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지은이 | 마리암 마지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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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출판사 | 달콤한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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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일 | 2019-01-29 14:30: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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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암 마지다의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를 읽고 최인훈이 그려낸 이명준은 적어도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어떤? 무감각하게 타자를 바라보았던 나를 타격한 충격 말이다. 이명준을 지각했거나, 아니 지각하려고 하지 않았던 나를 강하게 타격했던 그 쓰라린 상흔은 지금도 내 골수에 남아 있다. 국가란 무엇인가? 적어도 이명준에게는 북이든 남이든 괴물이었다. 유시민이 밝힌 피히테의 일갈대로 “교육과 세뇌를 통해 온 국민의 삶을 획일적 국가라는 목표에 종속하게 만든”(유시민, 국가란 무엇인가? 돌베개 간, p,127, 2011년) 괴물이었다. 또한 “국가는 그 토대가 물리적 폭력이다.”(위의 책과 상동) 라고 말한 톨스토이의 말대로 괴물 그 자체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헨리 데이빗 소로우도 그래서 이렇게 말했을는지 모른다. “사람 하나라도 부당하게 가두는 정부 밑에서 의로운 사람이 진정 있을 곳은 감옥이다.”(헨리 데이빗 소로우, “시민 불복종”, 은행나무 간, p,41, 2017년) 마리암은 1980년대 이란의 정치적 암흑기에 부모의 뜻에 따라 불과 5살의 나이에 자기의 주관이 전혀 개입되지 않은 프랑스로 정치적 망명자가 되었다. 정치적 망명자는 언제나 그렇듯이 정착한 나라에서 철저한 이방인으로 존재해야 한다. 그녀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이란이라는 피가 흐르는 프랑스인이었기에 말이다. 프랑스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몰랐던 어린 시절, 이방인으로 자신을 만든 부모가 원망스러웠지만 자라며 어쩔 수 없이 환경에 적응하여 프랑스어가 모국어가 되어 프랑스어를 전공한 탓에 그녀는 이방인이면서도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묘한 인생 여정을 살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페르시아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두 문명 속에 살아야 하는 ‘나’는 누구인가? 를 마리암은 저서에서 표출한다. “남의 상처를 보고 환상을 품는 위선자들에게 화가 난 거예요. 호의를 베푸는 척하면서 정중하게 내 상처에 손가락을 찔러 놓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미소를 지어요. 아무 것도 모르면서 위선적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이라고요!”(P,191) 저자가 두 문화의 갭으로 인해 심각한 갈등을 겪을 때 환상 속에 나타나는 정신적인 지주인 할머니에게 퍼부었던 저지의 일성은 독서 내내 가슴 아픔을 필자에게도 메아리쳤다. 필자는 그녀의 자전적인 수기인 ‘나의 페르시아 수업’를 읽는 내내 전술한 단어가 떠나지 않았다. ‘국가란 무엇인가?’였다. 어떤 의미로 보면 ‘나’를 ‘나’로 존재하지 못하게 만든 경멸의 대상인 ‘국가’였고 결국은 ‘나’를 ‘나’에게서 떠나게 만든 괴물이자 폭력이었던 이란은 그녀에게 있어서 증오의 대상이어야 했다. 그러나 갖은 수모를 겪고, 이방 언어 습득의 고통, 이방인으로서 당해야 했던 정체성의 혼란으로 인해 여지없는 무너져 내렸던 멘털리터의 추락 등을 경험했던 그녀였지만 성장하여 자기의 뿌리인 이란에 17년 만에 방문하면서 느꼈던 글로 형용하거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공감의 분모가 여지없이 필자에게도 다가왔다. 그토록 증오했던 대상인 이란에 17년 만에 돌아와 뿌리들을 만나고 프랑스에 있는 부모에게 다시는 프랑스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버티는 그녀, 이란에 남아 있으면 여성의 인권, 그가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철저하게 박탈당하며 봉쇄될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그 척박한 여성인권 최악의 국가에서 여성 인권의 최고의 나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와 배짱이었을까? 문득 다시 곱씹는다. 국가는 무엇일까? 오늘 내 사랑하는 조국, 한국을 보면 장강명이 쓴 ‘한국이 싫어서’에 나오는 일체의 餓鬼들이 스멀대며 올라온다. 마리암에게 있어서 잃어버린 페르시아어를 다시 수업 받는 것은 단순히 언어 습득이 아니었다. ‘나’를 찾는 일이었다. 왠지 그녀의 그런 객기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 ‘나’는 또 누구일까? 대한민국이라는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는 나‘를 찾고 싶다. 진짜로. 2월 독서 스케줄로 잡은 마리암 마지디의 장편 소설 ’나의 페르시아어‘ (달콤한 책간, 2018년간)를 조금 일찍 손대었다. 이 양질의 책을 소개해 준 섬기는 교회의 홍염임 집사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
2019년 1월 26일, 이문세님의 ‘옛사랑’이 LP에서 은은히 흘러나오는 제천세인의 서재에서. |