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즈음, 아내가 완연한 가을 날씨에 접어들자 세탁해 보관해 두었던 늦가을 옷들과 겨울에 입을 옷들을 꺼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제천 날씨가 워낙 다른 지역에 비해 온도가 빨리 내려가는 편이라 새벽, 저녁에 입을 옷이 궁했는데 적시에 내놓은 옷을 챙겨 입었습니다. 가을 면바지를 입다가 화들짝했습니다. 분명 봄에는 별 불편함 없이 입었던 바지였는데 허리가 매우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사실, 자기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편이고, 펜데믹 이후 그토록 좋아하는 탁구장에 나가지 못하는 한(恨)을 풀기라도 하듯 실내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스쿼트를 20회씩 세 번에 걸쳐 하고, 일과가 끝난 뒤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6,000보 정도를 필히 걷는 등 나름 최선을 다해 운동도 쉬지 않았는데 봄에 불편하지 않은 바지가 몇 개월 뒤 가을에 불편함을 느끼게 된 것이 제게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오래 전, 친구들이 제게 붙여준 별명인 ‘오식(五食)이’는 아내가 챙겨주는 3번의 식사, 2번의 간식을 꼬박꼬박 먹는다고,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라고 놀리며 만들어준 것인데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 월요일부터 탄수화물 섭취를 반으로 줄이는 식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가장 배불리 먹으려고 했던 저녁 식사를 폐하고 샐러드, 고구마, 감자를 택일해서 먹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는 반숙 프라이드와 우유 한 컵 그리고 사과 반, 점심에는 탄수화물 식사하기이지만 식사량을 2/3로 줄였습니다. 저녁은 야채샐러드 중심으로 고구마, 감자, 단 호박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먹기 시작한 지 이제 일주일 밖에 안 되었기에 뭐라 딱히 섣불리 말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 긍정적인 신호들이 느껴집니다. 소화기능에 부담이 확실히 줄어든 느낌입니다. 약간의 속 쓰림을 많이 느끼는 편이었는데 일주일 만에 없어졌습니다. 치아가 별로 좋지 않아 육식을 먹으면 많이 불편했는데 치아 관리에도 청신호가 느껴집니다. 새벽 예배 인도하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조금은 더 개운해 진 상태임이 체감됩니다. 허리둘레 줄이기라는 명목으로 시작한 일인데 일주일을 선방했으니 최선을 다해 보려합니다. 34 inch도 재앙인데 35 inch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아내가 탁구장에 나가는 것을 아직은 죽을 각오로 반대하니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숨죽이고 순종하고 있으니 이렇게라도 자기 관리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듯해 먹는 것이라도 줄여보려 합니다. 차제에 아내가 케젤을 해라, 플랭크를 해라 등등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하나도 들리지 않고 그냥 먹는 것 줄이기가 제 체력으로는 최적인 것 같아, 인내력을 갖고 시도해 보려 합니다. 지난 일주일, 가끔 텔레비전을 시청하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는 먹방이 너무 많습니다. 동서남북이 다 먹방인 것 같습니다. 어제는 만두전골 방송되었는데 정말로 시험거리 중에 시험거리입니다. 청와대에 먹방 폐지 청원이라도 올려야 될 것 같습니다.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