 통증이 완화되어 목요일 사역을 정상적으로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새벽예배를 인도하지 못해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대면예배 나온 교우들, 줌으로, 유트브로 들어와 새벽을 깨우는 지체들에게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새벽에 편두통이 오는 것, 제게는 불청객입니다. 제발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이런 목사의 직업병이 발동했습니다. 주님도 이렇게 오실 텐데, 나는 얼마나 준비하고 있나 싶어 또 긴장하게 됩니다. 주님이 오실 때, 아프면 되겠나 싶습니다. 그래서 또 경성해 봅니다. 그날은 아픈 날이 아니라 감사의 날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