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키움 히어로즈의 선수로 맹활약하고 있는 이정후 선수가 게스트로 출연했기에 의미 있게 방송을 시청했습니다. 그는 작년 시즌, 타격 왕에 등극하는 기쁨도 맛 본 터라 많은 야구팬들에게 사랑을 받는 선수 중에 한 명입니다. 하지만 그에게 항상 따라다니던 또 하나의 별칭은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레테르입니다. 이정후 선수는 한 세대 한국 야구계의 레전드라고 불려도 과장이 아닌 바람의 아들이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는 최고 선수였던 이종범 선수의 아들입니다. 이정후 선수에게 이 별칭은 언제나 부담 백배였음을 그날 방송에서 토로했습니다. 그에게 두 가지 소망이 있었는데 첫째는,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은 금수저 출신이라는 비아냥에서 벗어나는 것, 또 한 가지는 역설적으로 그러기 위해서는 아버지보다 더 실력을 갖춘 야구 선수가 되는 것이었다고 고백하는 것을 보다가 문득 이요한 전도사가 떠올랐습니다. 아들이 오래 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아버지, 저는 33년이라는 삶 속에서 이요한이라는 이름보다는 이강덕 목사의 아들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 삶을 살았습니다. 그때마다 너무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신학교 때는 교수님들에게, 사역했던 교회에서는 담임목사님께, 아버지의 친구들께 이강덕 목사의 아들이니까 더 잘해야지! 라는 말을 세뇌가 될 정도로 많이 들었습니다. 그 부담감과 압박을 아버지는 모르실 거예요.” 지난 주간, 새롭게 전입한 교단 지방회에서 전입 교역자들에 대한 심리부, 인사부 면접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각 부서 면접을 끝낸 아들이 볼 맨 소리로 전화를 했습니다. “아버지, 왜 그렇게 아는 목사님들이 많아요. 이요한 전도사 면접에 들어갔는데 마치 이강덕 목사 면접한 느낌이에요.” 자초지종을 듣고 보니, 지방회 면접을 실시한 부원들이 신학교를 다닐 때 함께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꿈을 꾸었던 동기, 후배들이다보니 아버지의 안부를 묻는 일이 다반사였다는 과정을 전언해 주었습니다. “이강덕 목사 아들이니 더 친해지자. 이강덕 목사의 아들이니 더 잘해야지. 아버지에게 안부 부탁한다.” 아마도 아들이 받았을 나름의 부담이 어느 정도였을지 다는 아니겠지만 나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들을 위로해 주었습니다. 집사 아들로 신학교에 입학했을 때, 아버지가 목사인 친구를 진골이라고 불렀고, 장로가 아버지인 친구를 성골로 불렀던 웃픈 추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내 아버지도 목사, 장로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철없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아들이 아버지가 간 길을 다시 가는 과정을 진하게 경험하다보니 진골, 성골의 의미보다 더 무겁게 아들 본인을 짓누르고 있는 압박감과 부담감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애잔함이 있습니다. 2022년, 새롭게 부임한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훈련 받으며 사역하게 된 아들에게 못난 애비가 당부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아들!, 먼저 운명적으로 이강덕 목사의 아들로 살게 해서 미안하고, 미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강덕 목사의 아들이 아닐 수 없는 것이 운명이기에 몇 가지 당부한다. 제일 먼저 예수 잘 믿는 아들이 되어주기를 바라고, 사역자로 섰으니 이강덕 목사의 아들이 아니라 지성적 영성을 갖춘 하나님의 아들로 서 주기를 바란다. 해서 아버지가 감히 쳐다볼 수 없을 정도의 청출어람을 보여주는 이오안네스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아들, 많이 사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