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칼럼 쓰기2024-04-18 17:52
작성자 Leve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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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회 일기를 씁니다. ‘목양터의 이야기 마당이라는 A₄ 용지 1장의 2/3 분량이 되는 글입니다이렇게 쓴 글은 주보의 한 면을 담당하는 역할을 해주고제 개인 SNS에 공유해서 나누기도 합니다이렇게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벌써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어줍지 않게 쓴 목회 칼럼의 글들을 모아 파일에 담았는데 이 글이 담길 페이지 숫자가 3,780p를 가리키고 있으니 적지 않은 분량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2년 전지인들이 칼럼의 내용들을 묵히지 말고 책으로 출간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유혹에 솔깃하여 시골목사의 목양심서’ (동연 간)라는 이름으로 부끄럽지만 세상에 내놓기도 했습니다칼럼 쓰기 덕분입니다.

뒤돌아보면 목양터의 이야기 마당에 글을 쓰면서 내게 임한 보너스는 너무 많습니다그 중에 단연 돋보이는 복은 치열한 목회자로 살게 해 주신 주군의 은혜입니다표현 자체가 적절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칼럼을 매주 쓸 수 있었던 것은 현장에서 지체들과 함께 울고 웃는 부대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이 말은 목회의 필드에서 목사로서 한 눈 팔지 않고 걸었다는 방증(傍證)이기도 합니다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칼럼을 쓸 수 있는 내용이 없는 목회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그런 면에서 지난 30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또 다른 보너스는 자연스러운 글쓰기 훈련이었습니다저는 286 컴퓨터를 사용하기 전부터 설교를 준비할 때철저하게 원고 설교를 해왔습니다노트에 기록한 수기 원고 노트가 서고의 5칸을 차지하고 있으니 그 수도 만만치 않습니다약 10p 분량으로 만든 젊은 시절의 설교 원고를 지금 펼쳐보면 헛웃음이 나옵니다이것도 설교라고 준비했나싶어서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부터 시작한 원고 작성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수훈갑은 바로 칼럼 쓰기였던 것 같습니다.

자면서도 글을 씁니다.” (조정래, “황홀한 글 감옥” 시사 IN 북스, p,396)

어떤 사람은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나무라겠지만 작가 조정래가 이렇게 말했을 때왠지 저는 희열을 느꼈습니다동의했기 때문입니다목회 칼럼을 쓰기 위해서는 한 주간 목양의 현장에서 사역하는 목사로서 긴장하며 교회를 섬기는 것은 기본사유하고 성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자면서도 사유해야 하는 것은 목사의 운명입니다.

목회 칼럼 쓰기는 단지 글을 다듬는 훈련의 방법이기도 했지만사유와 성찰이라는 마음의 글쓰기에 집중하도록 견인한 선생님의 역할도 해 주었습니다아마도 목회를 마치는 날아니 내 삶을 마감하고 주군 앞에 서는 날에 목양터의 이야기 마당에 쓴 글들은 소풍 마치고 주님께 보고할 아주 자그마한 보고서(assignment report) 자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서재에서 바라본 예비일 제천시내는 자욱한 안개로 점령되어 있습니다아마 오늘날씨는 무척이나 쾌청할 듯합니다내일 맞이할 주일에 교우들의 기상도도 이렇게 쾌청하기를 화살기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